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02-04

90년대 레전드, 슈퍼모델들의 이유있는 반란

하이틴 모델이 주도하는 세계 패션계에서 최근 '인스타 걸'들에게 길을 열어 준 여성들이 이번 시즌 대규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돌아오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밀라노 패션 위크에 취재를 갔을 때다. 일정 중에 시간이 남아 돌체 & 가바나의 매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런웨이와 광고 캠페인에서 보았던 20대의 젊은 소비자들을 매장에서 발견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 4,50대의 소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젊은 소비자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패션 쇼를 통해 보여지는 프로모션 이미지와 실제 매장장에서 벌이지는 소비 현실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여성들은 누구나 젊어지고자 하는 안티-에이징에 대한 로망이 있기 때문에 젊은 모델을 캐스팅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필요악이라고 했다.


21세기는 100세 시대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운동 등으로 외모도 점차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 카라 델레바인과 같은 인스타그램 친화적인 하이틴 스타들이 다시금 막강한 팔로워를 바탕으로 모델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소셜 모델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 흐름에 반역이 기운이 감돌고 있다. 바로 20세기 모델인 슈퍼 모델의 반란을 시작으로 7,80년대 셀러브리티들도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등 나이 파괴 움직임이 서서히 패션계에 부상하고 있다.   




최근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미디어에서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셀러브리티들의 10대 자녀들, 인터넷 리얼리티 스타에서 패션 모델로 변신한 하이틴 스타들, 혹은 알렉산드로 미켈레, 라프 시몬스, 미우치아 프라다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종종 시즌 뮤즈로 캐스팅하는 젊은 모델들에 이르기까지 온통 미성년인 하이틴 모델에 주목하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때, 패션이 오랫동안 젊음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이 더이상 비밀은 아니지만,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일부 모델들은 성인이 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디올을 위한 라프 시몬스의 마지막 광고 캠페인에 등장한 15세의 이스라엘 출신 모델 소피아 매체트너(Sofia Mechetner)와 16세의 네덜란드 출신 모델 루스 아벨스(Roos Abels)가 그 대표적이다. 디올이 10대를 위한 브랜드가 아닌데도 말이다. 어쩌면 엄마 옷을 대신 입은 셈이다.


특히 디올은 지난해 패션쇼에서는 시스루 드레스를 입힌 당시 14살에 불과한 소피아 매체트너를 런웨이에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매체트너는 란제리가 비치는 시스루 화이트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해 패션쇼 뮤즈로 등극했지만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성년자에게 성인의 옷과 화장을 그대로 대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지나치게 마른 모델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최근에는 지나치게 어린 모델을 기용하는 브랜드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2012년, <보그> 미국판은 16세 이하의 모델을 쓰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했고, 2013년에는 뉴욕주 의회가 18세 이하의 미성년자 모델의 고용은 주 노동부의 허가와 감독을 받도록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와 영국 패션협회(BFC)가 16세 이하의 모델은 고용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디자이너들에게 전달했지만‘뉴페이스’를 선호하는 업계 관행상 미성년자 모델 고용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인 셈이다.


한편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17)은 샤넬의 화장품 모델로 캐스팅되었으며, 1990년대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의 딸 카이아 거버의 경우 14살에 불과하지만 현재 패션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어린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은 러시아 아동 모델인 10살 크리스티나 피메노바(Kristina Pimenova)로 3살 때부터 <보그> 뿐 아니라 아르마니 키즈, 로베르토 까빌리 주니어, 디스퀘어드2 키즈웨어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에서 LA로 건너와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편 어린 모델을 선호하는 로리타 증후군 트렌드는 어쩌면 외모 보다는 젊은이들이 소셜 미디어에 더 능숙하다고 알려진 사실 때문에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요즘 모델 산업의 가장 가치있는 통화인 소셜 미디어는 블루 칩 광고 캠페인과 패션쇼 캐스팅에 있어 최고 정상에 오른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럭키 블루 스미스와 헤일리 볼드윈과 같은 인스타그램 감각과 함께)가 이끌어 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브랜드를 론칭한 켄달 자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둘이 합치면 1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1억명 중에 브랜드가 원하는 소비자가 과연 몇 %인지 데이타도 없는 상황에서 단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묻지마 전략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시계 추가 지금까지 한쪽 방향으로만 흔들리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변화의 물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변화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패션계의 캐스팅 선택에서 빠르게 급부상하고 있다. 파리 젊은이들의 왕으로 통하는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테인이 발망의 2016 봄 캠페인을 위해 원조 90년대 슈퍼 모델인 클라우디아 쉬퍼, 나오미 캠벨, 신디 크라포드를 발망 사단의 주력 맴버인 '인스타 걸' 대신 캐스팅했을 때 실제 구매 고객들은 새로운 풍경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과 동일시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에바 헤르지고바, 스텔라 테넌트, 앰버 르 본, 나디아 아우어만 같은 90년대 슈퍼모델을 광고 모델로 캐스팅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50세의 배우 베로니카 웹을 2016 봄 캠페인 모델로 캐스팅한 소피 실렛(Sophie Theallet)을 포함한 다른 패션 하우스들도 점차 이 흐름을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패션 잡지 에디터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크리스티 털링턴과 앰버 발레타는 각각 매거진과 네타포르테에서 발행하는 잡지 <포터>의 2016년 봄호에 표지 모델로 등장해 신선함을 던져 주었다. 90년대의 빛바랜 잡지가 이닌 2016년의 새로운 잡지에 표지로 등장한 모델들은 여전히 슈퍼 모델의 모습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편 이 트렌드는 슈퍼모델을 뛰어 넘어 원로 셀러브리티들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다. 지난 해 셀린느의 광고 모델 80대 소설가 조안 디디온과 생 로랑의 광고 모델 70대 가수 조니 미셸이 확기적인 대중 문화적 캐스팅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이번 시즌 역시 보다 성숙한 모델 선택을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져 돌체 & 가바나의 소피아 로렌과 마크 제이콥스의 베트 미들러와 같은 80대와 70대의 전설적인 원로 여배우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확실히, 이 여성들이 '슈퍼모델'로 불리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패션계를 떠난 적이 없었다. 다만 소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 하이틴 스타에게 지배된 풍경 속에서 이제는 그들에게 길을 열어 준 여성들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선하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라는 명언처럼 안티 에이징에 대한 로망과 하이틴 모델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이들은 잠시 패션의 편향된 시선에서 사라졌을 뿐 죽지 않고 존재했었다.


이러한 새로운 태도는 30대와 40대, 50대의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에게 자신을 옷을 입힌 쇼케이스를 선호하는 프로발 그룽과 같은 몇몇 디자이너들을 넘어  2016 가을 시즌 런웨이 캐스팅에서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비자 친화적인 패션쇼로 변신을 시도하는 컬렉션이 실제 소비자들과 동년배인 나이든 모델을 광고 캠페인이나 런웨이에 세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정으로 보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아울러 패션의 다양성은 민족과 인종의 차이를 극복할 뿐 아니라 나이로 인한 차별도 극복해야만 100%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관련기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할머니(?) 광고 모델 전성시대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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