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7-06-26 |
구찌의 미켈레·발렌시아가의 바잘리아, 거물 디자이너의 잇따른 디자인 도용 논란
발렌시아가의 바잘리아, 그룹 '퍼프 라이더스' 레코드 라벨 카피 의혹...네티즌 맹비난
구찌의 미켈레·발렌시아가의 바잘리아, 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거물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이며 연이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구찌의 알렉산드로 미켈레에 이어 최근 베트멍을 이끄는 발렌시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뎀나 바잘리아는 이케아백에 이어 디자인 카피 의혹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요즘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구찌의 알렉산드로 미켈레와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가 디자인 도용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치고는 묘한 인연이다.
이들은 CFDA 어워즈에서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인터내셔널 디자이너 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디자인 도용에 있어 가장 예민하기 때문에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다. 카피와 페러디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요즘 패션에서 과연 이 두 디자이너들의 카피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일까? 아니면 일부 주장처럼 아이디어의 고갈일까?
↑사진 = 발렌시아가의 2018 남성복 컬렉션과 카피 의혹을 제기한 그룹 러프 라이더스의 레코드 라벨 이미지.
미국 음악계의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스위즈 비츠(Swizz Beatz)는 최근 발렌시아가가 자신이 속해 있었던 그룹 '퍼프 라이더스' 레코드 라벨을 노골적으로 무단 카피했다며 발렌시아가를 맹비난했다.
그룹 러프 라이더스 출신으로 미국 팝계의 메인스트림을 이끄는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스위즈 비츠는 지난 주 수요일(현지 시간) 2018 봄/여름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 선보인 버튼다운 셔츠가 그룹 퍼프 라이더스의 2000년 레코드 라벨 버전을 마치 복사를 한 것처럼 똑같이 베낀 '붕어빵'이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렌시아가와 뎀나 바잘리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스위즈 비츠는 런웨이 쇼가 끝난 바로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발렌시아가의 최근 남성복 패션쇼에서 선보인 사진과 함께 구찌의 대퍼 단 디자인 도용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발렌시아가와 로프 라이더스 셔츠에 대해 최대한 빨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2018 봄/여름 발렌시아가 남성복 컬렉션에 선보인 문제의 아이템은 러프 라이더스의 싱글 'R'로고가 거의 그대로 베낀 것 같은, 레드 타입의 'B' 모티브 패턴이 들어간 롱 슬리브 버튼 다운 셔츠였다.
스위즈 비츠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으로 판단해 봤을 때 둘 사이에는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발렌시아가와 베트멍 인스트그램 계정에 링크를 걸어 "이것은 2000년 러프 라이더스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우리는 뭘하고 있지? 나를 다시 축복해 줘. 나는 단지 브롱크스와 할렘에 당신이 패션 스쿨을 열어줄 것을 원하고 있어. 문화로 다시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래! 생각해 볼래?"라는 다소 비꼬는 투의 댓글을 달았다.
8,083명이 '좋아요'를 누른 문제의 버튼 다운 셔츠 사진이 올라있는 발렌시아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 룩을 비난하는 화난 팔로워들의 댓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러프 라이더스에 입금하라" "입금할 때 존경을 표해라. 이것은 당신의 디자인이 아니다. 조금도 아니다. 개꿀잼 ㅉㅉ" "이 피스에 영감을 준 문화에 대가를 치르고 존경을 표해라. 러프 라이더스는 힙합 로얄티다. 그 로고는 셔츠라기 보다는 러프 라이더스의 상징이다" 등이다.
↑사진 = 2018 구찌 크루즈 컬렉션에서 선보인 재킷(좌)/ 대퍼 단이 올림픽 메달리스트 다이안 딕슨을 위해 맞춤 제작한 작품
↑사진 = 2018 구찌 크루즈 컬렉션에서 구찌가 디자인 도용한 것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스튜어트 스미드의 디자인 로고.
스위즈 비츠가 언급했듯이 메이저 패션 하우스가 힙합계의 다른 메이저 멤버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말 구찌는 2018 크루즈 컬렉션에서 할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맞춤 디자이너 대퍼 단의 오리지날 룩과 아주 유사한 재킷 디자인으로 비판을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같은 컬렉션에서 로고 디자인을 무단 도용해 로고 저작권을 가진 두 명의 인디 아티스트들과 네티즌들로부터 현재 비난을 받고 있다.
럭셔리 하우스 뿐 아니라 패스트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탑샵이 젊은 디자이너 웨슬리 베리먼의 시그너처인 레이스업 재킷과 트라우저를 무단 카피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웨슬리 베리먼은 온라인 미디어 '패셔니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너무도 많은 패션 대기업들이 힘없는 소수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훔쳐 수익을 창출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슬픈 진실이지만 대기업인 갑이 젊은 독립 디자이너인 을을 상대로 자행하는 이 불법 디자인 도용을 멈출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처음부터 도둑질을 멈추면 된다.
↑사진 = 최근 카피 논란으로 소송이 제기된 젊은 디자이너 웨슬리 베리먼의 오리지널 디자인(좌)과 카피 논란이 일어난 탑샵 제품(우).
하지만 그리 쉬운 방법은 아닌 듯 하다. 뎀나 바잘리아는 지난 시즌 발렌시아가 남성복 컬렉션에서 이케아 백을 카피해 논란이 일었지만 이케이가 소송을 하지 않아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지만 현재 상황은 아주 예민하다. 연이어 카피 논란에 휩싸인 럭셔리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도덕성에 흠집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이케아와 달리 카피 당사자인 스위즈 비츠는 SNS을 무기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베트멍'의 패러디 브랜드 '베트밈스'와 '발렌시아가'의 패러디 브랜드 '불렌시아가'를 출시한 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리셀 회사에서 일하는 데빌 트렌이 하이엔드 브랜드의 높은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저렴한 하이 패션' 전략으로 패러디를 선보였다. 그 첫번째 대상은 베트멍이었다.
↑사진 = 베트밈스에서 1/10 가격에 판매해 논란이 일었던 베트멍의 히트 아이템인 레인코트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베트밈스'는 베트멍의 빅 히트작인 레인 코트를 비롯한 베트멍의 시그너처 아이템을 1/10 가격에 판매해 논란이 일었다. 패러디는 정당할까 부당할까? 물론 오리지널 베트멍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짝퉁 논란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 베트밈스가 카피인지 페러디인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베트밈스에 이어 내놓은 '불렌시아가'는 럭셔리 브랜드 '발렌시아가'를 페러디한 것이다. 발렌시아가 역시 현재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베트멍의 경우 뎀나 바잘리아가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겠지만 발렌시아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소유가 아닌 카피에 민감한 하이앤드 브랜드로 이미 이전에 어러 번의 카피 소송을 벌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러프 라이너스 디자인 도용은 페러디와 다른 문제로 부상했다.
↑사진 = 베트밈스에 이어 두번째 페러디인 '블렌시아가' 제품들
이제 페러디의 대상이었던 발렌시아가가 무단으로 디자인 카피를 한 브랜드로 입장이 바뀌었다. 카피와 페러디의 미묘한 헷갈림 속에서 앞으로 발렌시아가와 뎀나 바잘리아의 반응이 주목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즉 내가 하면 디자인 영감이고 남이 하면 카피라는 논리와도 같다.
패러디는 유투브의 커버 문화처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리지날이 존중받고 보호받을 때 패러디 역시 빛날 수 있다. 소위 잘 나가는 두 명의 디자이너에 의해 제기된 카피와 페러디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최근 카피 논란에 중심에 서있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바 바잘리아(좌)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우)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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