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6-02-18 |
'외로운’ 패션쇼보다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가 대세다
최근 세계 패션계는 패션 위크 형식 변화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다. 이미 뉴욕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지난해 말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패션 위크 운영방식 재검토에 대한 용역을 맡겼고, 올해 들어 버버리와 톰 포드, 배트멍, 미샤 노누, 프로엔자 스콜러, 타미 힐피거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인 방식의 컬렉션 방식을 거부했다. 바로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이제 우리 패션 디자이너들도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 바이어에 대한 짝사랑 수준을 넘어선 콘텐츠형 소셜 미디어로 글로벌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최근 세계 패션계는 버버리, 톰 포드, 베트멍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2016 가을 패션 위크 불참을 선언하며 나비 효과를 주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즌에 앞서 열리는 기존 패션 위크 형식을 깨기 위한 움직임이다. 즉 9월에 판매될 가을/겨울 컬렉션을 바이어와 프레스를 위해 시즌 전 2월에 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9월에 패션 쇼를 연 다음 현장에서 즉시 판매하는 ‘현장 직구(buy-now, wear-now)’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쇼장에 오지 못한 글로벌 고객들을 위해 온라인과 매장을 통해서도 판매를 한다. 반년 앞서 공개하는 패션 위크의 전통을 무너뜨린 셈이다. 결국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패션 쇼를 보고 소비자가 바이어가 되어 직접 옷을 구매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먼저 버버리의 치프 디렉터이자 CEO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현장직구 형식의 컬렉션을 운영할 계획이다. 런웨이가 끝나는 즉시 바로 그 옷을 판매한다. 패션쇼는 이제 진화해야 한다. SNS를 통한 패션쇼 생중계에서 즉시 구매까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버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패션쇼를 생중계하고 있으며 액세서리 부문의 경우 이미 패션쇼 직후 바로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시즌을 4개월이나 앞서 컬렉션을 보여주는 현재의 방식은 구시대적이고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고객들이 ‘입고 싶을 때’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패션업계의 진짜 임무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톰 포드는 컬렉션을 열지 않고 레이디 가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영상을 선보여 일찍이 기존 패션 위크 형식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기존 패션 위크 형식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고문인 디자이너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는 <패셔니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패션 산업의 일정 때문에 가장 혜택을 보는 패션 업체는 H&M, 자라, 포에버 21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다. 런웨이에서 선보인 의상이 매장에 나오기 전에 복제되어 저렴한 가격에 팔려나간다”면서 현재의 패션 위크 일정 변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패스트 패션이라고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어 그녀는 “지금처럼 4~6개월 전에 미리 진행하는 패션쇼 방식은 SNS를 통해 패션쇼를 보고 바로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혼란과 좌절을 주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과 디자이너들을 위한 패션쇼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했지만 지난해부터 불참하고 쇼룸에서 바이어와 프레스를 대상으로 개별 미팅을 진행중인 디자이너 레베카 타일러는 <패셔니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처음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했던 이유는 홍보를 위한 다른 채널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많은 채널이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가치를 높이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컬렉션 런웨이에 투자할 2억 원이 넘는 돈으로 새로운 형태의 소셜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라고 주장하며 디자이너의 소셜미디어 응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패션 평론가 사라 무어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패션이 현실을 직시하고 오만함을 내려놓았다. 지금까지는 브랜드에서 물건을 만들어 줄 때까지 소비자들은 반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먼저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우월감만으로는 하이엔드 패션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제 세계패션계는 일방적인 패션쇼 보다는 소비자들과 서로 소통하는 쌍방향 패션쇼를 통해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 흐름에 동기부여를 준 강력한 무기가 바로 SNS, 즉 소셜미디어다. 국경이 사라진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해외 패션 위크를 터치 한번으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안방에서 볼 수 있다. 이제 패션에 있어 공간이나 시간의 개념이 무너져 버렸다. 젊은 친구들이 지금 뜨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마치 친한 교회 오빠처럼 말할 수 있는 것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얼굴한번 보지 못했지만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다보니 어느새 인터넷상으로는 절친 디자이너가 되었다.
지난해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LVMH 에서는 애플 출신을 CDO(Chief Digital Officer)로 영입하는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SNS와 전자상거래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인터넷 친화적인 현재의 2~30대가 10년이 지나면 3~40대가 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왕실의 옷을 만들던 꾸띄리에들이 산업혁명으로 부자가 된 신흥 부르조아들을 위해 맞춤복(오뜨 꾸띄르)을 만들었고, 20세기에는 패션의 대중화를 위해 기성복(프레타포르테)과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진 것처럼 이제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소비 규칙이 발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대 흐름을 당사자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따라가는가 하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날고 있는 데 뜀박질만으로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 패션이 상업화, 자본화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고급 패션 & 오리지널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LVMH와 커링그룹의 산하에 들어가 된서리를 맞고 퇴출된 것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렌드를 창조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지금의 위치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해외의 한 미래 학자는 지난 100년 동안의 패션 관련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더 획기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패션 로봇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디자이너 수가 많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 어떻게 소셜미디어를 구축할 것인가? 그 첫 번째는 소통일 것이고, 두 번째는 독특한 콘텐츠이고, 세 번째는 소비자 지향적인 제품 개발과 패션쇼가 진행되어야 한다.
요즘 방송을 보다보면 ‘인터렉티브(interactive)’라는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방송과 시청자가 상호 소통하는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그 원조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노래자랑’이지만 요즘은 야생 버라이어티 대세다. ‘1박 2일’ ‘무한도전’ ‘개과천선’ ‘야생 셰프’ ‘정글의 법칙’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오 마이 베이비’ ‘우리 결혼 했어요’ ‘나 혼자 산다’ ‘자기야 백년손님’ 등 출연자들이 떼로 등장해 이들의 일상을 엿보는 야생 버라이어티를 통해 안방에 앉아서 출연진과 시청자가 같은 관심 콘텐츠를 통해 소통한다.
야생 버라이어티는 소셜미디어 덕분에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줄여서 ‘마리텔’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지난 2015년 2월부터 MBC에서 파일럿으로 처음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1인 미디어 방송’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마리텔은 인터넷 1인 방송처럼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각자 콘텐츠를 가지고 세 시간 동안 1인 방송을 진행한다. 각자 자신의 방송 진행자가 되어 스스로 준비한 콘텐츠로 방송을 진행한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TV로 방송되는 본 방송 전에 인터넷으로 1인 방송과 채팅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자하는 사람들은 채팅방에 입장해 방송을 시청하는 동시에 채팅에도 참여해 댓글을 올릴 수 있다.
처음 이 방송이 나갈 때만 해도 인터넷 이용자들의 전유물인 ‘1인 미디어 방송’ 컨셉이 공중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이들도 많았다. 게임 방송이나 마니악(특정 장르에 광적으로 열중하는 사람)한 취향의 시청자들만 받아들일 수 있는 컨셉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리텔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컨텐츠, 신선한 포맷으로 편견을 넘어섰다. 요리, 스타일링, 작곡, 마술 등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들을 담아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채팅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시청자들이 마리텔에 흥미를 느꼈던 것은 시청자들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요리사, 스포츠맨, 패션 디자이너, 만화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보컬 트레이너, 마술사, 헬스 디자이너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출연자들이 출연했다. 즉 야생 버라이어티가 연예인과 방송인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 마리텔은 함께 공감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진행자와 시청자가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는 쌍방향 채널이 주효했다.
결국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강남 스타일’의 가수 싸이가 글로벌 가수로 부상하는 데 있어 일등공신은? 가창력? 국력? 재력? 아니다. 바로 유튜브와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그 주인공들이다. 개성이 강한 B급 문화가 강점인 가수라 국내에서도 제한된 마니아를 거느리던 그는 어느새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다. 물론 빌보드의 상위 차트를 겨룰 정도로 탑 가수 랭킹에 들지 못하지만 그는 온라인에서 여전히 독보적이다.
싸이를 글로벌 스타로 만든 것은 바로 콘텐츠의 힘이다. 물론 그 콘텐츠인 그의 B급 정서로 무장한 독특한 뮤직비디오는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만약 트위터가 없었던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 가수 싸이를 그토록 많은 전 세계인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한류의 주요 무기가 되었고 이제는 한류 스타가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면 그것을 똑같이 페러디한 동영상이 바로 업데이트 되는 소위 ‘커버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싸이에 이어 지난해에는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냈다. 바로 트로트 가수 이애란이다. 그녀는 ‘백세인생’이라는 노래 한곡으로 눈뜨고 일어나니 어느새 스타가 되었다. 25년 동안 무명으로 살아온 그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스타가 되기 위해 그녀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튼튼한 소속사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돌 스타들처럼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지 못했다. ‘백세인생’ 역시 2015년 3월에 나왔지만 반응이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그녀가 ‘백세인생’을 부르는 모습과 ‘∼전해라’로 끝나는 가사의 자막을 패러디한 ‘짤방’(이미지를 담은 콘텐츠, 애초에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서 이미지를 담지 않으면 삭제되어서 ‘짤림 방지’라는 의미)이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무명 가수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다. 그야말로 SNS 시대에나 가능해진 ‘인생역전’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래의 완성도나 가창력이 주목을 받았다기보다는 25년 무명 가수의 순탄치만은 않았던 인생역정 속에서 피어난 삶의 의지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냈다는 점이다. 바로 소셜미디어와 진정성 있는 콘텐츠의 케미 효과인 셈이다.
싸이의 성공 이후 소셜 미디어는 한류의 소통 수단이 되었다. 신인 아이돌 그룹 ‘방탄 소년단’은 2013년 데뷔 이후 신인상, 골든 디스크를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 왔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역시 소셜미디어로 스타가 된 Exid 만큼의 인지도도 없는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트위터가 이들을 살렸다. 이 아이돌 그룹의 팔로어 수는 올 2월 현재 185만 명이 넘어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한류 스타로 자리 잡은 선배 아이돌 그룹 ‘빅뱅’과 ‘슈퍼주니어’를 2,3위로 밀어냈다.
주목할 점은 방탄 소년단의 팬덤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팬들이 벙턴 소년단의 공식 계정과 국내 팬들의 트윗을 자국어로 번역해 공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 아이돌 그룹은 공중파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훨씬 이전부터 ‘몸값’이 최고가에 근접했었다는 광고계의 전언이다.
해외의 경우도 요즘 잘나가는 외국 디자이너들이 셀러브리티들의 인격을 바로 소셜미디어의 팔로워 수에서 나온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무형의 가치가 되었다.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는 멀티밀리언 파워를 과시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의 팔로잉 등 소셜 미디어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테크놀러지에 취약한 모델들은 점점 설 사리가 좁아지는 추세다.
막강한 팔로워를 보유한 소셜미디어형 모델들은 최고 몸값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패션 브랜드들도 소셜미디어 파워가 큰 모델들과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팔로워가 막강한 슈퍼모델의 경우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켄달 제너, 카라 델레바인, 지지 하디드 등 소셜 미디어 탑 3 모델들은 현재 자신들의 소셜 채널에 올리는 게시물 1개당 약 1억 4,800만원에서 3억 5,520만원사이의 돈을 받고 있다. 그다음 그룹인 카일리 클로스, 미란다 커, 베하티 프린슬루와 같은 모델들은 협찬 게시물 당 약 1,800만에서 6,000만원의 돈을 받는다.
해외 디자이너 중에는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아 루스텡과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 등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타 디자이너들이 되었다. 또한 그동안 소셜미디어에 부정적인 칼 라거펠트, 마크 제이콥스, 톰 포드, 알버 엘바즈 등도 시대 흐름에 맞추어 소셜미디어에 입문을 했다. 해외 디자이너들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으면 풍성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이너의 생각과 대외 활동, 창작 활동, 인스피레이션에 관련된 내용이 매일 전 세계 팔로워들에게 소개되기 때문에 늘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좋은 예가 구찌의 알렉산드로 미켈레다. 1년 전만 해도 구찌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그가 1년 만인 2015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인터내셔널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탁월한 능력도 일조했겠지만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덕을 많이 봤다. 그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무궁무진한 빈티지 감성으로 가득하다. 정교하게 조각된 프레임이 벽에 가득한 크고 작은 르네상스 초상화, 인형의 머리, 강아지, 황홀한 자수 장식 슬러퍼 등 그의 인스타그램은 그야말로 인스피레이션의 보물 창고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인스타그램은 어쩌면 구찌를 위한 완벽한 무드 보드를 날 것 느낌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필수적인 미디어다. 우리는 TV나 신문과 같은 기존 매스미디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유명인의 삶을 곁눈질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라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박사는 이런 사회를 두고 다수가 불특정 다수에게 스스로를 기꺼이 노출하고 쇼를 하느라 자율성을 잃게 되는 시놉티콘(Synopticon·상호 감시)의 쇼윈도라고 비판한다. 또한 더 이상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패놉티콘(Panopticon·소수의 감독자가 모든 수용자를 감시하기 위해 고안한 감옥)이 아니라고 말했다.
패션에서 매출은 인격이고 그 인격은 이제 소셜미디어로부터 나올 것이다. 이제 패션 비즈니스에서 인기가 곧 존재의 의미인 셈이다. 수년간 소셜미디어 분석과 컨설팅을 해 온 아르스프락시아 김도훈 대표는 “소셜 미디어의 모니터링, 분석, 운용은 많은 비용이 든다. 비용에 비해 효용은 흡사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을 따르는 것처럼 완만하게 증가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효용가치를 올리는 것은 결국 콘텐츠, 혹은 오랜 기간 준비하고 쌓아온 삶의 스토리다. 경영자들이 종종 ‘스토리 만들기’를 경박하리만치 쉽게 이야기하지만, 숱한 쇼에 익숙해진 대중은 급조한 스토리와 진실한 것을 곧잘 분별해 낸다. 그런 면에서 시놉티콘의 사회는 꽤나 민주적이고, 가끔씩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의 여지를 넓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브랜드가 컨텐츠형 소셜미디어를 지향할 때 사적인 공간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혹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명으로 쓰는 경우 브랜드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때 사적 정보 보다는 디자이너라는 공적 정보로 구성해야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그 콘텐츠는 혼자가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담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셀카를 간혹 이용할 수 있겠지만 해외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은 전문가가 찍은 냄새가 많이 난다. 즉 디자이너 스스로 찍을 수도 있지만 직원이 수행하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일반인이 찍은 사진과 스튜디오에서 포토그레퍼가 찍은 사진이 틀리듯이 소셜미디어의 사진 역시 퀄리티가 높아야 한다. 일반인 수준의 소셜미디어 콘텐츠라면 소비자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결국 주간 단위든 한 달 단위든 치밀한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 수업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디자이너의 창의력 빼고는 모든 것이 아웃소싱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봉제, 패턴에 대한 개념 파악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어학 수업, 홍보 PR이나 소셜 미디어, 편집 및 에디터 관련 수업을 병행해 1인 패션 디자이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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