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6-06-23 |
영국 남성복, 슈트와 작별을 고하고 스트리트에서 힌트를 얻다
정통 맞춤 남성복의 원조 영국이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 브랜드 베트멍 효과 덕분에 2017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 캣워크 안팎에서는 캐주얼한 후디가 테일러드 슈트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2017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은 영국의 디양한 이슈에 묻혀 지난 주말 조용하게 마무리되었다. 여왕의 생일 축하 행사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첫 영국 국가 대표팀 경기, 그리고 찬반 투표를 앞둔 브랙시트 때문이었다. 그러나 패션 쇼장 앞 좌석의 에디터들 중에는 영국식 옷에 대한 애국심이 눈에 띄게 결여되었다. 대신 파리지앵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로 지난 시즌 자신들이 캣워크에 DHL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선보여 유명해진 베트멍(Vetements)의 인기가 상종가였다.
지난 2014년, 구소련 연방 그리지아 출신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가 집단 디자이너 체제로 설립한 베트멍은 매력적인 최신 패션유행어로 급부상했다. 배트멍은 스트리트 문화와 1990년대 디자이너들이 개척한 브랜딩과 해체주의를 차용했으며 중국 식당을 포함, 한 눈에 보기에도 우아하지 못한 장소에서 정기적인 패션쇼를 선보였다. 이번 2017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에서 오버 사이즈의 유니섹스와 후디 같은 일부 피스들은 '잇'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패션 에디터, 블로거,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베트멍이 유행시킨 아이템을 입고 등장했다. 한 참가자는 물류회사 DHL의 실제 플리스를 입고 나타나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소매에 고딕 양식의 필기 문자가 있는 스웻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패션관계자들이 많았다.
또한 이번 2017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은 베트멍의 영향력이 여전했다. 세빌로우의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남성복은 정통 슈트와 전통적인 영국 테일러링의 포켓 스퀘어((양복 주머니에 장식용으로 꽂는 손수건)가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스투시(Stussy)와 팔라스(Palace) 같은 남성복 브랜드가 선보인 후디와 운동화, 트랙슈트 트라우저 등 스트리트 캐주얼이 주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남자들에게 정형화된 슈트가 지겨워지고 베트멍이 더 실용적이 되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컬렉션장에는 다양한 후디를 입고 나타나는 패션인들이 급증했으며 런던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뎀나 즈바살리아와 베트멍이 구체화시킨 트렌드를 직간접적으로 받아들였다. 영국의 디자인 듀오 아기앤샘(Agi & Sam)은 자신들의 컬렉션에서 보머 재킷을 강조했으며, 나사르 마자르 쇼의 모델들은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영향 받은 트랙슈트와 카고 팬츠를 선보였다. 독일 액세서리 브랜드 MCM과 콜라보레이션 쇼를 선보인 크리스토퍼 래번은 아웃도어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후디 판초와 프린트의 방수 외투를 선보였다.
테일러드 슈트에서 해방된 남성복을 마치 코르셋에서 해방된 여성복의 자유주의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장하는 남자들이 이제 패션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패션엔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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