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5-09-17 |
[리뷰] 피터 코펭의 2016 봄/여름 오스카 드 라렌타 컬렉션
오스카 드 라렌타가 자신의 후계자로 간택한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코펭은 고인이 된 사랑하는 디자이너의 하우스에서 그의 유산을 존중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코펭에게 오스카 드 라렌타는 넘어야 할 벽이 아니라 도전이다.
피터 코펭은 전설이 된 고인의 하우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란제리 디테일과 젊은 감성을 추가해 하우스 코드를 승계하며 작업을 진행해왔다.
피터 코펭은 지난 9월 15일 화요일(현지시간) 저녁, 2016 봄/여름 패션쇼를 본사의 브라이언 파크 쇼룸에서 벗어나 화이트 카펫과 카네이션으로 장식된 프린스 조지 볼룸에서 개최했다. 피터 코펭의 2016 봄/여름 오스카 드 라렌타 컬렉션은 하이 글래머러스를 강조하며 특히 고인의 장인 정신에 주목했다.
오스카 드 라렌타는 흠 잡을 데가 없는 구성과 디테일에 대한 정교한 집중력으로 패션계의 거장으로 불려왔다.
1932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오스카 드 라렌타는 18세가 되던 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유학을 갔다. 이후 스페인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밑에서 공부하다가 프랑스 파리로 옮겨 명품 브랜드 '랑방'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1965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지난 2014년 오스카 드 라렌타는 82세로 별세했다.
오스카 드 라렌타가 자신의 후계자로 간택한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코펭은 그동안 하우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에 비해 일상복은 마무리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2016 S/S 컬렉션에서는 드레스와 매칭되는 루비 레드 자카드 재킷, 섬세하게 닳은 에지의 플로럴 패턴의 완벽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체적인 형태와 디테일, 우아한 라인, 강렬한 스패니시 팔레트까지 가미되어 마치 오스카 드 라렌타와 같은 라틴 아메리카 출신 갈리아노의 흔적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오스카 드 라렌타가 생전에 사랑했던 레드 컬러의 카네이션 플로랄과 플로멩고 러플은 오스카 드 라렌타의 ‘우아함’이라는 미학적 헤리티지를 그대로 살렸다. 달라진 점이라면 젊은 감각의 실루엣을 반영해 피터 코펭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드라마틱한 레드와 블랙이 주도한 이번 컬렉션은 비대칭과 부드러운 하이엔드로 인해 신선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브리티시 감성의 피터 코펭과 감각적인 미국식 헤리티지의 꾸띄르 기법이 절묘한 컨버전스 효과를 발산했고 패턴과 패턴, 이질적인 소재의 믹스는 오스카 드 라렌타가 생전에 추구했던 파워풀 우먼에 대한 판타지를 그대로 이어갔다.
사랑스러운 테슬과 나비 리본, 로맨틱한 플로랄 모티브, 모던하고 영한 핏에 이르기까지 자칫 올드해질 수 있는 컬러감과 자카드 원단의 콤비도 로맨틱한 라인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케이프 스타일의 구조적인 형태는 레이스와 펜슬 스커트, 슬릿의 아찔함이 더해졌고, 블랙 튤 가운과 레트로 감성의 레이스 네크라인도 돋보였다. 여유 있는 애티튜드는 실크와 오스카 드 라렌타가 사랑했던 소재와 만나 럭셔리 가운으로 다시 태어났고, 여기에 데님을 통한 컨템포러리 감각을 추가해 젊어진 브랜드 느낌을 강조했다.
한편 가장 눈에 띈 상품은 가운이었다. 목 주위를 우아하게 감싼 샹티 레이스의 높은 칼라로 인해 고조되었다. 투명한 꽃으로 수를 놓은 비치는 스커트의 네이비 오간자와 튤 가운은 런웨이를 부드럽게 뽐냈으며 레드 카펫 드레스로 주목받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지막에 선보이는 아이스 블루 볼가운은 전면과 측면을 따라 묶은 늘어진 검은 리본으로 인해 일정부분 모호했으나 어쨌든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리노베이션이자 발전적 계승이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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