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5-09-21 |
[리뷰] 2016 봄/여름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드 라벨 컬렉션
2016 봄/여름 런던 패션위크에서 비비엔 웨스트우드는 아주 특별한 캣워크 시위를 벌였다. 바로 9일 전 탱크 시위의 연장선으로 영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영국 북부와 중부지역에 27개의 개발 허가권을 내준 데 대한 반대 시위를 위해서였다.
런던 패션의 대모이자 펑크 패션의 전설인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기성복 쇼가 열리기 9일 전인 지난 9월 11일,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하얀 탱크를 몰고 영국 옥스퍼드셔 위트니에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자택 앞까지 돌진했다. 영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영국 북부와 중부지역에 27개의 개발 허가권을 내준 데 대한 반대 시위를 위해서였다. 그녀의 돌발 행동 영국 매체들의 주목을 받으며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녀가 반대하는 셰일가스 시추 기술인 프래킹((fracking)은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서 바위를 파쇄해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을 말한다. 그러나 프래킹 기술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현재 영국에서는 환경 논쟁의 뜨거운 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반대 진영의 대표적인 얼굴로 부각되고 있다.
만약 다른 디자이너가 패션쇼를 부각시키기 위한 빅 홍보 스턴트맨으로 탱크를 몰고 갔다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항상 강성 시위에 앞장서왔고 패션쇼에서도 그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반체제 시위'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녀는 쇼 노트에서도 옷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삶의 의미를 선언하면서 “범죄자... 그리고 그들의 정책의 모든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다”라고 주장하며 모든 정치인들을 표시했다. 쇼 사운드트랙은 폴리스 사이렌 신호로 ‘해시태그 트위터 텀블러 인스타그램 패션 앱’이라는 반복 구호를 외치는 소녀로부터 시작되었다.
관객석 위 발코니에는 웨스트우드의 활동가 친구들로 구성된 한 무리가 컬러풀한 왕관을 쓰고 “긴축은 범죄다”와 “프래킹은 범죄다”라는 구호가 들어간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패션쇼는 무심한 소셜 미디어 광란을 중지하라는 강력한 펀치를 주장하는 듯 했으나 관객들은 발코니 위에서 시위중인 활동가들의 사진을 찍는데 열중했고, 빠르게 온라인 SNS에 이미지를 공유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실제로 관객들이 옷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번째 모델이 지나간 이후였다.
웨스트우드는 몸에 잘 맞는 재킷과 하이 웨이스트 트라우저 등 그녀만의 위대한 테일러링 기술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시그너처인 버터 색 린넨의 접힌 오프 더 숄더 드레스를 선보였다. 또한 하이 네크라인의 기모노 형태의 눈에 띄는 피스와 멋진 태피스트리 코트, 타탄 스크린 라메와 반복되는 메탈릭 프린트 트렌드도 선보였다.
모델들은 이마에 블랙 오일의 강렬한 메이크업으로 시위 효과를 극대화시켰으며 파이널 무대에서는 구호 피켓을 든 활동가들과도 합류했다.
올해 74세인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패션보다 정치적 이슈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그녀는 올 가을 뉴욕에 거대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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