리뷰 | 2017-07-13 |
[리뷰] 동서양의 만남, 2018 봄/여름 라프 시몬스 남성복 컬렉션
자신의 남성복을 전개하고 있는 라프 시몬스는 2018 봄/여름 컬렉션에서 차이나타운으로 '블레이드 러너'를 불러들였다. 축축한 안개 자욱한 런웨이부터 네온 사인과 종이 랜턴의 불빛이 환상적인 무대 세트까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패션쇼였다.
캘빈 클라인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약 1년동안 뉴요커로 살아온 라프 시몬스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보낸 시간들을 자신의 남성복 컬렉션에 그대로 반영했다.
7월 11일(현지 시간) 저녁에 열린 2018 봄/여름 라프 시몬스 남성복 컬렉션은 에이셉 라키, 줄리엔 무어, 제이크 질랄헬, 에쉬튼 샌더스, 마크 제이콥스 등 셀러브리티 팬들을 맨하탄 다리 기슭에 있는 안개 자욱한 중국 슈퍼마켓으로 초대했다.
런웨이 용도로 사용된, 희미하게 빛나는 골목은 흘리던 땀 조차 멎을 정도로 뉴욕에서 가장 차가운 거리를 연상시켰다. 관객들은 거리의 손수레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캔 맥주를 집어 들고 다수가 담배를 피웠다.
'뉴 오더(New Order)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중국풍의 그래픽 종이 랜턴부터 공상 과학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복제품에 가까운 네온 사인에 이르기까지, 라프 시몬스의 아이덴터티는 아주 분명했다. 종이 랜턴은 라프 시몬스가 캘빈 클라인 로고를 리디자인하기 위해 영입한 아티스트 피터 사빌(Peter Saville)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라프 시몬스는 "몇분 간격으로 지나가는 뉴욕 지하철은 뉴요커로 살고 있는 나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뉴욕에서 살면서 지하철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8 봄/여름 라프 시몬스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듯 했다. 특히 초기 컬렉션에 영향을 준 요소인 스쿨보이 유니폼과 본인이 성장하면서 듣고 본 뉴웨이브 음악과 그래픽이 그랬다. 그러나 22년이 지난 지금, 문자 그대로 느껴지는 그 어떤 레퍼런스도 그는 원하지 않았다.
아우터웨어 느낌 물씬한 피스들은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할 때 습득한 듯한 기술인 중세 꾸띄르 요소를 가미했으며 넓은 드레이핑으로 선보인 수도사에서 영감을 받은 피스도 눈길을 끌었다.
동서양의 문화를 믹스해 밝은 컬러나 오버사이즈 그래픽 프린트로 완성한 아시아 문화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아시아 농촌 여성들이 농사를 지을 때 주로 쓰는 모자가 눈길을 끌었다.
모델들은 중국풍 랜턴과 두루마리 LED 패널이 달린 백팩을 매고 무대를 활보했다. 영화 같은 무대 세트에 대해 라프 시몬스는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진짜 같은 가짜들이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낮에 시장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블레이드 러너'의 어두운 돔을 강조하기 위해 이브닝 쇼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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