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6-02-17 |
[리뷰] 다양성 런웨이 나비 효과, 2016 F/W 잭 포센 컬렉션
디자이너 잭 포센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위해 거의 대부분 유색 인종 모델을 캐스팅함으로써 올 패션계 이슈인 '다양성 런웨이'에 대한 나비 효과를 시작했다.
패션 관련 단체에 런웨이에서의 인종 차별을 반대하며 런웨이에 흑인 모델 기용을 재촉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다양성 연합((Diversity Coalition)을 운영 중인 전직 모델 베슨 하디슨(Bethann Hardison)과 다른 많은 사람들이 표명하고 있는 패션 위크 런웨이에서의 다양성을 위한 투쟁은 오래된 숙제다. 여전히 백인 모델들이 다수의 런웨이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해 동안,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어쩌면 디자이너들은 여론 때문에 제로 대신 두 서너명의 비- 백인 모델을 캐스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과 베로니카 웹을 포함해 주로 흑인 모델을 캐스팅한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3' 쇼가 아마도 대표적일 것이다. 리한나, 소피 실렛(Sophie Theallet), 크로맷의 디자이너 베카 맥카렌(Becca McCharen)은 이번 뉴욕패션위크 런웨이에 비-백인 모델 증가에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성과를 보인 것은 바로 잭 포센이었다. 그는 2월 15일(현지 시간) 저녁에 열린 패션 쇼 모델 라인업을 아야 존스(Aya Jones), 아미토 라굼(Aamito Lagum), 신디 브루나(Cindy Bruna), 라일리 몬태나(Riley Montana), 그레이스 볼(Grace Bol) 등 거의 유색 인종 모델들로 채웠다. 흥미로운 사실은 질 샌더, 크리스찬 디올, 라프 시몬스와 같은 유명 브랜드 런웨이의 모델 선택에서 다양성 부족 때문에 과거에 비난을 받았던 모델 에이전시 마이다 앤 라미(Maida & Rami)가 모델 캐스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잭 포센은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첫 동 아프리카 여성인 우간다 출신의 변호사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오브 토로(Princess Elizabeth of Toro)'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성공한 모델로 1968년 <보그>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으며 1970년대에는 잠시 우간다의 외무장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패션 디자이너에게 완벽한 영감 포인트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상관없이, 그녀는 교양있는 아름다운 여자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쇼 노트에서 잭 포센은 그녀를 '인간적인 본성, 탁월한 외모 그리고 뛰어난 지성'으로 묘사했다.
한편 캐스팅 결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단지 잭 포센의 의상을 위한 출발점인 '1930년대의 꾸띄르적 기하학 디자인 연구'에 대한 설명은 자수로 장식된 코튼의 바이어스 컷 드레스와 회색과 경렬한 블루가 혼합된 주얼 톤으로 구성되었다. 컬렉션은 사랑스러웠다. 느슨한 실루엣의 더욱 더 가벼워진 소재를 사용한 잭 포센 덕분에 지난 시즌의 이브닝웨어보다는 좀 더 캐주얼해졌다. 그러나 역시 유행을 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런웨이에서의 인종 차별을 반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한 동등한 모델 캐스팅은 떠들썩한 선전보다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보인다. 이러한 잭 포센의 움직임이 동료 디자이너들도 따라할 수 있는 나비 효과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직도 비주류인 비-백인 모델들은 캐스팅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SNS 덕분에 패션 위크가 더욱 더 소비자 친화적인 행사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인종과 나이, 몸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보다 다양한 구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패션 위크 일정을 소비자들을 위해 4개월 앞당기는 실질적인 변화와 함께 백인 모델 중심의 런웨이 역시 다양한 인종과 연령과 몸매를 가진 보다 사실적인 모델로 바뀌어야 할 듯 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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