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7-02-14 |
[리뷰] 페미니스트 찬가, 2017 가을/겨울 프로발 그룽 컬렉션
프로발 그룽은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아름다운 옷, 탁월한 모델 캐스팅 그리고 파워풀한 메시지 등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플랫폼을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우회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의 패션순간이었다.
패션은 행동주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프로발 그룽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은 행동을 촉구하는 문자 그대로 체제전복적이었으며 패션쇼 관람객들을 모두 기립하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패션쇼 피날레에 박수를 치지 않은 여성들도 기꺼이 박수를 칠 정도로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의 패션 순간이었다.
프로발 그룽 컬렉션은 '존중'과 '당신은 나를 가질 수 없어요(You Don't Own Me)'와 같은 페미니스트 찬가를 설명하는 가운데 여성스러운 드레스, 럭스 스커트, 샤프한 슈트의 퍼레이드가 런웨이를 강타했으며 밝은 유행 컬러와 실버 메탈이 주목을 받았다.
프로발 그룽은 자신의 쇼 노트에서 "이번 컬렉션은 여성스러움에 대한 정의를 표현하도록 영감을 제공한 파워풀 여성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이며, 우리는 신념을 얘기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팔 출신의 디자이너 프로발 그룽은 "한 소수 민족의 몰락이 모든 인류의 종말과 동등하다"고 여겨지던 1940년대 미국과 네팔의 전시때 여성들을 되돌아 보았다. 이번 컬렉션은 "여성이 여성스럽게 옷을 입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프로발 그룽의 대답은 두꺼운 양모나 밝은 컬러의 모피로 만든 외투와 실크와 벨벳으로 만든 가운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이었다. 레몬 옐로우, 에머랄드 그린과 청록색 블루와 같은 일렉트락 팝 컬러는 뉴트럴과 믹스되었다.
피날레 무대에서는 존 레넌의 노래 '이메진'과 함께 모든 모델들이 "사랑은 저항이다(love is the resistance)," "벽을 부수자(break down walls)," "우리의 정신, 우리의 몸, 우리 힘(Our minds, our bodies, our power),"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했다(Nevertheless she persisted)," "나는 이민자다(I am an immigrant)," "나는 꿈을 꾼다(I have a dream),"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be silenced)," 등과 같은 페미니즘 슬로건이 들어간 그래픽 티를 입고 등장했다.
모델들은 런웨이 무대를 천천히 워킹하며 관객들이 셔츠의 문구를 읽을 시간을 주었으며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파도처럼 쇼장 안에 울려퍼졌다. 많은 여성관객들이 눈물을 흘린가운데 피날레 무대에 등장한 디자이너 프로발 그룽은 "이것이 페미니스트의 모습이다(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라는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인사를 했다.
일부 디자이너에게는 주목을 끌기위한 엉뚱한 시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주 진심어린 순간이었으며 존 스몰스, 조세핀 스크라이버, 사라 삼파이우, 그리고 패션쇼 오프닝을 장식한 벨라 하디드가 포함된 다양성 라인업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 캔디스 허핀, 마키타 프링을 추구한 모델 캐스팅을 통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프로발 그룽은 이번 패션위크에서 아름다운 옷, 탁월한 모델 캐스팅 그리고 파워풀한 메시지를 통해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플랫폼을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우회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도날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인 '반(反)이민' 행정명령 때문에 촉발된 시위는 이제 페미니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런던과 파리, 밀라노에서도 패션을 통해 페미니즘 시위(?) 역시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