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5-09-15 |
[리뷰] 프로발 그룽이 조국 네팔에 보내는 러브 레터
네팔 출신 디자이너 프로발 그룽은 지난 4월 그의 조국 네팔의 지진 피해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자선 모금 운동을 주도한데 이어 이번 시즌 컬렉션을 통해 네팔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담긴 ‘러브 레터’를 보냈다.
디자이너들은 자주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자신의 컬렉션 모티브로 활용하고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난 2015 봄/여름 샤넬 컬렉션 피날레에서 보여진 페미니스트 집회와 이번 시즌 뉴욕패션위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 디자이너인 커비 장 레이몬드가 자신의 브랜드 '파어어 모스(Pyer Moss') 패션쇼 시작 전에 경찰의 폭력을 담은 15분짜리 충격적인 비디오를 상영하는 등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현재 디자이너 프로발 그룽의 마음속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지난 4월 25일 대규모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고향 네팔에서의 구호 활동이다. 마을은 파괴되었고, 집과 음식 그리고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이에 프로발 그룽은 즉시 네팔의 복구와 재건을 위해 거의 백만 달러에 육박하는 펀드를 시작함으로써 네팔 지원에 앞장섰다.
그는 자산의 2016 봄/여름 런웨이 쇼가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침묵으로 앉아 있는 동안 네팔의 전통적인 기도를 암송하는 오렌지 색 전통 예복을 입은 승려 그룹을 무대 정면에 세웠다. 패션 커뮤니티에 대한 자신의 감사와 네팔에 대한 그의 헌신의 표현이었으며 불교적 철학인 정중동의 고요하고 선명한 패션쇼의 백미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얻었다. 그는 쇼 노트에서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는 평화로운 수도원을 방문했던 특별한 추억이 이번 컬렉션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네팔 승려들이 퇴장한 후에 모델들은 일몰과 네팔 승려들의 예복을 연상시키는 색조의 선황색, 러스티 오렌지, 로즈 팔레트의 가벼우면서도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를 질주하며 쇼가 시작되었다. 프로발 그룽은 네팔 출신의 아티스트 락스만 슈레쉬타(Laxman Shreshtha)에게 부탁한 회화적인 프린트로 작업한 오프닝 드레스틑 통해 자신의 고향 네팔에 대한 목례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프로발 그룽의 오래된 뮤즈인 모델 미시 라이더와 커스틴 오웬 등은 속살이 비치는 시폰 세퍼레이트와 드레스 시리즈, 핸드 컷 아일렛 패턴의 선명한 포플린 캐미솔 드레스, 크리스탈로 장식된 슬립은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부드러웠다. 또 런웨이를 따라 흐르는 듯 보이는 롱 실크 옷자락을 가진 미니멀한 피날레 가운, 모델 아야 존스가 입은 청동색의 스팽글 장식을 한 깊은 V-네크라인의 슬립 드레스들도 돋보였다.
또한 강렬한 오간자 드레스와 플리츠 드레스와 매치된 유동적인 이브닝 드레스들은 러블리 그 자체였다. 글램풍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우아함을 유지한 드레스 퍼레이드는 심플하지만 각각의 디테일과 패브릭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으며 오렌지, 엘로 팔레트의 네팔 국가를 상징하는 컬러감도 돋보였다.
전체적으로 이번 시즌 드레스는 자카드와 프린트 등이 컨셉추얼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고, 포플린의 부드러움과 레이저 커팅의 테크니컬한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크롭 탑과 스커트의 센스 있는 세페레이트, 플리츠에 이어 등장한 러플과 리본 모티프 드레스 등은 여성미와 화려함을 물씬 풍겼다.
프로발 그룽은 올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으며 조국의 예상치 못한 불행으로 인해 패션업계에서는 그에게 암묵적인 용기와 응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뉴욕 패션 위크의 북적거림속에서 그는 네팔 특유의 감성인 고요함과 희망을 담아내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특별한 메세지가 있는 컬렉션을 선사함으로써 관객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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