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6-12-29 |
[결산] ‘다양성’과 ‘포괄성’에 주목한 2016 세계 패션계 빅 이슈들
올 한해 세계 패션계를 주도한 화두는 ‘다양성’과 ‘포괄성’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2016년의 세계 패션계는 트렌스젠더의 가시성과 함께 인종, 몸매, 연령 등 다양성에 있어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6년에도 세계 패션계는 여전히 백인 모델, 마른 몸매, 젊은 세대, 시스젠더(cisgender,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불일치하는 트랜스젠더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말함) 등을 찬미했다.
트렌스젠더의 가시성, 인종, 몸매, 연령 등 다양성은 올해들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아직 패션 산업이 가야할 길도 멀지만,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올 2016년은 비즈니스적인 ‘다양성’과 ‘포괄성’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인종 측면에서 보면, 지난 2월에 개최된 2016 가을/겨울 뉴욕 패션위크 모델 라인업은 최근 몇 년 중에서 가장 다양해진 현상을 보여주었다. 전 시즌보다 유색 인종 모델 비율이 3.5%나 증가했다(하지만 이어진 2017 봄/여름 뉴욕패션위크에서는 다시 한발 뒤로 물러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몸매 다양성의 경우, 올해는 큰 키, 굴곡진 몸매, 작은 몸매를 포함해 빅 사이즈 모델 바비 인형도 출시되었다. 마텔사는 바비 인형 후보 리스트에서 7번이나 언급 되었던 빅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을 닮은 인형을 11개월 후에 만들어 2016년 깜짝 스타로 만들었다.
H&M과 제이크루는 런웨이에 모든 연령대의 모델들을 캐스팅했다. <엘르>와 같은 패션 잡지들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74세)와 헬렌 미렌(71세), 케이티 베이츠(68세)와 같은 나이 많은 여성들을 표지 모델로 등장시켰다. 트렌스젠더 가시성의 경우도 모델 하리 네프와 안드레아 페직 등이 광고 뿐 아니라 패션쇼 무대와 잡지 표지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타미 힐피거는 장애 아동들을 위해 디자이너 브랜드 최초로 적응형 의류 라인을 런칭했다.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은 발렌티노의 2016 봄 캠페인은 흑인들이 주로 하는 여러 가닥으로 머리를 딴 백인 여성들을 등장시켰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유명 패션 하우스는 영국 <보그>의 표지 촬영을 하는 애슐리 그레이엄에게 옷 입히는 것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2016 봄/여름 패션쇼에 흑인들의 특징인 머리카락을 여러 가닥으로 가늘게 땋아 늘어뜨린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돌체 & 가바나는 2,395달러(약 289만원)짜리 신발에 ‘노예 샌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 1년간 ‘다양성’과 ‘포괄성’이 돋보였던 빅 이슈들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 본다.
▶2016년 1월
플러스-사이즈 패션 전시회
뉴욕대학교의 코스튬 연구 프로그램 덕분에 개최된 ‘측정을 넘어: 패션과 플러스-사이즈 모델(Beyond Measure: Fashion and the Plus-Size* Woman)’이라는 타이틀의 전시회는 올 1월 13일에 오픈되어 2월 3일까지 열렸다. 이 전시회에는 18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의복과 함께, 패션 역사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한 플러스 사이즈 몸매를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을 선보여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바비는 자사의 인형 라인에 키 크고, 통통하고, 어린 아이처럼 몸집이 작은 몸매 유형을 추가
바비 인형을 만드는 마텔사는 올 1월 말에 2016년 한 해 동안 새로 업데이트된 체구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바비의 다양한 피부 색조와 모발 텍스쳐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 2016년 2월
최근 몇 년 중 가장 다양성이 돋보였던 2016 가을/겨울 뉴욕패션위크
2016 가을/겨울 뉴욕패션위크의 120여개의 패션쇼가 끝난 후, 온라인 미디어 <더 패션 스팟>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대에 오른 유색 인종 모델 비율은 31.9%였으며 이는 2016년 봄/여름 시즌의 28.4%에 비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와 밀라노는 각각 21.9%와 19.7%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잭 포센은 자신의 쇼에 거의 대부분 유색 인종 모델들을 캐스팅했으며, 스포츠 브랜드 크로맷(Chromat) 디자이너 베카 백카렌은 민족성, 사이즈, 젠더 등 패션쇼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수영복 특집호 표지 모델로 등장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수영복 특집호는 올해 52년 잡지 역사상 처음으로 모델 헤일리 클라우슨, 이종격투기 선수 론자 로우지, 빅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 등을 표지에 등장시켰다. 특히 표지 모델로 캐스팅되어 주목을 받은 플러스-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은 인터뷰에서 “이 표지는 자신의 몸매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슬림 디자이너 하나 타지마의 '모디스트' 유니클로 컬렉션, 미국 상륙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슬림 패션 디자이너이자 블로거인 하나 타지마는 지난해 유니클로와 손잡고 무슬림 의상을 뜻하는 ‘모디스트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2월 26일, 2016 봄/여름 컬렉션은 유니클로 온라인과 뉴욕 5번가의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선보였다. 아직도 9.11테러로 무슬림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남아있는 미국에 무슬림 패션을 소개한 것은 의미 있는 다양성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드레아 페직, 성 전환 후 처음으로 패션지 표지 모델로 캐스팅
지난 2014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한 트렌드젠더 모델이자 LGBTQ 옹호자인 안드레아 페직은 스페인 <마리끌레르>의 2016년 3월호 표지 모델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녀는 미국 <보그>에서 개인 프로필을 접수한 최초의 트렌스젠더 모델이 되었다.
타미 힐피거, 장애 아동을 위해 사상 최초의 적응형 의류 라인 출시
기존 의류의 적응형 버전을 개발하는 비영리단체 ‘런웨이오브드림(Runway of Dreams)’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미국 브랜드 타미 힐피거는 디자이너 최초로 아동들을 위한 적응형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2월 23일에 처음 선보인 이 컬렉션은 타미닷컴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2016년 3월
H&M, 2016 가을/겨울 모델 캐스팅 다양성 게임에서 두각
파리 패션위크에서 매시즌 자사의 스튜디오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H&M의 2016 가을/겨울 패션쇼는 연령과 몸매 뿐 아니라 인종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앰버 발레타와 팻 클리브랜드(각각 42세와 65세)를 포함한 모델들은 하리 네프와 안드레아 페직과 같은 트렌스젠더, 팻 클리브랜드 의 딸 안나와 함께 런웨이를 워킹했다.
<글래머>, 레인 브라이언트와 함께 플러스 사이즈 패션 특집호 런칭
<글래머> 잡지는 12사이즈 이상의 미국 여성들을 타겟으로 애슐리 그레이엄을 표지 모델로 내세운 첫 특집호를 발행하면서, 미국의 플러스 사이즈 여성복 브랜드 ‘레인 브라이언트’와 장기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표지 문구의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으로 에이미 슈머가 언급되자, 당사자인 에이미 슈머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나는 사이즈 6과 8사이의 옷을 입는다. 글레머는 자세한 설명없이 플러스 사이즈 특집에 나를 포함시켰다. 기분이 나쁘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글래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했다.
▶2016년 4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캔디스 허핀, IMG 전속 모델 계약
지난 수년간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유명해진 플러스-사이즈 모델 캔디스 허핀은 지난 4월 5일,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IMG 모델의 ‘통통한 몸매’ 모델로 캐스팅되어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는 플러스-사이즈 모델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그만큼 확대되었다는 의미로 다양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뉴스였다.
▶2016년 5월
새로운 보고서는 모델 캐스팅의 다양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입증
5월 초, 온라인 미디어 <더 패션 스팟>은 422명의 모델이 캐스팅된 236개의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분석한 2016년 봄 시즌의 광고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유색 인종 모델 비율은 이전 시즌 광고 캠페인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인 캐스팅 비율은 21.8로 아직 1/4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이전 시즌과 비교해 봤을 때 6.5% 증가했다.
크리스찬 시리아노,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 레인 브라이언트와 콜라보레이션
레인 브라이언트 최초의 ‘여성에게 힘을 북돋는 우먼 서밋(Empowering Women Summit)’을 시작하면서,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는 UN에서 플러스-사이즈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델로 애슐리 그레이엄, 캔디스 허핀과 간은 슈퍼 모델과 가비 프레시와 니콜렛 메이슨과 같은 파워 블로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2016년 6월
스윔슈트포엘(Swimsuitsforall), 섹시한 광고로 사이 갭에 도전장
통통한 몸매의 여성들을 위한 수영복을 만드는 리딩 온라인 리테일러 스윔슈트포엘은 “틈에 신경 쓰지 마세요(Don't Mind the Gap)”라는 타이틀의 섹시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위해 애슐리 그레이엄, 데니스 비봇, 조딘 우즈, 이스카라 로렌스 같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15명을 대거 캐스팅했다. 이 광고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산되는 ‘사이 갭(Thigh Gap, 허벅지 안쪽 살빼기)’에 대한 도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트렌스젠더 모델 하리 네프, 만수르 가브리엘의 새로운 광고 모델로 캐스팅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뉴욕 기반의 가방 브랜드 만수르 가브리엘은 얼굴 없는 모델이나 혹은 이국적인 동물이 등장했던 이전의 광고와 달리, 첫 하이 프로필 스타로 모델이자 배우이자 활동가인 트렌스젠더 하리 네프를 선택해 다양성 대열에 합류했다.
▶2016년 9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와 다양성연합, 다양성 가이드 라인 발표
2017 봄/여름 뉴욕패션위크 를 앞두고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사회 운동가 베슨 하디스가 이끄는 비영리단체 다양성 연합(Diversity Coalition)의 도움을 받아 협회의 건강 계획서를 발표했다. 이 계획서에는 패션업계가 회사에서 필요한 모델 캐스팅을 할 때 인종적 다양성을 포용하도록 장려하는 ‘인종 다양성 지침’이 포함되었다.
뉴욕 패션위크 디자이너들, 인종과 몸매 그리고 연령 다양성 존중
뉴욕 패션위크의 디자이너들은 런웨이와 광고 캠페인에서 다양성을 존중했다. 봄디자이너 맥스웰은 인종적으로 다양한 모델 캐스팅에 헌신했다. 제이크루는 13세에서 70세 사이의 다양한 인종과 사이즈를 대표하는 직원, 가족, 친구들을 프리젠테이션 모델로 세웠다.
애슐리 그레이엄의 어디션 엘르(Addition Elle) 패션쇼는 플러스 사이즈 슈퍼스타인 사비나 칼슨, 마퀼타 프링, 캔디스 허핀, 바비 페레이라와 두 번째로 패션쇼 무대에 선 조단 우즈가 등장했다.
트렌스젠더 리얼리티 쇼 '스트럿', 옥시즌을 통해 첫 방송
올해 5월 우피 골드버그가 5명의 트랜스젠더 모델들이 참여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옥시즌의 새로운 리얼리티 쇼의 수석 프로듀서로 임명되었다. 최초의 트렌스젠더 모델 에이전시 슬래이 모델 매니즈먼트(Slay Model Management)와 제휴를 맺은 리얼리티 쇼 ‘스트럿’은 올해 9월 20일 처음 방송되었다.
▶2016년 10월
뷰티 브랜드 '커버걸', 사상 최초로 '커버보이' 제임스 찰스와 계약
유투브와 인스타그램의 뷰티 튜토리얼로 유명해진 17세의 '뷰티 보이'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임스 찰스가 올해 10월 초 미국의 대표적인 뷰티 브랜드 커버걸(CoverGirl)과 계약하고 첫 제휴를 맺었다. 제임스 찰스는 10월말 브랜드의 BlastPRO 마스카라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동안 커버걸은 미국의 첫 LGBT 셀럽 앤렌드제너러스와 히잡을 쓴 뷰티 블로거 누라 아피아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등 다양성을 대표하는 모델을 선정해 주목을 받았다.
클로에 카다시안의 포괄적인 데님 라인 '굿 아메리칸'의 대박
데님 브랜드 '굿 아메리칸'의 첫 컬렉션이 지난 10월 18일 온라인으로 공개 되었다. 0사이즈에서 24 사이즈까지 제공되는 '굿 아메리칸'은 ‘모든 몸매를 과시할 수 있다'를 컨셉으로 내세우며 독특한 허리밴드, 스티치 디테일, 그리고 모든 커브를 평평하게 디자인해 완벽하게 피트되도록 특별 제작된 상품을 판매, 런칭 하루만에 1백만 달러를 벌었다. 의류 역사상 가장 큰 데님 브랜드 런칭으로 기록되었다.
▶2016년 11월
애슐리 그레이엄, 글래머 올해의 여성에 선정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주목을 받은 ‘잇’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은 <글래머>의 ‘2016 올해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다시한번 다양성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마텔사는 그녀를 닮은 바비 인형을 만들었다.
▶2016년 12월
애슐리 그레이엄, 첫 <보그> 표지 모델로 등장
이달 초 영국 <보그>는 애슐리 그레이엄이 사진 작가 패트릭 드마쉘리에가 촬영하는 2017년 1월호 표지 모델로 등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명 패션 브랜드가 그녀가 입을 패션 제품 협찬을 거부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알렉산드라 셜만 편집장은 인스타그램에 “세계의 모든 지역들이 패션에 대한 더 넓은 개념과 정의를 받아들고 있는데 반해 가장 유명한 패션 브랜드 중 일부가 시대와 역행하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라고 썼다.
FIT 박물관, '블랙 패션 디자이너' 전시회 개최
지난 12월 6일부터 시작된 박물관 최초의 새 전시회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흑인 패션 디자이너 작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쇼는 이브닝웨어 디자이너, 스트리트웨어 디자이너, 남성복 디자이너 등이 포함되었다. 이 전시회는 내년 5월 16일까지 진행된다.
2016년 잡지 표지 모델의 다양성 확대
미국의 주요 패션지 10개(Allure, Cosmopolitan, Elle, Glamour, Harper's Bazaar, InStyle, Nylon, Teen Vogue, Vogue and W)의 올 한해 표지 147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잡지의 다양성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147개 표지 중 52개(35.3%)가 유색 인종을 모델로 썼으며 이는 지난해의 19.8%보다 16.9%나 신장된 결과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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