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5-11-06 |
라프 시몬스가 떠난 디올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누가될까?
라프 시몬스가 디올을 떠나면서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최고 자리 중 하나가 현재 비어있다. 과연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 예상 후보를 진단해 본다.
패션 다큐멘터리 <디올 & 아이>를 통해 오트 쿠튀르의 진정한 감동을 전해주었던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가 결국 하우스와 작별을 고했다. <디올 & 아이>에서의 갑작스러운 쇼 준비만큼이나 그의 퇴진도 속전속결이었다. 가장 현대적인 ‘디올 레이디’를 완성시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기에 퇴진의 이유는 여전히 퀘스천 마크다. 이제 라프 시몬스의 향후 행보만큼이나 궁금한 것은 관심은 누가 그에 이어 디올을 이끌 것인가의 문제다.
축구과 패션 사이에는 유사성이 농후하다. 파리 럭셔리 하우스를 이끄는 탑 테이블의 빈 의자만을 남기고 라프 시몬스가 디올을 떠난다는 패션 뉴스가 나오던 같은 시기에 스포츠면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팀 리버풀이 브렌단 로저스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패션계의 아쉬움만큼이나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큰 거운데 리버풀은 곧바로 리얼 덕 아웃 슈퍼 스타인 유르겐 클로프를 공석인 감독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컬렉션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시간적 여유가 있는 패션계에서는 새로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디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후보로 부상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보자.
Christopher Kane
영국 출신의 괴짜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은 디올의 소유주인 LVMH의 라이벌 패션 대기업 커링 그룹이 그의 라벨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디올 영입 자체가 접근 금지라고 주장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케인이 지난 9월에 진행된 라프 시몬스의 마지막 디올 패션쇼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행보로 지레 짐작하게 된다. 또한 그의 우아한 테일러링과 예쁘지만 솜씨 좋은 옷에 대한 시각은 디올의 헤리티지에 아주 잘 어울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는 3년 동안 베르사체의 베르수스를 디자인한 크리스토퍼 케인은 2013년 커링 그룹이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의 라벨을 잘 지키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예상해 본다.
JW Anderson
또 다른 영국 패션의 영건, 조나단 앤더슨은 패쇄적인 패션 사업 구조(walled garden of fashion)를 넘어서 늘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머징 스타다. 아마도 라프 시몬스가 부족한 그 무엇인가가 그에게 있을 듯하다. 그의 패션쇼는 종종 특이하게 선견지명이 있는 논쟁거리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2013년 코르셋을 입힌 남자 모델을 무대에 세운 색다른 접근 방법은 패션 젠더에 대해 지속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고 이것들은 강력한 상업적인 상식에 의해 백업되고 있다. 캣 워크를 떠나 그는 실제로 시장에서 팔리는 좋은 옷을 만들고 있다. 또한 그는 지난해부터 또 다른 LVMH 브랜드인 로에베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디올로 이동할 수도 있을 듯하다. 퀘스천 마크는 빅 하우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30세 젊은 다자이너의 준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Marc Jacobs
마크 제이콥스는 세계가 인정하는 천재이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 역시 자신의 회사 주식 80%를 확보하고 있는 LVMH 그룹의 믿을 수 있는 유력 디자이너다. 만약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다면 지난 시즌 축구 선수 조제 모리뉴가 다시 첼시로 복귀한 것과 같은 셈이다. 그는 10년 동안 LVMH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기 때문에 LVMH의 마크 제이콥스에 대한 신뢰와 가치는 무척이나 두텁다. 그는 지난 2013년 루이 비통을 떠난 이후 기업공개(IPO)를 위해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해왔다. 아울러 그의 가장 최근 쇼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어 지금 당장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기 상조하는 여론도 있다. 또한 그는 케이트 모스와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바쁘고,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페인팅 네일 사진을 포스팅하는 등 대중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Chitose Abe
브랜드 사카이(Sacai)의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는 꼼데가르송의 디자이너로 8년간 일하다가 결혼 후인 1999년 니트 아이템 위주의 소규모 브랜드 런칭해 칼 라거펠트, 안나 윈투어, 수지 멘키스와 같은 유명 패션 인사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녀는 독특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그녀만의 독창적인 비전을 선보인다. 또한 그녀는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마 즈바살리아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발렌시아가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녀의 예쁜 옷은 프릴과 테일러링과 같은 ‘디올이즘’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그녀가 디올 아카이브와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패션업계 내부의 팬 층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디올 구매자들에게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특히 소녀들은 핑크색 입술이 매력적인 그녀의 최신 패션쇼 덕분에 요즘 립스틱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Marques Almeida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듀오 디자이너 마르타 마르케스와 파울로 알메이다는 1950년대 디올의 상징인 구조적인 실루엣 ‘바 재킷’의 재발견한 것 보다 마모된 데님으로 더 잘 알려진 컬러와 텍스추어를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올해 5월에는 신예 패션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프로젝트 ‘LVMH 프라이즈’의 2회 수상자가 되면서 30만 유로(3억 7천만 원)의 지원금을 거머쥐었으며, 1년간 LVMH 그룹에서 진행하는 멘토쉽과 재정적 지원은 물론 제작 및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들 듀오가 디올의 간택을 받는 것은 확실히 디올 캠페인의 주인공 리한나를 포함한 팔로어들로 부터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신뢰의 궁극적 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John Galliano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모든 소란의 기원은 2011년 유태인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불명예스럽게 디올에서 쫓겨난 존 갈리아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그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오랜 유배 생활(?) 후 다시 패션계로 돌아왔지만 앙팡 테리블 패션 천재를 사랑하는 그의 헌신적인 팬들은 여전히 과거 그가 디올에서 선보였던 패션 로맨스를 사랑하고 있다. 그의 디올 재입성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지만 영입에 대한 몇 가지 논리는 있다. 그는 하우스의 코드를 알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화제를 제공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는 핀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디올 재입성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Rick Owens
만약 지금 당장 소셜 미디어의 악평을 유발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단 한 명의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릭 오웬스일 것이다. 지난 9월에 개최한 자신의 2016 봄/여름 컬렉션에서 모델들이 목 주위로 다른 모델들을 입고(?) 나온 최근 곡예 연기나 남성의 성기를 노출 시킨 2015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만약 LVMH 그룹이 디올을 위한 절묘한 토탈 커브 볼을 원하다면 릭 오웬스가 그에 가장 부합하는 디자이너로 보인다. 추가로 곡예 연기를 떠나 그는 크리스찬 디올 스스로 인정했던 커팅의 달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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