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6-09-08 |
기본으로 돌아간 트렌치의 '이유 있는 유혹'
올해로 트렌치 코트가 선보인지 102년이 되는 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때 군복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 100년이 넘는 동안 트렌치 코트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자 클래식으로 자라잡았다. 올 가을 기본으로 돌아간 트렌치의 매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자극하고 부분적으로 덥기는 하지만 추석을 앞둔 기분은 가을의 풍성한 수확으로 충만하다. 이제 드디어 트렌치 코트의 계절이다. 누구나 옷장에 한벌쯤 가지고 있는 베이직 아이템인 트렌치 코트는 슬쩍 걸치기만 해도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중절모에 트렌치 코트를 걸쳤던 험프리 보가트의 패션은 남성들 가슴에 불을 지폈으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과 조지 페퍼드의 폭우 속 격렬한 키스신보다 더 뇌리에 남은 건 그들이 입고 있던 트렌치 코트였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셀러브리티들의 레드 카펫 공식 유니폼이 드레스라면, 공식 외출복은 트렌치 코트일 정도로 파라라치들이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 셀러브리티들은 하나같이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다.
사실 트렌치 코트가 클래식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딸에게 이어지는 생명력 때문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트렌치 코트는 늘 옷장에서 백수의 왕 사자와 같은 품위와 위엄을 유지해 왔다. 세련된 황갈색의 트렌치 코트는 결코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왕의 포스를 과시했다. 이 다재다능한 룩은 어떤 복장으로 입어도 맵시가 날 만큼 심플하다. 이는 기능성과 패션의 완벽한 결합이기 때문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난 봄 시즌에 이어 올 가을 패션 로테이션에 이 매력적인 코트를 다시 추가한다고 해도 절대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올 가을에도 브랜드들의 트렌치 코트 사랑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본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형태나 소재 변화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트렌치 코트의 원조 버버리에서는 호피 무늬·하트 무늬 등 한껏 멋을 낸 트렌치 코트를 선보였다. 또한 샤넬, 구찌 발렌시아가, 셀린느와 같은 브랜드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트렌치 코트로 여심을 유혹 중이다.
트위드 재킷이 시그니처인 샤넬은 트위드 트렌치 코트를 선보였으며 베트멍의 뎀나 즈바살리아를 영입한 발렌시아가는 사람의 움직임을 계산한 꾸띄르 느낌의 트렌치 코트를 선보였다. 파리지엔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광택 나는 새빨간 트렌치 코트로 불타는 단풍을 연상시킨다. 에나멜 가죽처럼 보이지만 표면 특수가공한 면 100%다. 요즘 핫 브랜드인 구찌의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팔 부분에 꽃문양 자수 장식을 넣고 여기에 레드 단추로 포인트를 준 체크무늬 트렌치 코트를 선보였다.
로맨틱 패션의 대명사인 트렌치 코트는 20세기 패션이 만들어낸 가장 대중적인 아이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렌치코트의 원조 브랜드인 버버리의 잘못된 발음인 '바바리'로 불리기도 한 트렌치코트는 실용성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100년이 넘는 동안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군인들이 입던 밀리터리룩 트렌치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 신사들이 모자와 우산과 함께 트렌치코트를 입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남자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처럼 비바람 치는 날씨에 귀밑까지 깃을 추켜 세우고 코트 자락을 날리며 걷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 전 세계 남성들은 너도나도 착용하게 되었다. 이후 매니시 바람을 타고 여성들도 트렌치 코트를 즐겨 입음으로써 트렌치 코트는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니섹스 아이템으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색깔만 화려하면 늦봄까지도 걸칠 수 있는 점 때문에 요즘은 하프 트렌티 코트도 인기다.
트렌치 코트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영국 육군성의 승인을 받고 레인 코트로 이 트렌치 코트를 개발하였다는 연유로 일명 '버버리 코트(우리나라는 콩글리시로 바바리로 불림)'라고도 불린다. 트렌치 코트는 영국 육군 장교들의 유니폼이 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혔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로많은 이들에게 변함없는 사랑받고 있다.
트렌치 코트의 트렌치(trench)는 참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겨울 참호 속의 혹독한 날씨로부터 영국군인과 연합군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트렌치 코트는 코튼 개버딘(cotton gabardine)소재가 주로 사용되며, 우수한 통기성·내구성·방수성으로 기능성이 뛰어나다. 트렌치 코트는 주로 황갈색이거나 베이지색으로 라글란 소매와 더블 요크(double yoke), 어깨에는 견장이 달려있다. 가슴 쪽의 비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스톰 플랩(storm flap)이 달린 나폴레옹 칼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여며지는 컨버터블 프론트와 허리 벨트, 바람이나 추위를 막을 수 있게 만들어진 손목의 조임 장치, 커프스 플랩(cuffs flap)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뒤 부분에 주름이 잡혀 헐렁한 실루엣이다.
트렌치 코트는 영화 속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소품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명화 <애수>에서 로버트 테일러가 트렌치 코트를 입고, 연인 비비언 리와 비가 내리는 워털루 다리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는 명장면이다. 또한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입었던 트렌치 코트는 세계의 낭만적인 남성들에게 더 없는 패션의 아이콘으로 각인되었다. 이후 트렌치 코트는 ‘험프리 보카드 룩’으로 패션사에 기록되고 있다. 미드 <형사 콜롬보>에서 피터 포크는 후줄근하게 구겨진 트렌치 코트로 고집스러움과 꾸미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를 창출했다. 이외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햅번과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 출연했던 메릴 스트립, 그리고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월스트리트>의 마이클 더글라스 등이 트렌치 코트를 착용했다.
올 가을 트렌치 코트의 특징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 갔다는 것이다. 기본 실루엣과 더불어 브라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브라운이 이미 오래전부터 가을을 대표하는 컬러였다. 그동안 시즌리스 트렌드 덕분에 가을에도 화려한 프린트가 많이 등장했지만 올 가을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트렌치 코트와 브라운이 복고풍 바람을 타고 다시 만났다. 브라운 컬러는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트렌치 코트는 분위기에 맞는 헤어 스타일도 중요하다. 긴 생머리일 경우 자연스럽게 푸는 것도 좋지만 깔끔한 포니테일을 연출하면 오피스룩의 시크함을 전달할 수 있다. 또 긴 머리를 재킷 안으로 집어넣으면 자연스러운 볼륨 혹은 언밸런스한 헤어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고 얼핏 보면 단발 스타일로 보일 수 있어 특별한 스타일 변신을 할 수 있다. 내추럴한 멋이 장점인 트렌치코트인 만큼 번 헤어라든지, 강한 웨이브 등 너무 인위적인 헤어스타일은 피하도록 한다. 폭염 뒤에 찾아온 예년보다 짧아질 것 같은 올 가을에는 트렌치 코트와 짧고도 뜨거운 사랑에 빠져보자.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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