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6-05-03 |
[화제의 전시] MMA의 ‘마누스 x 마키나: 테크놀로지 시대의 패션’
오는 5월 5일부터 8월 14일까지 열리는 <마누스 x 마키나: 테크놀로지 시대의 패션> 전시회의 ‘패션의 가장 정교한 가운의 복잡한 구조’가 공개되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측은 “자주 대립적으로 제시되는 개념인 손(Manus)과 기계(Machina)가 전시에서 동일 선상의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창작 과정에서 손과 기계가 불협화음의 도구로 제공되는 이분법적인 개념, 그리고 고급패션과 기성복이라는 뿌리 깊은 구분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부속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관람 기록을 경신한 중국 특별전 <중국: 거울을 통해 보다(China: Through the Looking Glass)>의 상징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중국 쿠튀르 디자이너 구오 페이의 드레스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번 전시의 그 연장선이다.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2016년 주요 전시인 <마누스 x 마키나: 테크놀로지 시대의 패션(Manus x Machina: Fashion in the Age of Technology)>는 샤넬 드레스가 같은 인스타그램 친화적인 초점을 제공한다. 아울러 샤넬 드레스의 긴 도금 트레인(이브닝드레스에서 길게 끌리는 옷자락)은 전시회 테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의 헤드 큐레이터 앤드류 볼튼이 개회사에서 설명한 것처럼, 2014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트레인은 처음 손으로 스케치를 한 다음 ‘화소로 처리한 바로크 패턴’ 모양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를 조작했으며, 이어 골드 메탈 안료를 이용해 손으로 그렸다. 이어 모조다이아몬드로 기계 프린트를 한 다음 마지막으로 진주와 보석을 사용한 핸드메이드 기법으로 자수를 놓았다. 이 드레스는 장인들이 450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앤드류 볼튼은 ‘레이어드 생산(layered production)’은 기술 개발의 관점에서 볼 때 혁신적일 뿐 아니라 오트 쿠튀르의 핸드메이드와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전통적 생각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손은 고급스러움, 자연스러움, 개성과 동일시되었으며 여전히 궁극적인 엘리트주의의 전형으로 개인숭배이자 과거 장인정신에 대한 해로운 향수”라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기계는 진보, 민주주의 그리고 대량 생산 뿐 아니라 열등감, 비인간화, 균질화로 이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누스 x 마키아> 전시에서는 “오트 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의 기존 굴레로 부터 핸드메이드와 머신-메이드을 해방시켜 패션 디자이너의 손에서 그들을 풀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코스튬 인스티튜트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로버트 리먼 관’의 두개 원형 층에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샤넬 웨딩 가운에 헌정하는 방 주변은 깃털작업 피스를 위한 사이드 갤러리 뿐 아니라 자수와 인공 꽃을 복사한 디자이너의 피스로 채운 원형 복도로 꾸며졌다. 아래층은 주름, 레이스 작업, 가죽 세공을 보여주는 갤러리로 구성되었다. 18세기 프랑스 철학가 데니스 디드로의 혁신적인 ‘백과전서(Encyclopédie)’을 모방한 카타로그는 서로 다른 직업(métiers)을 통해 드레스메이킹을 설명하고 있다. 600권을 한정 판매한다고 한다.
3-D 디자인으로 복원한 1870년대 아일랜드의 손으로 뜨개질한 웨딩드레스 레이스부터 2013년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실리콘 레이저-컷 깃털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전시회의 모든 의상들은 벽에 제작 방법을 정확히 설명한 텍스트가 붙어 있다. 일부 매우 복잡한 경우는 텍스트 옆에 투사된 작은 비디오 설명도 추가했다. 앤드류 볼튼은 “각 피스들은 상세히 분석해 은유적으로 설명했으며, 유전적 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머신 연속체 위에 위치를 명확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이 'DNA 테스트'의 결과는 거의 의료 기록처럼 모든 의류 밑에 언급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전적 구성은 전시회 드레스의 거의 대부분이 일종의 손과 기계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 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관행이 실제로 얼마나 급진적으로 기반을 약화시켰는지 잘 보여준다. 앤드류 볼튼은 “전시가 보여주는 것처럼, 오트 쿠틔르 디자이너든 아니면 프레타포르테 디자이너든 간에 그들의 디자인 작업에서 손과 기계에 대한 차별은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이어 “패션 창조 행위에서 손과 기계가 없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대신 그들은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관계인 고용을 통해 예술적 해결책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반 박물관 방문자는 오트 쿠튀르와 다소 다를 수 있는 프레타포르테를 아마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머신-메이드(Machine-made) 프로세스는 의미상 더 민주적일 수 있지만, 예를 들어 3-D 프린팅과 기계 주름은 여전히 디자이너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매우 비싼 가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오트 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 세계로 전시회를 한정한 앤드류 볼튼은 기술적으로 진보된 관행이나 디자이너 런웨이 세계 외부에서 착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전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시에는 3-D 프린트 힐, 애플 워치 혹은 획기적인 애슬레틱 소재는 전시장에 없고 단지 스토리의 일부분이라는 느낌만 준다.
즉, 이번 전시는 놀라운 화려한 피스를 수집하는데 주력했다. 지문처럼 1밀리미터에 10개의 라인을 갖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펀의 첫 3-D 프린트 피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이번 전시를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드레스들은 설명적인 벽면 텍스트와의 결합으로 하나의 룩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놀라움을 선물한다.
다른 하이라이트 전시 작품으로는 기하학적인 옷으로 확장된 이세이 미야케의 '132 5'컬렉션, 디올의 1949년 작품인 손으로 바느질한 오팔색의 시킨 드레스인 '주노 여신(Junon)과 '비너스', 사라 버튼이 작업한 알렉산더 맥퀸 창작품들, 표면 장식을 만드는 데만 1,500시간이 소요된 1983년 작품인 이브 생 로랑의 '사르딘(sardine)' 드레스, 흰색과 블랙의 빨대로 뒤덮은 2015년 가레스 퓨의 작품 등등이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중국 특별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반복 방문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수 백 년에 걸친 결과인,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엔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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