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2017-01-20

아듀! 미셸 오바마의 '치프&시크' 스타일

이제 패션 아이콘 미셸 오바마는 '치프 앤 시크(cheap & chic)'라는 룩을 남기고 패션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정신과 스타일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제이.크루와 함께한 지난 8년간 써내려간 치프&시크 스타일 순간을 만나보자.




난 2008년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세전을 펼칠 때 미셸 오바마는 NBC 방송의 토크쇼를 위해 노란색 카디건과 펜슬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다. 당시 그녀가 입은 의상이 모두 합해 340달러인 제이.크루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퍼스트레이디가 대중적인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명 ‘제이.크루 사건’으로 불리며 뉴스가 확산되면서 제이.크루 매출은 급신장했고, 미국 내에서만 판매되는 브랜드임에도 전 세계에서 구매가 쇄도하는 바람에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당시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투나잇쇼’에 출연한 미셸 오바마는 진행자로 부터 "당신 옷장에 있는 의상들은 얼마쯤 되느냐? 6만불? 7만불?”라는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을 받았다. 당시 사라 페일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 운동기간 의상 비용으로 15만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던 때였다. 이 의도적인 질문에 미셸 오바마는 “미국 여성들은 제이.크루를 잘 알고 있다. 온라인에서 좋은 옷들을 싸게 살 수도 있다.”면서 재치있게 받아 넘겼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출연한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 중에서도 시청률이 가장 높은 NBC 방송의 '투데이쇼'에서는 저가 패스트 브랜드 H&M의 하얀색 물방울 무늬 블랙 시폰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당시 이 드레스는 4만원 짜리 제품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가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선보이는 치프&시크 룩에 주목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미셸 오바마의 '치프&시크' 스타일은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의 스타일과 함께 일반적인 트렌드가 되었지만, 당시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인식되었다.


정치분석가들과 미디어들은 죽어가는 미국의 리테일 시장을 살리기 위한 퍼스트레이디 솔선수범이라는 칭찬과 함께 미국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러나 다소 비싼 디자이너 럭셔리 브랜드를 주로 다루는 <보그> 등 패션 미디어들은 설령 정치적 의도가 있더라도 게의치않고 오히려 미셸 오바마의 과감한 선택과 그녀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스타일에 박수를 보냈다.





지난 8년 동안 미셸 오바마는 공식 행사에서는 과감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즐겨 입었지만 평상시에는 중저가의 대중적인 브랜드를 자주 입었다. 다른 퍼스트레이디들처럼 구치와 베르사체, 지방시, 랑방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를 입었지만 제이.크루, H&M, 갭 등 대중적인 중저가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많았다. 때로는 고급 드레스 위에 중저가 카디건을 겹쳐있는 파격적인 치프&시크 스타일을 선보여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 8년간의 미셸 오바마를 평가하면서 “패션 역사상 최고의 레인 메이커”라고 지칭했다. 레인 메이커는 ‘행운을 부르는 사람’ 혹은 ‘특정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다른 매체인 <가디언>은 “미셸이 패션으로 정치적 마술을 부릴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용감한 매력과 현대적인 우아함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했다.



이제 퍼스트레이디로서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면서 그녀와의 관계 덕분에 인정과 존경을 받은 많은 미국의 디자이너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셸 오바마는 젊은 미국 디자이너들을 좋아했으며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디자이너들의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쿠바계인 나르시소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같은 쿠바계인 이사벨 톨레도, 중국계인 베라왕, 대만계인 제이슨 우, 인도계인 나임 칸, 태국계인 타쿤 , 일본계인 쇼지 다다시와 같은 디자이너들의 옷을 즐겨 입었다. 8년전 이름없는 신인이었던 제이슨 우의 경우 두번의 대통령 취임 축하 무도회 드레스와 마지막 대통령 연설 때 입은 드레스를 디자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셸 오바마는 늘 유행의 최전선에서 퍼스트레이디 패션을 추구했으며 자신의 훤칠한 키와 건강한 몸매를 고려한 옷차림을 선보였다. 또 지역과 문화에 대한 강한 연대감, 젊은 재능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관용과 함께 스타일에 늘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녀는 퍼스트레이디로서의 마지막 연설에서 “종교와 인종, 신념의 다양성이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 뿐이 아니었다. 이날 그녀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빨간 색 드레스를 선택했다. 쿠바출신의 동성 연인과 결혼한 디자이너 의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미국의 중가 브랜드 제이.크루는 지난 8년동안 자신들에게 기회를 주고 디자인 영감을 준 미셸 오바마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제이.크루의 사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나 라이온스는 직원을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미셸 오바마가 8년동안 제이.크루를 입었던 상징적인 순간을 되돌아보고 제이.크루의 플래피 룩과 럭셔리 브랜드를 믹스하는 '치프&시크' 유산을 다시 확인해 보자.


지난 2009년 영국을 국빈 방문시 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의 아내 사라 브라운을 방문한 미셸 오바마는 제이.크루의 별자리 카디건과 반짝이는 도트 프린트의 민트 그린 펜슬 스커트를 입었다.




지난 2009년 터키 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인 에르민 에르도안을 백악관에서 만난 미셸 오바마는  제이.크루의 박짝이는 카디건에 뉴트럴 톤의 시프트 드레스를 입었다.




버락 오바마와 함께 관람한 타우슨 농구 경기에서 미셸 오바마는 블랙 청바지와 컨버스 스니커즈와 잘 어울리는 제이.크루의 큰 하트 문양이 들어간 스웨터를 선택했다.   




버지니아 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구내 식당에서 미셸 오바마는 진주 목걸이에 제이.크루의 아가일 무늬 스웨터를 착용했다.




지난 2012년 제이 레노와 함께 출연 토크쇼 <투나잇쇼>에 모두 제이.크루를 착용했다.




지난 2012년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에 참석한 미셸 오바마는 제이.크루의 황색 스웨이드 펌프스에 신인 디자이너 타냐 테일러의 드레스를 입었다. 




지난 2012년 전국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행사에서 그녀는 제이.크루의 테일러드 코트를 착용했다.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 날 미셸 오바마는 톰 브라운의 코트에 원석으로 장식한 제이.크루 벨트를 믹스해 치프&시크 스타일을 선보였다.    

 

         


지난 2013년 부활절 전야 행사를 위해 월터 리드 국립 밀리터리 메디컬 센터를 방문한 미셸 오바마는 보라빛 제이.크루 카디건을 착용했다.




두 딸과 함께 아일랜드의 위클로 국립공원을 방문한 미셸 오바마는 매력적인 파카 코트를 착용했다. 




지난 2013년 연례 피닉스 어워즈 저녁 식사 행사에 제이.크루 벨트를 격자 무늬 가운과 매치했다.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연설을 한 미셸 오바마는 제이.크루의 메리골드 블라우스와 카디건 콤보를 선보였다. 이 옷은 2008년에도 입었던 스타일로 벨트만 추가했을 뿐이다




가족과 함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주말 여행을 떠난 미셸 오바마는제이.크루의 깅엄 드레스를 선택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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