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6-04-11 |
여성 셔츠의 단추 위치가 남자와 ‘반대’인 이유
남자 옷과 여자 옷의 단추를 잠그는 방향이 반대인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 셔츠의 경우 단추가 오른쪽에 달려 있고 구멍은 왼쪽에 있다. 여성 셔츠의 경우는 그 반대다. 단추 위치가 반대인 이유는 많은 패션 이론가들이 다양한 설을 내놓은 지 오래된 질문이다.
언젠가 멋진 패딩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패딩을 입은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타인의 눈길이 따가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구매한 패딩의 단추 위치와 여밈이 반대였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제대로된 남성용 패딩으로 교환을 한 적이 있다. 이렇듯 남성복과 여성복의 단추 위치는 언제부터인가부터 정반대였다. 아직도 여성복 단추 위치가 남자와 반대인 이유가 단지 편리성이나 패션 미학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남녀를 통틀어 인간의 70% 이상이 오른손잡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들이 가부장적 기득권인 불공평한 유산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여성복의 단추 위치는 모유 수유 습관에서 유래한 것일까? 아니면 기성복 패션이 탄생하는 동안 여성들에게 승마가 인기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당시 부잣집 부인들의 옷을 하녀들이 입혀주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상의를 단추로 채우는 간단한 동작에는 그 누구도 풀지 못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디자인 미스터리가 내포되어 있다. 여성복의 셔츠 단추가 왼쪽에 위치해 있는 반면 남성복의 셔츠 단추가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그 차이점에 대해 아직 명확한 실질적인 이유가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전통은 1850년 이후부터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다. 크리스티나 로둘포(Kristina Rodulfo)가 발표한 셔츠 단추 위치의 남녀 차이에 대한 패션 미스터리에 연구를 토대로 그 기원을 추적해 본다.
먼저 ‘모유 수유(breastfeeding)’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한 패션 이론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들이고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아기를 안을 때 왼팔로 머리를 받치고 오른팔로 감싸 안기 때문에 아기에게 젖을 주기 위해서왼쪽에 단추를 달았다는 설이다. 즉 모유 수유를 위해 단추를 풀거나 채우려면 왼쪽에 단추가 달려 있어야 편하다는 이유다. 그리고 바람이 불거나 햇볕이 비출 때 아기의 얼굴을 가려주려면 단추가 왼쪽에 있어야 쉽게 옷자락으로 아기 얼굴을 덮어줄 수 있다는 이유도 모유 수유설을 주장하는 이론적인 근거다.
두 번째는 ‘승마(horseback riding)’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여성용 곁 안장에 걸터앉아 말을 탔기 때문에 추측컨대 셔츠 단추가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말을 타고 달리는 동안 상의에 유입되는 바람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1800년대 무렵의 상류층 여성들은 스스로 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지금까지 이 학설은 여성복 왼쪽에 단추가 달려있는 이유에 대한 가장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추론이다. 자신들이 옷을 입을 때 도와주는 하녀를 둔 부유층 여성들은 오른손잡이 하녀들이 단추를 보다 쉽게 잠그도록 하기 위해 왼쪽에 단추를 달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이론에도 의문점은 남아있다. 한 패션 히스토리 블로거는 남자들도 17세기와 18세기에 종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반면에 단추는 18세기까지 여성복에서는 아주 희귀했으며, 1860년 이후에서야 일반적으로 여성복 왼쪽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100년 후에 하녀나 종들이 주인의 옷을 입혀주는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또 다른 의문은 부유층 사람들이 하인들을 위해 디자인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점이다. 중세 봉건 시대라 하인들에 대한 배려가 깊어서였을까?
네 번째는 평민들이 부자들을 옷을 모방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세 번째 이론에 연관이 있는 학설로, 이는 사람들이 스스로 옷을 입기 시작한 이후에도 단추(한 때 값비싼 아이템으로 간주된)는 일반 대중들이 부유한 여성들의 옷을 카피할 수 있도록 왼쪽에 그대로 놔두었던 것으로 추론된다. 즉 평민들도 귀족들 사이에 유행한 단추라는 액세서리를 이용한 사치적 행위를 따라하게 되었고, 그런 전통이 굳어져 여성복의 전형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다섯 번째, 남자들이 무기를 휴대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기사들이 결투를 할 때 칼을 뽑으려면 긴 웃옷의 단추부터 풀어야 했는데, 칼을 뽑는 것과 단추를 푸는 것 모두 오른쪽으로 하려면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단추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왼손으로 단추를 편하게 풀면서 오른손으로는 칼을 뽑을 수 있으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칼 이후에 등장한 권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그 편리성이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이 이론은 1940년에 발간된 캐서린 레스터(Katherine Lester)의 책 <액세서리 오브 드레스>를 통해 사냥과 채집을 하던 과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그 흔적을 찾고 있다. 책에서 그녀는 “사냥꾼으로서의 남자들의 역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무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옷을 조이는 것은 우리 조상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여섯 번째, 니폴레옹 유래설이다. 추측하건데 당시 여성들은 프랑스 황제가 복부의 상의 단추 사이에 손을 끼워 넣은 이른바 ‘나폴레옹 포즈(hand-in-waistcoat)’를 흉내를 내며 놀렸다고 한다. 이에 나폴레옹은 여성들의 셔츠를 만들 때 남자들과 달리 그 반대편에 단추를 다는 방식으로 옷을 제조할 것으로 주문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나폴레옹 포즈'는 존엄성의 표시로 더 이상 여성들이 흉내를 내지 못하도록 한 처사로 보인다. 물론 이 주장은 이에 대한 문서 기록이 많이 남이 있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지만 남자들이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작용한 갑질이 아닐까 한다.
일곱 번째, 남녀 불평등(Gender inequality)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19세기의 의학자이자 성 심리학자인 해브록 엘리스(Havelock Ellis)는 1894년에 발행된 저서 <남과여: 2차와 3차 성적 캐릭터에 대한 연구>에서 남자들이 오른쪽에 위치한 단추가 여성복의 왼쪽에 위치한 것은 ‘힘과 신속성 그리고 움직임의 정밀도’에 있어 ‘남성보다 열등해 보이는' 여성의 표시라고 서술했다. 그는 여성들은 옷을 입을 때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세 번째 이론과 연관) 약한 운동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패션 이론가들은 여성복은 여성해방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바지를 비롯한 점점 더 많은 남성복을 차용했고, 산업혁명 이후 일부 유럽국가들이 의류를 수입할 때 남자 옷과 여자 옷에 차등을 두어 관세를 매겼는데, 수입업자들이 구별을 쉽게 하기 위해 제조업자들에게 여자 옷의 단추 방향을 바꿔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즉 단추 위치를 통해 남여성복을 구분한 실용성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네소타 칼리지 오브 디자인 대학의 킴 존슨 교수는 그 실용성은 본질적으로 불평등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젠더 사이의 힘이 차이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계속 성에 따라 옷을 다르게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왼쪽에 단추를 단 여성복에 대한 묵시적인 성차별주의는 오늘날 셔츠를 입는 데 있어 그 위치에 대한 무관심때문에 점점 그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들로 부터 출시된 유니섹스 셔츠들은 전통적인 남성복 방법을 응용해 모두 오른쪽에 단추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패션 미스터리는 최근 들어 앤드로지너스와 젠더리스의 영향력이 커지기때문에 점점 더 성중립적(gender-neutral) 의류로 발전하고 있는 곧 과거 속 유산으로 남을 공산이 커 보인다. 남자들이 퀼로트와 스커트를 입고 힐이나 플랫폼 슈즈를 신는다고 해서 반기를 드는 여성 단체는 없기 때문이다. 섹스든 젠더이든 이제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분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나는 남성복 디자이너도 여성복 디자이너도 아니다. 나는 인류를 윈한 옷을 만든다"는 말을 했으며 런웨이에서도 남성복 컬렉션에 남성복 소재로 만든 옷을 입은 여성 모델을 등장시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제 셔츠 단추의 위치 뿐 아니라 남여성복의 구분 역시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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