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7-06-05 |
베트멍의 파격 ''전통적 방식의 소모적인 패션쇼 중단하겠다''
옷이 아닌 향수와 지갑 등을 팔기위한 연중 패션쇼 비효율적...패션드림 아닌 '리얼리티' 팔아야
베트멍의 헤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전통적인 형태의 런웨이 컬렉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전세계 패션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두려움 없는 81년생 Y세대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는 지난주 금요일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베트멍은 전통적인 방식의 소모적인 컬렉션을 선보이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패션쇼 시스템에 싫증이 난다. 패션쇼가 최고의 도구는 아니며 이제 패션쇼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섹스 클럽, 레스토랑, 교회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시즌을 앞당겼다. 또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무대에 올렸지만 그것은 반복적이고 소모적이었다. 이제 놀라움에 가까운 패션쇼를 통해 변화를 주어야한다"고 말했다.
힙스터리즘, 창조적 해체주의를 내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한 베트멍은 불과 3년만에 이시대의 파격을 상징하는 하나의 집단, 새로운 철학으로 인식되며 창조적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체와 재가공을 통해 만든 베트멍의 후디 스웻 셔츠와 패치워크 데님 등은 밀레니얼 슈퍼스타부터 전설적인 디바, 대중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패션위크 기간 동안에도 스트리트를 휩쓴 히트 아이템 역시 베트멍 스웻 셔츠가 대세였다.
지난 2016년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DHL로고가 찍한 티셔츠는 330달러에도 단숨에 완판되었으며 1,300달러(약 146만원)짜리 타이타닉 후드티, 900달러(약 213만원)의 엉덩이 지퍼 포켓 청바지 등 연이은 히트작들을 쏟아내며 B급 정서로 치부되었던 하위문화를 하이엔드 패션의 메인무대로 올려놓는 진가를 발휘했다.
그들의 비상식적이며 도발적인 발상은 새로운 세대의 역습이었으며 패션계의 관습과 낡은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었다.
베트멍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뎀나 바잘리아는 동시에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스트리트웨어 감성을 럭셔리 하우스에 접목시키며 또한번 세계 패션업계 전반에 파문을 일으켰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소매와 과장된 어깨선,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해체주의 패션 등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컬렉션을 제시하며 전세계 패션계를 사로잡았으며 패션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비옷과 소방복 등을 선보이며 럭셔리에 대한 관념을 뒤엎고 럭셔리의 민주주의를 실행에 옮겼다.
패션쇼 자체도 파격적이었다. 베트멍은 기존의 유명 모델을 쓰지 않고 동료와 친구들, 인스타그램에서 알게된 일반인과 노인 등 워킹 연습조차 안되어 있는 평범한 사람을 무대로 올리며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을 계속한다. 마치 권위속에 갖혀있는 럭셔리 엘리트주의를 조롱하듯 패션계 관행을 무시하고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며 럭셔리를 일상속으로 이끌어냈다.
베트멍의 이같은 성공전략은 비즈니스 모델이 철저하게 아이템 중심의 전략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과시적인 온리-원 패션쇼보다 오히려 짝퉁을 파생시키는 베스트-원 아이템 전략이 먹힌 셈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멍은 창의성과 상업적인 전략의 적정 바란스를 이루며 버버리, 톰 포드, 타미 힐피거와 같은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메이저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다.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는 "우리는1년에 단 두 번의 컬렉션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수립했으며 프리-컬렉션(pre-collections) 제작에 집착하지 않는다. 창조적인 부분은 시장보다 훨씬 앞서 가야 한다. 시장에 없는 것을 제공하고, 시장에 도전하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베트멍은 꾸띄르 위크 기간에 바이어와 프레스 등 개별적인 스케줄을 통해 2018 봄/여름 컬렉션을 이번달부터 새롭게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베트멍의 CEO이자 뎀나 바잘리아의 형인 구람 바잘리아는 지난 금요일 ‘WWD’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지금은 패션쇼가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너무 많다. 규모는 작지만 디테일에 충실한 브랜드와 패션쇼, 패션위크와 컬렉션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1년 내내 계속되는 패션쇼는 형식적으로 보여주기위한 포맷으로 흥분마저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구람 바질리아는 "베트멍은 스토리가 있는, 잘 만들어진 일상복과 기능적인 의류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런웨이용으로 옷을 따로 만들지 않는다. 지금의 패션쇼는 더 이상 옷과 관련이 없으며 심지어 런웨이에 등장하는 옷은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매장에서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패션쇼는 향수와 지갑을 판매하기 위한 꿈을 파는 것에 불과하다. 옷이 아닌 다른 물건을 팔기위해 옷을 보여주는 패션쇼는 더이상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패션 드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팔아야한다"고 말했다.
4대 패션위크를 포함해 거의 1년
내내 열리는 패션 위크 과잉에 대한 문제는 이미 몇 년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덕분에 몇몇 패션 선진국이 독점했던 유행 전도사로서의 패션위크의 파괴력도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세계 패션업계는 ‘현장직구’ 패션쇼 등으로 컬렉션의 방식이 점차 바뀌고 있으며 남성복과 여성복 프레젠테이션이 통합되고 있다. 제인슨 우처럼
기존 여성복 컬렉션에 크루즈 컬렉션과 프리 폴 컬렉션을 통합하기도 한다. 또한 구찌, 버버리, 톰 포드 등 디지털에
정통한 브랜드 역시 소비자 친화적인 ‘현장직구’ 형태로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동참하는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패션계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핫한 브랜드 베트멍이 전통적인 방식의 런웨이 쇼 중단을 선언했지만 유명 럭셔리 패션하우스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의 패션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멍의 창조적 해체주의 정신이 대중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창조적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 처럼 전통적인 방식의 패션쇼가 아닌 그들만의 독립적인 형태의 패션쇼가 또 한번 럭셔리 패션하우스 주도의 패션 시스템을 깨고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지금도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의 패션쇼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패션위크는 필요악이라는 말도 있지만 필요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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