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7-07-03 |
틸다 스윈턴-안서현, 피기 핑크드레스는 한복과 샤넬의 합작품(?)
최근 개봉한 어드벤처 영화 ‘옥자’에서 주인공 틸다 스윈턴과 안서현이 입은,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피기 핑크 드레스가 화제다. 이 드레스는 모두 샤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영화의상 디자이너 캐서린 조지가 밝힌 영화 의상의 뒷얘기를 소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 영화감독 봉준호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최신 영화 ‘옥자’는 클로즈업된 가는 골드 스틸레토가 돋보이는 톰 포드의 화이트 펌프스로 시작된다. 물론 이 금색 힐은 나중에 일어날 중요한 사건(?)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지난 주 수요일 넷픽스를 통해 공개되어 봉준호 영화 마니아와 패션 너드들을 함께 흥분시킨 비주얼적인 영화 ‘옥자’는 블랙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 스릴러, 호러와 같은 요소를 모두 갖춘 종합선물세트였다.
한국어와 영어 등 두 가지 언어에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 3개국에서 촬영된 야심찬 국제적인 프로젝트인 이 영화는 두 명의 영화의상 디자이너가 투입되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2009년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마더’를 함께 작업한 최세연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영화 의상을 함께 작업한 캐서린 조지였다.
특히 캐서린 조지는 영화 ‘설국열차’와 ‘케빈에 대하여’에서 틸다 스윈턴과 함께 작업해 그녀와의 남다른 환상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친환경 푸드 전문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 역으로 나오는 틸다 스윈턴은 영화 첫 장면에서 세계의 식량 부족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회사의 최신 프로젝트인 유전자를 변형한 '슈퍼 돼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영화에서 그녀는 스위트한 화이트와 핑크 팔레트 의상을 입고 나온다. 먼저 영화 초반부에서는 브랜드 ‘크레이쳐스 오브 더 윈드’의 클리닉 스파 가운처럼 보이는 화이트 린넨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이 의상은 “세상을 구원한다”는 미란다 기업의 ‘순수하고 깨끗한’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루시 미란도는 권좌에 오르면서 주름 장식이 있는 핑크색 샤넬 블레이저를 비롯한 여성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해 야만성과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영화 제목인 ‘옥자’는 한국 여인의 이름이 아니라 크기가 새끼 코끼리만하나 귀엽고 민감한 슈퍼 돼지 이름이다. 봉준호 감독의 온갖 장르를 뒤섞은 이 영화는 동화적인 우화적 요소가 강하다. 아이의 눈을 통해 대기업(자본주의)의 탐욕과 육식을 탐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잔인성을 비판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와 공포영화 그리고 사회비평 드라마와 아동 영화를 혼합한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작가 의식이 뚜렷이 엿보이는 독특하고 야심찬 작품이었다.
뉴욕의 유전자 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 미란도 그룹의 CEO 루시 미란도는 26마리의 돼지 새끼들을 세계 각국에 보내 누가 가장 살찌고 맛 좋은 돼지를 빨리 키울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산골에서 할아버지(변희봉)와 단 둘이 사는 13세의 소녀 미자(안서현)와 미자가 정성들여 키운 수퍼 돼지 옥자가 아름다운 자연(강원도 정선)을 배경으로 장난치는 장면이 묘사된다.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모습은 아이와 애완동물이 장난하는 것처럼 아름답고 정겹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에게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의 조니 윌콕스 박사(제이크 질렐할)가 산에 나타나 갑자기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가고,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미자는 무작정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뉴욕에 가면 베이컨으로 가공될 운명인 옥자가 트럭에 실려 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제이(폴 데이노)가 리더인 동물해방전선 게릴라들이 트럭을 습격해 미자와 함께 구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게 된다.
서울에서의 수출 작전이 언론에 공개되어 동물 학대라는 불리한 여론에 직면한 미란도 그룹은 이를 무마하려는 홍보 전략으로 미자를 초대하고 그 덕분에 미자는 옥자를 만나러 뉴욕으로 향한다.
맨해튼에서 옥자와 미자가 참석한 이벤트성의 수퍼 돼지축제가 열리는데, 이 행사를 제이 일행이 다시 습격하면서 소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미자는 도살장에 끌려간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도살장에 잠입하는데, 마치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도살장 장면이 끔찍하게 펼쳐진다.
유명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찍은 촬영이 알록달록하니 아름답고, 아역 배우 안서현의 야무지면서도 침착한 연기가 돋보인다. 한국적인 음악과 미국적인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OST 역시 돋보인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하이라이트 장면은 미자와 루시는 정교한 미란도 홍보를 위한 화려한 쇼에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피기 핑크 드레스를 함께 입고 함께 등장한다. 루시 미란도의 영화 속 의상을 위해 캐서린 조지는 전 야후 CEO 멜리사 메이어, 이방카 트럼프, 벤처기업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를 비롯한 다양한 남녀 CEO들의 의상을 탐구했다. 특히 버진 그룹 회장 리차드 브랜슨 경으로부터 가장 큰 인상을 받았다.
캐서린 조지는 서울에서 열린 샤넬의 2016 크루즈 컬렉션의 피날레 의상에 주목했다. 20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 틸다 스윈턴이 패션쇼를 직접 감상했고 또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가 한복에서 영감을 받아 서울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샤넬에서 영화 <옥자>를 위해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비슷한 핑크 가운을 제작했다. 대신 오리지날 제품의 블랙 리본은 영화에 맞게 ‘미란도-그린’ 벨벳 리본으로 교체되었다. 옥자를 환영하는 뉴욕 퍼레이드에서는 '피기 핑크' 색상을 유지했다.
캐서린 조지는 미자가 영화 속에서 입은 탑과 팬츠를 전통 한복 제작자와 함께 서울에서 제작했다. 그녀는 "샤넬 드레스는 아름다운 수제 패치워크 작업이지만 미자의 의상은 영화 속 설정으로 인해 약간 서투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틸다 스윈턴은 1인 2역을 맡아 루시의 쌍둥이 언니이자 퇴직한 CEO 낸시 미란도를 연기했다. 캐서린 조지는 낸시가 상상하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내용을 묘사하면서 “영화에서 그녀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자주 골프를 자주 쳤으며 스스로 영국 로얄 패밀리의 먼 친척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의 옷은 거의 테레사 메이 영국 수상으로 부터 영감을 얻었으며 영국의 헤리티지 브랜드 버버리가 응용되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꾸띄르 의상은 아니었지만, 제이크 질랄헬이 연기한 조니 월콕스 박사는 카고 쇼츠, 니 부츠 그리고 사파리 모자로 꽤 멋진 미학을 선보였다. 그녀는 “1970년대 영국에서 실제 방영된 TV 쇼였던 ‘애니멀 매직’에 동물전문가인 조니 모리스라는 사회자가 나오는데 그의 사파리 스타일을 조사, 반영했다"고 밝혔다.
캐서린 조지는 "질랄헬이 입고 등장한 하와이언 셔츠는 모두 ‘이튼 셔츠’ 제품이며 신발과 양말은 실제 보이스카우트 가게에서 구입했다. 정사각형 포켓이 달린 하와이언 셔츠 위에 입은 더블 브레스티드 블레이저는 조니 박사의 특징을 나타내는 룩으로 봉준호 감독이 그 아이디어를 무척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화에서는 블랙 슈트를 입은 동물해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이 나오는데 지도자 제이(폴 다노)가 블랙 슈트와 가는 넥타이 룩을 입고 나와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캐서린 조지는 “우리는 동물 해방 전선의 사진을 조사하면서, 실제로 동물 한 명이 두명의 남자에 의해 구출되는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옷차림에서 근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캐서린 조지가 미국 측 촬영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이미 한국에서는 미자와 할아버지(변희봉), 인상적인 CG의 옥자가 함께 등장하는 시골 장면으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봉준호 감독과 '마더'를 함께 작업한 영화의상 디자이너 최세연은 초록빛 시골 풍경을 풍기는 다소 촌스러운 미자의 어스-톤 의상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냈다. 촌스러움은 순수함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코드였다.
미자의 밝은, 수퍼 히어로와 같은 보라색과 빨강색 팔레트와 실루엣 전환은 매우 탄력적이었으며, 어두운 도시에서 다소 어두운 군중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13세 여전사를 연출했다. 특히 보라색은 빨간색의 힘과 파란색의 우아함을 합쳐 놓은 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고귀한 색이라 불려 왔다.
보라색은 직관력, 통찰력, 상상력, 자존심, 그리고 관용과 긍정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즉 어린 여전사로 변신하는 미자의 캐릭터를 컬러로 잘 보여준 셈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컬러를 모두 버리고 순수하고 깨끗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초록색 자연으로 다시 돌아오는 해피 엔딩 스타일을 보여준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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