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7-01-09 |
미셸 오바마의 ‘빨간 패션’과 박근혜의 ‘새빨간 옷’
올해는 붉은 닭띠 해다. 그 어느 때보다 빨간색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최근 두 여성의 비교되는 레드 패션이 화제다. 같은 색이지만 ‘옷’을 입은 한국의 여성 대통령과 ‘패션’을 입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바로 ‘절망적인 새빨간 거짓말’과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희망적인 메시지’의 차이였다.
이달 말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지난 1월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교육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감동적인 마지막 고별 연설을 했다. 마지막 공식 연설을 통해 짧지만 강렬한 패션 메시지를 그녀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궁극적인 파워 우먼의 색상인 빨강색을 선택했다.
지난 8년 동안 미셸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가 지난 2008년 11월 4일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선택한 대담한 블랙과 레드의 슬리브리스 드레스부터 지난해 1월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입은 메리골드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요한 행사 때마다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드레스를 착용했다.
지난 주 금요일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연설에서도 미셀 오바마는 그를 선택했다. 미니멀한 프리-폴 2017 룩인 컷 아웃 칼라가 돋보이는 강렬한 레드 드레스는 타임리스 스타일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영감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쉬운 눈물을 흘리면서 진행된 마지막 연설에서 박수를 받는그녀의 담대한 옷차림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제 그녀가 더 이상 그녀가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사려 깊은 그녀의 말과 세련된 스타일은 계속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시사했다. 미셸 오바마가 던진 “젊은이들이여! 미래를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는 오랫동안 소외된 국민을 위한 패션 정치를 펼쳐왔던 그녀의 진정성이 돋보였다.
그녀는 단순히 옷을 잘입은 것이 아니라 옷으로 정치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남편 못지않은 정치적 존재감을 얻었다. 그녀는 평상시에는 H&M이나 제이.크루와 같은 저가 패션을 자주 입어 치프&시크라는 자신만의 정체성이 분명한 패션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드레스를 입을 때도 소수인 이민자 출신 신인 디자이너인 쿠바계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중국계 제이슨 우, 인도계 나임 칸, 태국계 타쿤, 한국계 두리 종의 옷을 입었다.
이를 통해 그녀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종과 출신을 중요치않다. 재능만 있다면 퍼스트래이디도 당신의 옷을 입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듯 하다. 따라서 미셸 오바마가 마지막 연설의 드레스로 소수인 동성애자이자 쿠바계 디자이너의 빨강 드레스를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패션 정치였다.
한편 미셸 오바마는 마지막 고별연설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품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녀는 “나는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면서 “그러니 절대 두려워 말라. 집중하고, 굳은 결의를 품고, 희망을 갖고, 능력을 갖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다음 저 밖으로 나가서 여러분이 배운 것을 여러분에게 무한한 약속을 해줄 만한 나라를 만드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희망을 품고 본보기가 되고, 절대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녀는 “우리의 영예로운 다양성, 종교와 인종, 신념의 다양성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우리로 만든다.”고 미국의 다양성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어 “따라서 젊은이들이여, 어떤 누구라도 여러분이 자기 자신을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내버려두지 마라. 여러분은 정확히 여러분 자신일 권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집안에서 대학을 간 첫 세대인 미셸 오바마는 시카고시 수도국에서 펌프 기사로 일했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희망의 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나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의 희망, 언젠가 그의 자녀들이 대학에 가고 그 자신은 한 번도 꿈꾸지 않은 기회를 얻게 되리라는 그 희망이 바로 우리 한명 한명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줘야 할 종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그것이 매일매일 이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눈에 눈물을 비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의 퍼스트레이디였던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면서 “그리고 내가 여러분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퇴임 이후에도 교육, 어린이 비만과의 전쟁, 군인 가족들의 지원 등 퍼스트레이디 시절 옹호해온 문제들에 관해 지속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천만 촛불민심이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의 빨간 패션을 어떠한가. 지난 201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가 새누리당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꿨다. 또 한나라당의 상징 색이던 푸른색도 보수 정당에선 금기시됐던 레드 콤플렉스의 상징인 빨간색으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그녀는 대선 기간 동안 빨간색 점퍼와 스웨터, 목도리 장갑, 운동화를 신고 전국을 누빈 끝에 준비된(?) 첫 여성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그녀는 외국 정상들이나 고위급 인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주 빨간 패션을 선호했다.
빨간색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DNA인 권위주의를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쨌든 옷을 자주 바꿔 입는 여성 대통령의 새빨간 패션은 정치 메시지를 담아내는 패션 정치로 둔갑해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경제를 활력 있게 살려야 한다는 의미로 스스로 ‘투자 활성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새빨간 재킷은 늘 화제 거리였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을 통해 드러난 대통령의 패션 정치의 진실은 콘텐츠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새빨간 패션은 결국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 아닌 그 단초마저 태워버린 국정 농단 화마가 되었다.
더구나 화이트 선글라스와 화이트 블라우스를 매치하는 최악의 코디를 보여준 패션 문외한인 강남 실세 아줌마와 펜싱 선수 출신의 호스트가 밀실(?)에서 만든 대통령 의상은 백화점 내 유명 브랜드를 카피한 깃에 귄위주의를 담은 ‘옷’에 불과했다.
또한 최근에는 새누리당이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의 영세교와 연루됐다는 설이 나오는 종교단체 ‘신천지’의 순우리말 이름이라는 의혹이 일었고, 새누리당의 그릇 모양 로고가 최 씨의 딸 정유라를 위한 말안장 모양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즉 첫 여성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 부녀의 꾐에 빠져 혁신적이고 세련된 ‘패션’이 아닌 구태적이고 지저분한 ‘옷’을 입었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국민들 상대로 한 빨간 패션은 결국 새빨간 거짓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적신호가 된 셈이다.
물론 보수 언론도 한몫했다. 최순실과 고영태 듀오가 함께 불법 ‘고원 의상실’을 차려놓고 빨간 옷을 입혀 ‘투자 활성화복’으로 거짓말하게 하고 해외 순방 시에도 빨간 한복을 입혀 한복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할 때 보수언론도 ‘패션정치’니 ‘패션외교’니 하면서 얼빠진 행태를 오히려 부추겼다.
지난 2013년 9월 7일자 <동아일보>는 무려 4개 면을 펼쳐 ‘박근혜 패션 프로젝트’를 보도하며 패션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기사들 속엔 “그(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선망하는 ‘패션 지지자’가 많다”, “요가로 다진 날씬한 몸매와 단아한 외모 덕분에 ‘옷발’이 잘 받는 스타일이다”, “때와 장소, 목적과 상대에 따라 옷의 색상을 골라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와 같은 칭찬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K패션을 농단한 고원 의상실에서 탄생된 새빨간 거짓말 패션으로 밝혀졌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로봇 대통령과 비선 실세,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모르쇠 청문회'와 청와대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대통령의 거짓말로 가득한 '새빨간 번개 간담회'는 국민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따지고 보면 천인 공로한 최순실 게이트는 스스로 금수저임을 폭로한(?) 딸 정유라의 SNS 댓글 “능력이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을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로 시작되었으며 그 댓글은 이 땅의 많은 흙수저 젊은이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연설을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던진 미셸 오바마의 진정성어린 빨간 패션은 박근혜의 절망적인 새빨간 패션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패션 저널리스트 로빈 기번은 “여성 정치인의 패션은 정치적 성명 발표다”라고 말했다. 300명의 아이들이 수장되는 순간에도 올림머리를 했다는 여성 대통령. 수많은 옷과 올림머리가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7시간 세월호 진실과 진정성 어린 고해성사를 요구하는 1천만 촛불 민심을 무시한 대한민국 첫 여자 대통령의 구시대적인 변명과 미래 청년 세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을 비교해 보면 같은 색이지만 단지 '새빨간 옷'을 입은 한국의 여성 대통령과 '빨간 패션'을 입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의 같지만 다른 패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패션은 메시지이자 철학이다. 또한 그 안에는 정체성과 진정성이 들어있다. 그래서 패션은 자신을 나타내는 또 다른 얼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체성 없는 거짓 ‘새빨간 패션’은 절망과 분노를 줄 뿐이다. 또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소통이 없는 마이웨이 패션 역시 감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오늘 아침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의 레드 패션을 통해 패션의 참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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