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뮌(MUNN)' 디자이너 한현민 | 2016-03-28 |
날 것의 느낌과 장인정신으로 옷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철학을 닮은 디자이너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트레이드쇼 개념의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이 처음 열려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국내외 프레스와 해외 바이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들 중 날것의 느낌과 장인정신으로 옷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철학을 닮은 신예스타, 디자이너 한현민을 만나보자.
디자이너 한현민이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뮌(MUNN)’은 자신의 이름의 마지막 글짜인 '민'의 독일 식 발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인 ‘낯설게 하기’ 철학을 기반으로 봉제의 순서와 방법, 패턴 메이킹, 디테일, 소재 개발과 실루엣 등에서 새로운 방식을 택하고 작업을 한다. 사실 영 디자이너보다 더 어린 단계인 '이머징 디자이너(emerging designer)'로 불리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국내외적으로 과포화상태를 이루는 상황에서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거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총알받이가 아닌 레전드가 되기 위해 순간의 영광보다는 돌아가더라도 올곧은 길을 걸으며 묵묵히 마이웨이를 외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 사람 중에 크리에이터 한현민이 있다. 올해로 4년차인 '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현민은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했고 사디(SADI)에서 패션을 전공한 후 남성복 우영미(WOOYOUNGMI)와 레이(LEIGH)에서 6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브랜드 '뮌'을 런칭했다. 그는“패션을 전공하지 않고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대학 다닐 때도 매일 아침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했었다.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차에 비해 탄탄한 기본기와 디테일함이 돋보이는 균형감 있는 무대로 각종 패션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그는 브랜드 런칭 후 국내의 서울패션위크 페어 참가는 물론 이태리 피티워모와 뉴욕 캡슐쇼에 참가했다. 그는 "좋은 소재와 부자재, 봉제까지 삼박자를 갖춘 브랜드만이 성공할 수 있다. 반짝하는 화제성보다는 오래 걸리지만 옷을 쉽게 풀지 않는 정직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고 있는 그는 2013년 밀라노 2BPRESS와 쇼룸 계약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이태리 편집삽 메종 스튜디오와 입점 계약, 프랑스 쇼룸 르 뉴 블랙과 런던 스튜디오 컬렉션 런던 입점 그리고 2015년에는 중국 시워드와 런던 MK2UK에도 입점했다.
그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저만의 색깔이 뚜렷한 옷을 만들고 싶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오랫동안 인정받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패턴과 부자재 등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나는 거의 주말이 없어요. 현재로서는 매년 이탈리아 남성복 전시회 피티워모에 방문하는 게 유일한 휴가다."라며 옷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젊은 청춘의 즐거운 비명소리를 듣는 듯 하다. 지난 201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패션페어의 PT쇼를 통해 처음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낸 '뮌'은 지난 2014년 9월, 2015 봄/여름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넥스트를 통해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 후 현재 패션계의 유망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2016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 기간 중에 패션쇼를 선보인 '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현민은 쇼 노트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의 지각은 보통 자동적이며 습관화된 틀 속에 갇혀있다. 특히 일상적인 의복은 이런 자동화에 의해 애초의 신선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우리의 목적은 복식에서 재현의 관습적 코드들로 인해 지각이 무디어지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친숙하지 않게 만들고, 지각 과정을 더욱 곤란하고 길어지게 만드는 것이다”고 밝혔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끼니를 때우듯 습관적으로 옷을 입는다. 하지만 옷의 본질로 들어가면 옷은 철학이자 과학이다. 이번 시즌 ‘뮌’의 패션쇼를 보면서 마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인체의 신비를 보는 것처럼 옷에서 보지 못했던 날것의 본질을 목격했다. 고풍스러운 소재를 사용했지만 컨템포러리 스타일을 구석구석 집어넣어 올드하지 않은 신선함을 연출했다. 스포티즘이 연상되는 직선적인 실루엣의 슈트, 옛날 옷장에서 찾아낸 올드한 소재의 믹스, 오버사이즈가 주는 무게감, 스트라이프와 체크가 주는 고풍스러움은 날 것 느낌의 스티치와 자연스럽게 노출된 실밥, 그리고 실험적인 패턴 플레이로 옷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그레이와 카멜 같은 뉴트럴 컬러를 메인으로 옐로, 블루, 버건디, 그린, 레드 등이 포인트 컬러다.
올드하고 촌스럽지만 시간이 갈수록 따뜻함을 더해주는 그만의 클래식한 철학은 새로운 디테일, 패턴의 연구, 봉제 방법과 순서에서의 변화, 소재 개발과 실루엣 등 새로운 클래식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디자이너의 연구자적 자세는 뉴룩을 창조한 하얀 가운을 입은 크리스찬 디올의 학구적인 태도를 연상시켰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에 방점을 찍은 그의 패턴 놀이는 손맛을 아는 옷 짓는 젊은 청년의 혁신적인 독주로 필자의 귀에 울려 퍼지는 듯 했다. 낯설지만 익숙한 듯, 다르지만 같은 듯한 불이법을 테마로 패턴을 믹싱해 선보였던 그의 첫 컬렉션부터 서양화가 한재열과 협업한 아트룩을 선보인 지난 2016 봄/여름 컬렉션에 이어, 60년대의 주문 제작이 하이-퀄리티 윤리와 새로운 실루엣과 소재, 익숙하지 않은 디테일과 패턴을 이용한 열정적인 연구로 인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그만의 룩과 실루엣과 감성을 선보였다.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컬렉션마다 거창한 스토리텔링보다 명확하게 떨어지는 컨셉을 보여주기 위해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로 활용한다. 꾸준한 영감의 원천은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미술관이라고 한다. 언젠가 자신만의 사진전을 열고 싶은 게 그의 또 다른 꿈이기도 하다. 어쩌면 에디 슬리만의 디올 광고처럼 그가 찍은 광고 사진을 잡지에서도 곧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다소 보수적인 남성복으로 시작했지만 젠더리스와 시즌리스를 넘나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크리에이티브한 도전 때문에 최근에는 여성복 고객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여성복의 비중이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높아졌다. 남녀를 뛰어넘어 차별과 구분이 없는 인류를 위한 옷을 만드는 그의 옷에 대한 본질적인 태도를 보게되면 옷은 단순한 생필품이 아닌 철학이자 과학으로 승화된다. 모처럼 발견한 젊은 신진 디자이너의 정체성 분명한 패션쇼를 보면서 한국 패션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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