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6-05-05 |
‘동토의 섬’ 쿠바를 뜨겁게 달군 2017 샤넬 크루즈 컬렉션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샤넬의 패션쇼 2017 샤넬 크루즈 컬렉션이 지난 5월 3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렸다. 이번 패션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문, 록밴드 롤링 스톤스 콘서트, 미국 크루즈선 기항 등에 이어 쿠바의 개방을 상징하는 행사로 손꼽힌다.
지난 5월 3일(현지 시간) 화요일, 프랑스 패션 하우스 샤넬은 공산주의 국가 섬에서 열린 브랜드의 첫 라틴 아메리카 패션쇼를 통해 오래된 아바나를 매력 도시로 만들었다. 샤넬 쿠르즈 컬렉션은 국가가 대외적으로 외교 및 통상 관계를 오픈함에 따라 쿠바가 주최한 일련의 국제 문화 행사 중 하나였다. 샤넬측에서는 " 문화적 풍요로움과 세계에 쿠바를 개방한 것이 샤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고 밝혔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는 카리브해의 컬러와 클래식한 '쿠바의 미학에서 영감을 받은 2017 샤넬 쿠르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쿠바를 방문한 유명인사와 고위 관리 중에서 롤링 스톤즈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형 방문 후 쿠바에서 콘선트를 열었다. 한편 할리우드 영화인들도 하바나 거리에서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최신작을 촬영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연봉약 3,000파운드(500만원)인 쿠마 국민이 큰 사이즈 클래식 샤넬 퀼팅 백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라 쿠바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쇼는 쿠바의 독재 및 인권 문제와 연관되어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패션쇼 무대는 초라한 오래된 빌딩 사이에 있는 긴 해변 길 프라도 거리(Paseo del Prado)에 설치되었다. 프라도 공원이 샤넬 패션쇼 무대로 낙점되어 이날 프라도 거리는 일찍부터 교통이 모두 통제되었다. 런웨이 길이가 170미터로 역대 가장 긴 무대였으며 저녁 시간이 되자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엔 아바나 시민들이 몰려들어 올드 카를 타고 무대로 향하는 모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관광 중심지인 구도심에서 관광객들을 유혹하던 올드 카들은 종적을 감췄다가 패션쇼 참가자들을 태우고 프라도 거리를 지나갔다. 하지만 아바나 시민 대다수는 초청 행사로 이뤄진 샤넬 패션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다. 길을 막고 있는 경찰 어깨너머로 보이는 무대 조명과 간간이 들리는 음악 소리로 패션쇼가 열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넬 크루즈 룩들은 대체적으로 사랑스러웠다. 테마에 집착하는 자유가 돋보였고, 거의 모든 룩에 파나마 햇과 여러 가지의 카키 재킷, 반짝이는 스팽글 장식의 체 게바라 베레모가 눈길을 끌었다. 뜨개질한 화이트 맥시 드레스들과 백리스 메탈 브로그 신, 아이스크림 음영 석판의 큍트된 2.5 백, 깃털과 시폰 미디 드레스도 돋보였다.
라거펠트는 “바인들이 가지고 있는 색상과 즉흥적인 감각, 본능적으로 옷 입는 방식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외에 레드와 화이트 스트라이프, 하이 웨이스트의 플레어 트라우저, 창백한 실크 블라우스, 카키 트위드 재킷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핑크 트위드 재킷과 함께 입은 술이 달린 청록색 트위드 스커트도 주목을 받았다. 프로랄 프린트 메탈 카디건 재킷, 꽃으로 장식된 비치는 오간자 코트 등은 레몬 시스 드레스와 다양한 플랫 슈즈 혹은 샌들과 함께 착용했다.
쿠바의 유명 리빙 디자이너 라울 카스틸로는 “라거펠트와 같은 디자이너의 작품을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꿈만 같다.”고 말하면서 흥분했다. 그러나 일부 쿠바인들은 섬에 럭셔리 패션 하우스 등장에 냉소적이었다. 33세의 디자이너 이다니아 델 리오는 “이번 캣워크는 쿠바를 위한 것이 아닌, 샤넬을 위한 행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쿠바 현지인들은 이런 유형의 제품이 어디에 준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 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솔직히 4만 달러짜리 옷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장 근처를 지나가던 한 시민은 “평범한 쿠바인이 샤넬 핸드백 하나를 사려면 평생을 바쳐도 모자라는데 이런 보여주기 용 행사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959년 공산 혁명으로 파델 카스트로가 국가 권력을 잡은 이후 쿠바를 지배해온 공산주의 원칙은 수년간 평등을 주장했다. 심지어 의류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까지는 외국 브랜드들은 이용할 수 없었지만 이후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획일화보다 더 추악한 것은 없다”고 쓴 쿠바 작가 아르투로 아랑고는 “획일화는 무관심과 소외로 나타난다. 그 모든 것들이 치명적인 추악함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재정적으로 공산주의 정부를 지원했던 소련이 1991년에 무너지면서 쿠바는 위기에 빠졌고, 이후 쿠바인들은 국영 상점으로부터 국가가 수입한 헌 옷을 공급받아 입어야 했다. 당국은 그것은 ‘재활용 의류’라고 불렀지만, 정작 쿠바 국민들은 ‘걸레 쇼핑’이라고 조롱했다.
리빙 디자이너 라울 카스틸로는 쿠바 패션에 대해 “좋은 순간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며 쿠바는 세계에 활짝 열려 있다. 따라서 샤넬이 온다는 것은 아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패션의 미래는 미국 정치인들이 쿠바에 내려진 54년에 걸친 무역 금수 조치를 종료하면 달라질 수 있다. 라울 카스틸로는 "무역 금수 조치가 해제되어 우리가 정상 국가가 되면, 우리는 패션 리더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패션쇼는 '프랑스 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샤넬이 중남미 및 카리브 해 국가에서 이런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비롯해 틸다 스윈튼, 빈 디젤, 지젤 번천 등 유명인들과 쿠바의 유명 음악인 오마라 포르투온도도 참석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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