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3-11-12 |
몰래 들여다본 타인의 옷장은?
오상택 사진전 … 현대인의 숨은 욕망과 자아 표현
순백의 하얀 드레스가 어두운 무대를 배경으로 나풀나풀 춤춘다.
깃털처럼 금방이라도 가볍게 하늘로 솟을 것 같은 선녀의 옷처럼 하늘거린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한들한들 바람에 날리는 드레스에서 눈을 떼니 옷걸이가 보이고 어두운 무대는 까만 옷장이었음이 눈에 들어온다.
숨겨진 누군가의 옷장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작품은 사진작가이자 서울예술대 사진학과 교수 오상택(43)의 신작이다.
작가는 가상의 옷장 속에 걸린 옷을 소재로 현대인의 잠재된 욕망과 자아의 모습을 표현한 신작 34점을 모아 11월 14일부터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 'CLOSETS(옷장들)'을 연다. 2005년부터 옷장 작업을 시작한 그는 남성용 양복저고리에서 시작해 여성 의류로까지 시야를 넓혔다.
옷이지만 그냥 옷이 아니다. 누구나 옷은 걸치지만 오직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명품 의류를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명품이 걸려 있는 옷장 사진을 조선회화 양식의 하나인 책가도(冊架圖)에 비유한다. 책가도에는 저급하게 책을 진열하기보다 그림이라는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지식과 생활 수준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선비들의 속마음이 담겼다.
오상택 작가는 "책이 조선사회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었듯 지금 우리의 시대성을 상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명품 옷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소수 부유층만이 걸칠 수 있는 명품 옷은 벗은 몸을 가리는 옷 본연의 기능에서 살짝 벗어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의 상징처럼 돼 버렸으니 책가도에 등장하는 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캔버스에 사진을 인화해 그림처럼 은은한 느낌이 들고 옷의 크기도 실제보다 크게 표현해 사진의 특징인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업이다. 전시 기간인 11월 27일 오후 5시 전시장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의류를 대여해주는 퍼블리카 아뜰리에의 패션쇼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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