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5-11-29 |
[무비패션] 20년대 여성들의 패션 자유를 다룬 '대니쉬 걸'
패션계에 불고 있는 앤드로지너스와 젠더리스 바람을 반영한 영화가 개봉되어 화제다. 1920년대의 차가운 코펜하겐과 뜨거운 파리의 풍경, 여성들의 패션 해방, 그리고 실화인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렌스젠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들의 패션 자유를 선물한 코코 샤넬과 폴 푸아레, 잔느 랑방이 활동한 1920년대의 유럽 풍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대니쉬 걸(The Danish Girl)>에서 에디 델레바인은 어떻게 세계 최초의 트렌스젠더 릴리 엘베로 변신했을 지가 관심사인 이 영화에 코스튬 디자이너와 헤어 & 메이크업 디자이너는 입을 맞추어 1920년대는 여성들이 스스로 패션 자유를 경험한 10년이었다고 말했다.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과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 주연을 맡은 영화 <데니쉬 걸>이 지난 11월 2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했다(참고로 국내에서는 내년 3월에 개봉될 예정). 이 둘의 영화는 극장에서 거의 히트를 치지 못했지만 오스카의 여론은 지난 여름에 열렸던 베니스 영화제의 영화 시사회 이후 줄곧 두 배우를 주목하고 있다. 어쩌면 두 배우 모두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망성도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영화 <사랑의 모든 것>에서 주인공 스트븐 호킹 박사 역을 맡아 삶을 변화시킨 변화를 멋진 연기력으로 전달해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모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에디 레드메인은 자신이 남자의 몸에 갇힌 여성임을 깨닫고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에르나르 엘베(Einar Elbe)라 불리는 덴마크 화가를 연기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엘베의 아내 게르다 베게너(Gerda Wegener)를 연기했다. 그녀는 성공한 덴마크 화가로 남편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변신한 남편과 함께 한다.
사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덴마크의 여성화가 게리다 베게너는 주로 패셔너블한 아름다운 여성을 주로 그렸으며 특히 <보그>의 일러스트 작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녀의 그림이 유명세를 타면서 그림에 자주 등장하던 ‘아몬드 모양의 눈’을 한 모델에게도 많은 이목이 집중됐지만 모두의 생각과 달리 그 모델은 바로 베게너의 남편 에이나르 엘베였다. 에이나르는 아내 게르다의 모델이 펑크를 내 우연히 아내를 위해 여성 모델로 섰다가 점차 여장에 만족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여성으로 소개하게 됐다.
이후 남편 에이나르 엘베는 1930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았다며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아내 게르다 역시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며 진정한 사랑을 이어갔다. 당시 이 사건은 큰 이슈가 돼 덴마크 국왕은 두 사람의 결혼을 무효라고 선언했지만 결국 릴리 엘베로 이름을 바꾼 에르나르 엘베는 바뀐 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아 여권까지 발행받게 됐다. 그러나 성전환 수술에서 난소와 자궁도 이식받으며 남자를 만나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던 중 거부 반응으로 인해 1931년 사망했고, 아내 게르다도 1940년 54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는 1926년부터 1931년 사이의 코펜하겐과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는 잔느 랑방, 코코 샤넬, 폴 푸아레 덕분에 여성의 패션이 스스로 자유를 만끽하던 시기로, 코스튬 디자이너 파코 델가도(Paco Delgado)는 이들 디자이너 모두를 연구했으며 릴리 엘베와 게르다 베게너의 드레스도 참조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2012년 영화 <레미제리블>을 통해 감독인 톰 후퍼와 주인공 레드메인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파코 델가도는 “우리는 실존하는 많은 의상과 함께 영화를 에드워디언 룩으로 시작했다. 아울러 신체를 더 억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릴리의 삶을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그녀가 남자로 사는 육체의 구속으로 부터 해방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데니쉬 걸>은 파코 델가도가 무거운 울과 테일러드, 블루와 그레이, 블랙의 두꺼운 소재를 선택한 보수적인 에드워디안 시대의 코펜하겐에서 시작된다. 한편 영화 <레미제라블>과 <사랑의 모든 것>에서 함께 작업한 헤어와 메이크업 디자이너 얀 시웰(Jan Sewell)은 배우의 남성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그 시기에 맞는 남자 가발을 디자인했다. 그녀는 “물론 에디 레드메인은 잘 생긴 외모의 남자다. 따라서 릴리 엘베가 에르나르 엘베로 등장하는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어느 정도 에디 레드메인의 남성성을 강조해야만 했다. 그래서 메이크업에 음영과 하이라이트를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얀 시웰은 1920년대의 자유로운 트렌드도 받아들였다. 특히 영화에서 에디 레드메인이 세 가지 맞춤 가발을 착용할 때가 압권이다. 그녀는 “나는 에디를 위해 아주 긴 가발을 시도했지만 확실히 짧은 가발만큼이나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한 영화의 배경이 1920년대라는 사실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당시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때였고, 그들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레드메인의 잘생긴 외모 역시 그의 목을 노출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얀 시웰은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큰 도전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데 사용된 고화질 카메라를 꼽았다. 그녀는 “나는 톰 후퍼 감독이 아주 무거운 감정 신의 일부를 클로우즈 업으로 촬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에디가 메이크업한 것처럼 보이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녀는 피부에 찔러 넣는 밀랍 메이크업 베이스를 사용했다. 또한 그 시대에 어울리는 컬러 팔레트를 혼합하기 위해 메이크업 공장에서 직접 작업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릴리 엘베가 처음 메이크업 시도할 때, 약간은 지나치게 이용했다고 얀 시웰는 말했다. 이어 “레드메인은 사람들이 변화할 때 그들이 지나치게 여성스럽다고 매우 자주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 중 하나였다. 즉 우리가 아주 적갈색 가발을 사용하거나 매우 강한 립 컬러를 사용할 때였다. 나는 입의 모서리를 없앴고 입의 앞부분을 강조했기 때문에 레드메인이 여자인 릴리 엘베로 변신했을 때는 그의 입술 모양을 완전히 바꾸었고 덕분에 그는 훨씬 더 뿌루퉁하게 나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리서치를 위해 코스튬 디자이너 파고 델가도는 톰 후퍼 감독과 함께 촬영 시작 전에 도시의 건축물과 날씨를 관찰하기 위해 코펜하겐으로 여행을 떠났다. 파고 델가도는 “우리는 코펜하겐에 있는 국립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 관계자는 우리에게 릴리 엘베, 게르다 베게너, 그리고 친구들의 실제 사진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한 파고 델가도는 영화, 책, 엘베의 자서전 ‘맨 인투 우먼’을 참조했으며, 릴리 엘베가 솜털 같은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처음으로 게르다를 위해 모델로 앉아있는 모습을 완벽하게 재생하게 도움을 준 게르다의 그림도 보았다. 그는 “물론 에디의 치수는 우리가 이미 발견한 그 시대에 만들어진 옷과는 너무 달랐다. 1920년대의 문제는 대부분의 고급 실크와 아주 특별한 소재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는 조각이 난 많은 앤티크 옷과 원단 재료를 구입했으며, 결국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영화 의상 중 95%를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은 릴리 엘베가 드레스를 입고 처음 대중 앞에 나서는 것으로, 부부가 무도회에 참가했을 때와 릴리가 오페라 하우스의 의상 팀으로 부터 빌린 드레스를 입을 때였다. 마음속으로 랑방 드레스를 생각했던 파고 델가도는 “우리는 늘 어떻게든 그것들이 약간 은 연극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한 그것은 우리가 보여주고자 했던 컬러 팔레트를 반영해야 했었다.”고 말했다.
릴리와 게르다가 더 보헤미안적인 도시인 파리로 이동했을 때, 그들의 의상은 분위기에 있어 변화를 반영했다. 파고 델가도는 “우리는 따뜻한 컬러의 팔레트로 영화를 시작했고 패브릭은 움직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게르다와 릴리의 마지막 신을 위해 코코 샤넬에서 기본적인 영감을 받았다. 그는 “코코 샤넬은 현대 여성을 생각한 첫 번째 디자이너였다. 실제로 당시 새로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여성들에게 운동을 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니트웨어를 소개한 첫 번째 디자이너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 의상이 코펜하겐의 차가운 빛과 파리의 역동적인 남부 톤 사이의 대비를 병렬했다는 사실은 의상 감독 파고 델가도에게는 아주 중요했다. 톰 후퍼 감독이 그에게 처음으로 최고의 러브 스토리이자 릴리 엘베의 두 번째 여행이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데니쉬 걸>에서는 레드메인과 비칸데르의 연기 뿐 아니라 패브릭과 메이크업 그리고 모든 장면의 세트로 인해 1920년대 패션 자유를 주도한 여성들의 자기 정체성이 스크린으로 잘 투영되어 있다. 따라서 패션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강추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