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02-16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자이너 브랜드 런칭, 기회일까 악수일까?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는 디자이너의 이름이 들어간다. 샤넬, 디올, 버버리, 아르마니, 프라다 등은 모두 오리지널 디자이너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명이다. 디자인과 경영이 모두 중시되는 시대에 브랜드 명에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이 기회(機會)일까, 아니면 악수(惡手)일까?



 

21세기 들어서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대가 활짝 열렸다. 덕분에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명에 나오는 디자이너 이름과 실제 디자인을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많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영입한 디자이너들을 우리는 흔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부른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회를 받은 행운아이지만 동시에 브랜드에 고용된 월급쟁이일 뿐이다. 정작 브랜드 소유주는 설립자인 오리지널 디자이너가 아닌 LVMH나 커링과 같은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그룹들이다.

 

최근 발렌시아가를 떠난 알렉산더 왕이나 디올을 떠난 라프 시몬스, 랑방을 떠난 앨버 엘바즈가 주목받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 아웃이 럭셔리 비즈니스의 홍보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준다.

 

현재 유일하게 패션 그룹에 팔리지 않은 헤리티지 브랜드 샤넬 역시 오리지널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아닌 칼 라거펠트라는 독일 출신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장기 집권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최고 연장자인 셈이다.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따로 전개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톰 포드, 마크 제이콥스, 스텔라 맥카트니, 알렉산더 왕, 제이슨 우, 조나단 앤더슨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전개하며 활동하고 있는 현역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많다. 그러나 프라다 그룹 소유의 브랜드 질 샌더LVMH 그룹 소유의 브랜드 도나 카란에서 브랜드를 만든 오리지널 디자이너가 회사를 떠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M&A나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인수한 기업이 경영 차원에서 머케팅 전략에 관여하고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초기 투자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들을 디자인 외에 경영에서는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디자인과 경영이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이유다.

 

구찌의 톰 포드 역시 구찌를 둘러싸고 소유주 PPR그룹(현재는 커링그룹)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밀려나 결별한 후 미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런칭 했다. 최근 마크 제이콥스는 매출이 좋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를 전략적 차원에서 퇴출시킨 소유주 LVMH 그룹에게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캐스팅한 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잘리는 상황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현재 마크 제이콥스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 지분을 친구와 함께 20%만 소유하고 있고 LVMH80%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도나 카란 역시 DKN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떠났고, 랑방의 앨버 엘바즈 역시 경영에 대한 이견 때문에 결별한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아울러 디올의 라프 시몬스와 발렌시아가의 알렉산더 왕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컬렉션을 소화하느라 정작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할 수 없었다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가을 디자이너 도나 카란은 자신의 회고록 <나의 여행(My Journey)> 출판을 위해 뉴욕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했다. “내 이름과 브랜드를 구분하느라 무척 어려웠다. 회사에 도착한 우편물은 모두도나 카란이라고 적혀 있었고, 나는 모두 나 개인에게 온 것으로 생각하고 개봉했다. 직원들은 도나! 그것은 내꺼야!’라고 말했다. 어느새 도나 카란은 나 개인의 이름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속해 있는 회사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내 이름은 개인이 아닌 기업이 되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해 7, 디자이너 도나 카란은 도나 카란 인터내셔널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서 자의반 타의반 물러났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도나 카란30년 이상 이끌어 왔으며, 80년대에는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3대 디자이너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만든 브랜드 도나 카란을 갑자기 떠난 사건은 미국 패션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보통 오리지널 디자이너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혹은 지병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디자이너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하는 경우는 있지만, 도나 카란처럼 한창 활동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자신의 지분을 팔고 브랜드를 떠난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미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경우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임종하기 몇 달 전에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임명한 것처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에 대해 애착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케이트 미들턴과 미셸 오바마, 시에나 밀러 등 셀러브리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영국 디자이너 조나단 선더스가 갑자기 12년간 전개해 온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사업을 접었다. 개인적인 이유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지만 새로운 CEO를 영입하고 투자도 잘 진행되던 상황이라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지만 역시 경영권에 대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지난 10CEO 사임), 오스카 드 라 렌타(2014년에 사망)와 함께 도나 카란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에서 더 이상 주인 역할을 맡지 않고 있다. 다만 CEO에서 물러난 랄프 로렌은 아직도 자신의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트롤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이름으로 브랜드 명을 만들어 수십 년 동안 개인의 힘으로 브랜드를 지속한다는 것은 요즘 패션에서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개인적, 법적인 수준 모두 해당된다.

 

도나 카란이 자서전에서 언급했듯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비결에는 정체성의 탁월한 감각과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강한 애착이 있어야 한다. 그럼 차세대 젊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계속 시도해야 할까?

 

패션 법 연구소 설립자이자 포드햄 대학 패션 법 교수인 수잔 스카피디(Susan Scafidi)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전통과 아티스트의 자부심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브랜드 명에 디자이너 개인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 대해 학생들과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두 번 이상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라고 조언한다.

 

그녀는 패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에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을 넣어 브랜드를 론칭한 후, 시간이 지나 인지도를 바탕으로 투자자나 백커들의 투자를 통해 브랜드의 지분을 인수하고, 이후 브랜드는 투자자에 의해 분할되어 결국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인지만 정작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디자이너들로 넘쳐난다.”고 말한다. 결국 새로 추가된 트레이드마크(trademark)’라는 브랜드 이름만이 브랜드의 주요 자산이 될 뿐 디자이너는 허울뿐이라고 강조했다.

 

할스톤이 그 유명한 경우다. 미국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스톤은 1973년 노턴 사이먼 산업에 자신의 브랜드를 팔 때 자신의 이름에 대한 권리도 함께 팔았다. 할스톤의 브랜드는 처음에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계약과 함께 금전적인 보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내건 라인에 대한 모든 비즈니스 결정에 그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다.

 

결국 10년 후 그는 경영진에 의해 자신의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말았다. 또한 마크 제이콥스 역시 작고한 디자이너 페리 엘리스에 이어 브랜드 페리 엘리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그의 시그너처인 그런지 룩을 페리 엘리스 컬렉션을 통해 선보였지만 패션쇼에 악평이 쏟아지자 경영진은 생산을 취소하고 그를 바로 해고해 버렸다. 물론 브랜드도 함께 접었다.

 

 

수잔 스카피디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명에 넣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이 소유가 아닌 기업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녀는 디자이너 개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건 자식같은 브랜드로부터 반강제로 떠나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콰이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런던 출신의 미국 디자이너 사이몬 서퍼(Simon Spurr)는 자신의 이름을 잃는 것에 대한 감정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 런칭에 대해 마치 아름다운 아이를 낳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자식 같은 브랜드는 아이와 생이별하듯 나로 부터 찢겨져 나갔다.”고 말했다.

 

사이먼 시퍼는 당시 주목받는 신인 남성복 디자이너로 CFDA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6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이끌었다. 때문에 그는 2012년 갑자기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날 때 업계는 깜짝 놀랐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그는 현재 영국의 헤리티지 남성복 브랜드 켄트앤커렌(Kent & Curwen)에서 일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그들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다른 이름 아래 새로운 벤처로 시작하는 옵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데비 크로엘(Devi Kroell)2010년에 그녀가 만든 액세서리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1년 후, 그녀는 닥스 게블러(Dax Gabler)에 들어가 새로운 액세서리 브랜드를 론칭을 주도했다.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2006년 니만 마커스에 의해 회사가 인수된 후 1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떠났다. 이후 케이트 스페이드사(Kate Spade & Co)는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고, 반면에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프란시스 발렌타인(Frances Valentine)이라 불리는 새로운 신발 & 핸드백 라인을 개발 중이며 올 12016 /여름 컬렉션으로 다시 데뷔했다.

 

한편 드문 경우지만, 디자이너가 다시 자신의 상표를 되찾는 경우도 있다. 2010년 마케팅 회사 켈우드에 인수된 브랜드 아담 립스(Adam Lippes)2년 후 자신의 이름과 지적 재산권을 되찾았고, 아울러 비경쟁 조항을 이용해 자신의 주식을 모두 사들였다. 이는 자신의 비즈니스(혹은 경력)에 대한 주도권을 얻는 고도의 움직임인 셈이다.

 

2012년 환매에 대한 인터뷰에서 아담 립스는 나는 우리가 한 일이 진가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현재 비즈니스는 매력과 친밀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브랜드에 대한 진정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거나 충고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흔들리기 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질 샌더의 경우도 프라다가 인수한 자신의 브랜드를 떠난 후 반복해서 3번이나 컴백하는 특이한 케이스를 보여 주었지만 현재는 브랜드를 떠난 상태다.

 

 

그러나 법률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네임 컴퍼니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찬 시리아노(Christian Siriano), 로지 애슐린(Rosie Assoulin), 새디어스 오닐(Thaddeus O'Neil), 샌디 리앙(Sandy Liang) 같은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마이클 코어스, 토리 버치, 알렉산더 왕 그리고 3.1 필립 림과 같은 이미 유명세를 달리는 브랜드를 따라 성공적인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방어막을 구성하고 있다.

 

보통 디자이너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스토리나 혹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디자이너 이름을 딴 브랜드는 그 장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NPD 그룹의 수석 산업 애널리스트 마샬 코헨(Marshal Cohen)2008J.C. 페니를 위해 폴로 랄프 로렌이 만든 브랜드 아메리칸 리빙(American Living)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마디로 실패작이었다고 평가했다.

 

브랜드 이름 안에 랄프 로렌이란 이름이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자이너 이름이 들어간 파생 브랜드 챕스 바이 랄프 로렌랄프 로렌 블랙 라벨의 성공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즉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한다고 해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 것이라고 강조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컨설턴트 스티븐 데니스(Steven Dennis)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소유하는 장점에 대해 강조했다. 단 브랜드의 본질과 미학을 가진 강력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만약 자신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관련된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 디자이너라면 전략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이어 브랜드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해가 될까 아니면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하며 이 질문은 간단히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레드 오션이 된 패션 시장에서 새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미래 투자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다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자자가 인수를 할 때 자신의 이름에 대한 권리를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

 

지난 1996년 도나 카란이 자신의 회사를 공개했을 때, 그녀는 가브리엘 스튜디오(Gabrielle Studio)라 불리는 별도의 지주 회사를 설립해 자신의 상표 소유권을 유지했다. 상장 회사인 도나 카란 인터내셔널은 상표권을 사용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매년 지주회사에 지불해야만 했다. 이 '현명한 보호(clever protection)’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들이다.

 

수잔 스카피디 교수는 패션에 정통하지 못한 투자자들도 패션에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적인 여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녀는 동시에 패션에 정통하고, 브랜드에 디자이너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투자자들도 분명 있다. 그들은 만약 자신들이 브랜드의 이름을 소유할 수 없다면 회사에 동일한 가격으로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예전부터 기업의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가 있었다. 코오롱은 디자이너 김영주의 파라오상표를 인수해 디자인을 맡기고 자금과 영업력을 지원해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대하패션은 심상보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 피리 인터내셔날을 인수해 파리 시장 진출을 도모했고, 스웨터 전문 업체 천지실업은 디자이너 박은경이 전개하는 브랜드 매드믹스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SK네트웍스가 듀오 디자이너 강진영 & 윤한희가 전개하는 브랜드 오브제와 오즈세컨를 인수해 뉴욕 컬렉션에 진출 중이던 Y&Kei와 함께 글로벌 패션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SK네트웍스는 오브제의 지분 54.1%500억에 인수 및 합병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은 결별한 상태다. 최근에는 젊은 듀오 디자이너 정혁서&배승연이 전개하는 브랜드 스티브J&요니P’를 인수해 제2의 오즈세컨처럼 만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에서는 2010년 석정혜 디자이너의 쿠론을 시작으로 2012년 디자이너 김재현이 전개하는 자뎅 드 슈에뜨와 디자이너 이보현이 전개하는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며 주목을 끌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는 디자이너 정구호의 브랜드 구호와 디지이너 정욱준의 브랜드 준지를 인수해 파리 컬렉션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패션 대기업의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는 패션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데 좋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패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프라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전략이기 때문이다.

 

패션 기업들은 창의적인 디자이너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개성 강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보다 체계적인 영업력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빠른 시간 안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대중적인 브랜드로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창의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육성해 기업 가치와 목표를 한 단계 높이고, 젊은 디자이너들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기 때문에 패션 생태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생 모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늘 인수 후 문제가 발생한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자금과 마케팅 능력, 그리고 디자이너의 하이엔드 감성이 만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경영을 독점하고, 디자이너는 옷만 만들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컨버전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디자인 감성과 마케팅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마케팅의 4P 요소인 가격(Price), 매장(Place), 생산(Production), 홍보(Promotion) 등에 디자이너들이 의견을 내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패션은 상업적인 경영과 함께 디자인적인 감성도 함께 아우러져야 한다.

 

아울러 인사의 경우도 디자이너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한다.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생긴 브랜드치고 행복한 결말을 맺은 경우는 거의 없다. 디자이너의 경우도 계약 때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얻어 디자이너 이름과 상표권 등 저작권에 대한 보다 디테일한 계약서를 써야하고, 기업 역시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감성을 마케팅 능력만큼이나 비싼 고부가가치의 자산으로 이해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패션 시장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디자이너 브랜드가 외국 기업에 인수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디자인이나 브랜드 명, 저작권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최근에 전개하는 젊은 브랜드의 경우 개인의 이름을 이용한 브랜드 보다 특정한 이름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는 점은 이름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명에 넣는 것은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아울러 실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분신인 셈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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