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04-26

아웃사이더 청춘의 유쾌한 거리 반란, 힙스터리즘

요즘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킹 오브더 유스(King of the Youth)’로 불리는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바로 구소련 출신으로 대학 동창인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와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다. 아웃사이더 청춘들과 거리가 만난 유쾌한 반란 ‘힙스터리즘’이 급부상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요즘 세계 패션계에서는 유행 등과 같은 대중적인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을 추구하는패션 힙스터(Fashion Hipster)'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즉 아웃사이더 청춘들이 언더그라운드 시장을 넘어 매스시장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희소한 고가 상품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스노비즘(Snobbism)’에 이어 남과 다름을 추구하지만 타인의 평가보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힙스터리즘(Hipsterism)’이 부상하면서 세계 패션 소비 시장은 스노비와 힙스터의 양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감성, 그들만의 진영 논리와 유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패션 힙스터에 대한 신선한 스트리트 만찬이 럭셔리 벨 에포크를 위협하고 있다. <스타일자이트가이스트> 매거진 에디터 유진 라브킨(Eugene Rabkin)의 칼럼을 통해 힙스터리즘이 부상하는 이유와 그 파장 효과를 소개한다.

 

요즘 패션계는 과거의 향수와 추억, 그리고 미래이자 희망인 새로운 세대가 전하는 유스(Youth) 신드롬에 빠져 있다.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와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라는 두 인물을 빼놓고는 요즘 패션을 논할 수가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 제안하는 이 두 디자이너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것을 갈망하는 패션계에 그들만의 힙스터리즘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6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에서 뎀나 바살리아가 이끄는 젊은 브랜드 베트멍은 행사기간 내내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로고가 달린 레인 코트와 스웻셔츠는 파리 전역의 스트리트에서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일명 베트멍 효과였다. 대부분 젊었을 뿐 아니라 자의식이 강한 패션에 정통한 패션 인사이더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들은 자신들과 똑같이 젊고 자의식이 강한 패션에 박식한 스트리트 스타일 포토그래퍼들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었다. 이런 파리에서 다수의 프레스와 바이어들이 목격한 것은 바로 패션 힙스터의 급부상이었다.

 



럭셔리 개념에 의한 '자아상'과 '구매 습관'이 아니라 보통 힙스터리즘(hipsterism)’과 관련된 특수성에 의해 움직이는 새로운 소비층은 아이러니하며, 진영 논리에 강하고, 자신들만의 유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과시적인 레저 소비층을 뛰어 넘어 자신의 위치를 만드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캐시미어의 샤넬 로고로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웻 셔츠의 챔피온 폰트인 베트멍(Vetements)’으로 각인된다. 아울러 그들은 디자이너 패션을 구입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소비층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두 개의 브랜드가 바로 베트멍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2년 전에 발표한 첫 컬렉션에서 베트멍은 싱글 로고로 만든 옷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브랜드는 패션 프레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몇몇 사람들만이 1,400달러(160만 원)에 달하는 그들의 해체주의적인 청바지를 살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1년 후, ‘베트멍제품들은 두 아이템을 추가했다. 바로 10센트(베트멍 오리지날 버전의 리테일 가격은 225달러)에 그 도시의 기념품 가게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컷 업 앤트워프 티셔츠와 보안 요원들이 경기장에서 입는 유니폼을 닮은 오버 사이즈 레인코트였다. 옷에 ‘SECURITY’대신 ‘VETEMENTS’라는 로고를 새겼고, 이 옷은 185달러에 판매되었다. 이 두 아이템은 거의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다.


 

이 둘이 제시한 럭셔리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은 젊은 사람들이 핫한 새로운 브랜드를 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베트멍의 보머 재킷은 요즘 패션 힙스터들에게 어필하는데 필요한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베트멍 재킷은 로고와 패션의 최전선에 있는 박식한 클럽에 속해있음을 뜻하는 신호를 통해 선택된 극소수에게 즉시 인식되었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들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지 보안 재킷에 불과했으며,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멋진 유머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눈에는 그닥 훌륭한 매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베트멍’은 미국의 스웻 셔츠 메이커 챔피온(Champion), 복싱 기어 메이커 에버라스트(Everlast), 운송 회사 DHL 등 그들의 다음 컬렉션에 로고를 전용한 아이템들로 가득 채웠다. 대중적 확산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 로고들은 보통 패션으로 소화하기에 다소 어렵기 때문에 지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기발했다.



'베트멍의 런웨이에서 DHL 티셔츠를 입고 오프닝 모델로 선 것은 바로 헤드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의 대학 친구이자 90년대 포스트-소비에트 노스탈지아로 유명한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였다.


그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타미 힐피거 플래그를 도용한 스웻셔츠였다(현재는 'GOSHA RUBCHINSKIY'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소비에트 유스 제품을 기획, 생산하며 청춘들에게 90년대의 흔적을 보여주며 핫한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참고로 그가 쇼에서 선보인 타미 힐피거 플래그는 진짜 제품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러시아의 가짜 스웨셔츠를 카피한 것이었다. 이제 고샤 루브친스키는 힙한 서양의 젊은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되는 리얼 패션을 런웨이에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고샤 루브친스키의 브랜드를 작동하는 작업과 방법도 흥미롭다. 그는 하이앤드 브랜드와 완벽한 조우를 통해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의 레이 카와쿠보는 파리 컬렉션과 런웨이 쇼를 위해 고샤 루브친스키의 샘플 제작은 물론 유통까지 경제적으로 그를 후원하고 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오는 6월 피렌체의 남성복 페어피티 워모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가한다. 그의 제품 가격은 청춘들이 접근하기가 쉽다. 티셔츠는 젊은 사람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인 약 75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뉴욕과 런던의 도버 스트리트와 로스엔젤리스의 유니온과 같은 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셀렉트 샵 유니온의 사장인 크리스 깁스(Chris Gibbs)고샤 루브친스키는 스트리트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 상황에 맞는 절적한 문화적 행동을 하는 것 외에도, 뎀나 바살리아와 고샤 루브친스키의 공통점은 패션 힙스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국적 정취를 탐닉하는 경향인 이국주의(exoticism)’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둘 다 구소련 출신(그루지아와 러시아)이며, 누구나 쉽게 다가가기 쉽지만 주류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행 등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패션 힙스터(fashion hipster)’의 급부상에 대한 주목할 만한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패션 힙스터들은 더이상 런던의 이스트 엔드와 브루클린의 윌리암스버그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현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주전 에디터 유진 라브킨은 우연히 중국판의 화보 촬영을 위해 부모님의 아파트를 빌려주었다. 그들은 포스트-소비에트 노스탈지아 테마를 찾고 있었고, 그것은 모두 베트멍과 루브친스키에 관한 것이었다. 로컬 패션 전문가들을 위한 눈에 띄는 모스크바 부티크 SVMoscow에서 베트멍은 최고로 잘 팔리는 레이블로 부상했다고 한다.

 


두 번째, 패션 힙스터리즘(hipsterism)은 전혀 순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함축적인 의미도 반드시 들어있다. 사람들은 로고 도용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베트멍의 보안 레인 코트와 DHL 티셔츠는 저축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중산층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베트멍의 DHL -셔츠가 350달러에 판매되는 패션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패션 디렉터 리사 암스트롱(Lisa Armstrong)이전에는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입었지만, 이제 그 옷들은 현재 패션 내부자의 지위에 대한 표시이자 유행에 뒤쳐진 창의성을 빨아들이는 기업의 탐욕에 대한 반항적인 응답으로 실제보다 과장된 칭찬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마지막으로, 패션 힙스터들은 취향에 있어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그들은 대중에 앞서 가야한다.) 그 안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베트멍은 패션에 신선한 에너지를 주입하는 흥미로운 컨셉을 가진 전도유망한 브랜드로 시작했다. 그러나 베트멍은 로고 피로와 오늘날의 대중들이 전문가들을 빠르게 따라하기 때문에 곧바로 최신 유행이 되었다.


미국의 젊은 브랜드 후드 바이 에어를 기억하는지? 2년 전에 이 브랜드는 뉴욕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며 패션위크 기간 중에는 스트리트 스타일 포토그래퍼들을 위한 미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스트리트 스타일 포토그래퍼들은 이미 이-베이의 베트멍 덤핑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유행의 속도보다 패션 힙스터들의 변덕이 더 빠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아웃사이더 청춘들의 유쾌한 반란은 올 봄 전 세계 거리에서 만개하고 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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