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송지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 2016-08-15

“K-패션 발전소 역할을 하는 창조적 조직으로 만들겠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3대 회장 송지오 디자이너를 만났다. 그의 향후 최대 과제는 신규 디자이너들의 통합을 통한 조직의 안정화와 더불어 한류의 한 축인 K-패션의 실질적인 개념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변신하는 디자이너 단체를 만들기 위한 신임 회장의 비전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위해 뚝섬 역 근처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의 첫 화두는 조직의 명칭에 대한 문제였다. 그는 현재 CFDK라는 영문 명칭이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조직인 CFDA와 너무 유사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나는 강남에 갈 때마다 로데오 거리라는 명칭이 늘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 단체가 CFDK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였다. 그래서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더니 CFDA와 유사한 CFDK를 쓰면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잘못된 발상이다. 나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고 한국 패션 단체라는 정체성이 분명한 영문 명칭으로 바꾸고 싶다. 비록 영문기는 하지만 좀 짝퉁(?)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인들이 잘 알고 있는 CFDA와 영문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갑자기 회장 선거에 나선 이유에 대해 그는 애초에 연합회 회장이라는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젊은 디자이너들과 일부 관계자들이 그에게 연합회 선거에 회장에 나서달라는 제안을 먼저 받았다. “처음에는 재력과 정치력이 필요한 자리라 고민이 많았다. 혹시 젊은 후배 디자이너들이 나를 엄청난 재력이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 제안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도 했다.”


그러나 젊은 디자이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지 그 이유가 아니었다. 경제력을 떠나 사업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젊은 회장을 바라고 있었다. 사실 다른 패션 단체 회장들처럼 금전적인 도움을 줄 여력은 없지만 한국 패션 산업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했다. 결국 열악한 조건에서 불구하고 한국 패션계에서 독립 디자이너 길을 걸었던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한국 하이패션 발전을 위해 써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여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4년 동안 연합회와 서울시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과정에서 송지오 디자이너는 서울시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서울시와 서울패션위크 공동 주관 문제와 정구호 예술 감독의 서울 컬렉션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에 연합회는 패션코드라는 행사를 통해 일정부분 갈등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지오 신임 회장이 앞으로 서울시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개인적인 바쁜 일정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1년 전만 해도 저는 연합회 회원도 아니었고 서울시와 대립적인 관계도 아니었다. 사실 컬렉션을 할 때도 서울시 측과 큰 문제가 없었고 수차례 해외 컬렉션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서울시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연합회 갈등을 외부에서 바라 본 그의 인식은 서울시가 패션센터가 없어진 후 패션 디자이너들의 단체를 만들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연합회가 서울시가 불신을 받아 현재와 같은 대립 상황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 융합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결국 서울시는 연합회를 아웃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영입해 서울패션위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관의 문제점도 어느 정도 있지만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전임 집행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주관이 긍정적인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컬렉션을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인정받는 서울컬렉션에서 패션쇼를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본심이다. 공동주관은 그 다음 문제다. 이런 젊은 디자이너들이 공정한 규칙과 틀 속에서 자신의 패션쇼를 서울컬렉션에서 가지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시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합회가 먼저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정책과 매뉴얼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감정이나 감성이 아닌 이성과 실리를 앞세운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먼저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현재의 서울패션위크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먼저 서울시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패션위크의 참가 디자이너 선정 심사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하이패션 산업은 쇼를 하는 스타급 디자이너들이 많아야 젊은 디자이너들의 목표가 생기고 패션 디자이너 산업도 성공할 수 있다. 패션쇼를 해야만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주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에게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서울컬렉션은 꿈의 무대이자 생존의 문제다. 이들은 심사에서 떨어지면 실력이 없어서 떨어졌다고 수긍할 수 있지만 혹 자신 보다 못한 사람이 합격하고 자신이 떨어졌을 때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심사 일정이나 기준 등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걸린 문제인데 단지 국내외 심사위원들이 신청서를 보고 그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는 그의 지적이다. 기성 디자이너는 문제가 없겠지만 젊은 디자이너들이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한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심사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여론을 지난 2년 동안 계속 들어왔었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보다 합리적인 심사 방안이 나오도록 연합회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K-패션의 발전소로 연합회가 자리매김하기 위해 2년의 임기동안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류 열풍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K-패션은 상대적으로 아직 정체성과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러나 분명히 희망은 있다. 개인적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 보면 K-패션은 여전히 미약하다. 특히 K-패션은 이것이라고 공통분모를 내세우기에는 아직 창의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의 위상 변화를 몸소 체감했기에 한류와 K-패션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었다. 그는 한국 패션의 미래인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K-패션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 실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K-패션은 한복 코스튬이 아닌 컨템포러리 아트여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것이 외국인들이 봤을 때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현대적인 패션이라면 그것이 바로 K-패션이라는 것이다.

      

송지오 회장은“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작금의 환경이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가두고 있는 것 같다. 서울 컬렉션에는 창의적인 모토가 없다. 단지 주목받기 위한 커머셜 느낌만이 강하다. 젊은 친구들이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방법을 선배 디자이너들이 먼저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체성과 비즈니스에 대한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며 서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연합회 존재의 이유라고도 강조했다.


이제 구체적인 K-패션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K-패션을 언급할 때 떠오르는 디자이너가 있어야 K-패션의 실체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커머셜 패션과 더불어 아트적인 패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연합회는 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심천 페어에 참가한 15명의 젊은 디자이너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페어에 참여하면서 많이 것을 배웠다고 했다. 페어에 나가기 전에 제대로 배워서 나갔어야 하는데 반대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년 전 후배 디자이너 2명이 파리 컬렉션에 나가려고 하는데 방법을 알려달라는 전화로 문의해 상담해주었다고 한다. 그때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연합회에 문의를 하지 왜 자신에게 전화를 했냐고 했더니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올 10월부터 연합회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즉 연합회 내의 선배 디자이너들이 교육을 통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실무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포럼도 만들어 정보교류와 함께 서로 가르쳐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컨템포러리 K-패션의 발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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