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6-04-12 |
디올, <한국여자> 전시 논란이 낳은 아트 마케팅 해프닝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 <한국여자> 전시 중단 및 사과… 시대정신 결여된 마케팅의 허와 실
↑사진=이완 <한국여자>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이 최근 한국여성 비하 논란으로 번진 <한국여자> 사진 전시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전시를 중단했다.
「디올」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Lady Dior as Seen by)’에 전시됐던 이완 작가의 작품 ‘한국여자’에 대한 논란으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이 작품의 전시를 이미 중단했고 앞으로도 전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디올」은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레이디 디올 핸드백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회를 열면서 사진가 이완 작가의 <한국여자>를 전시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작품은 블랙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레이디 디올 백을 들고 유흥가 앞에 서있는 모습을 표현한 합성사진으로, 배경에 춤 ‘소주방’, ‘룸비 무료’, ‘파티타운’ 등의 간판이 보인다.
이에 대해 작가는 "사진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합성 기법을 사용했다"며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국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 달리 해당 작품은 ‘성을 팔아 명품 핸드백을 구입하는 여성’으로 비하한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네티즌들은 작가는 물론 이를 전시한 디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결국 「디올」은 이 같은 여론을 받아들여 전시를 중단하게 됐다.
「디올」 측은 이번 사과문에서 "「디올」은 여성의 진취성을 강조하고 자존감을 북돋우며 여성에 대한 존경과 권위신장을 위한 철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며 여성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지원하는 것이 「디올」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덧붙였다.
예술인가 마케팅인가? 디올 전시 논란이 남긴 아트 마케팅의 허와 실
↑사진=마리옹 꼬띠아르가 참여한 레이디 디올 2016 봄 캠페인
「디올」은 1946년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에 의해 런칭된 브랜드다. 이번에 논란의 중심이 된 레이디 디올 백은 디올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백으로, 사각형의 형태에 ‘DIOR’이라는 참이 달려있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자주 들고 다녀 유명세를 떨친 레이디 디올 백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별도의 전시회를 개최할 만큼 「디올」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레이디 디올 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전시 작품 <한국여자>는 레이디 디올 백이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특히 우연히 유흥가에서 촬영된 것이 아닌 합성을 통해 그 장소를 의도적으로 배치한 점은 작가가 말한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았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여성혐오의 시각이 담긴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예술작품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에, 예술로서 평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한국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곧 한국 여성을 바라보는 「디올」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기에 이번 전시는 작품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시대정신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
↑사진=레이디 디올 백을 즐겨 착용한 다이애나 왕세자비
브랜드의 아트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감성적 상징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경쟁적으로 아트 마케팅에 집중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디올」 전시 논란은 브랜드의 시대정신이 결여된 단순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나은 실패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올」의 창립자 크리스찬 디올은 「디올」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나의 꿈은 여성들을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위한 「디올」의 오랜 꿈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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