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5-09-01 |
올 가을 추석 연휴에 꼭 봐야할 패션 다큐멘터리 베스트 10
픽션을 통해 왜곡된 패션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팩트를 기반으로 한 살아있는 패션 다큐멘터리는 패션 그 이상의 패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교재다. 디올과 샤넬, 발렌티노와 같은 세계 패션의 레전드부터 마크 제이콥스와 안나 윈투어, 카린 로이필드 같은 핫 피플들까지 이들을 통해 패션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올 가을,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패션 다큐멘터리 10편을 엄선해서 소개한다.
패션은 살아있는 역사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패션만큼 역동적인 분야는 없을 것이다. 특히 픽션을 통해 왜곡된 패션에 대한 이미지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팩트를 기반으로 한 살아있는 패션 다큐멘터리는 패션 그 이상의 패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교재이자 살아있는 영혼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브 생 로랑과 디올을 비롯한 패션계 전설들에 대한 영화와 다큐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올 가을,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패션 다큐멘터리 10편을 엄선해서 소개한다. 특히 패션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 스타일 블로거, 패션 사진작가를 꿈꾸는 청춘들이라면 올 가을 추석에 이 중 한편 정도 봐주는 것도 손해나는 일은 아닐 듯하다.
Dior & I
2012년 라프 시몬스가 디올 하우스에서 예술 감독이라는 자리에 앉았을 때, 일반적으로 6개월이 걸리는 여유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디올 브랜드를 위한 그의 첫 오뜨 꾸띄르 컬렉션은 단 8주 만에 완성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만든 프레드릭 정 감독은 첫 작품의 공동 제작 및 편집자로 발렌티노 제국을 탐험했다.
다큐멘터리 ‘디올과 나’는 디올이 브랜드를 창립하던 당시의 음성 소스와 영상 클립을 쇼를 준비하는 라프 시몬스의 모습과 교차 편집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디올의 오리지날리티를 우아하게 드러냈다. 데뷔 컬렉션을 성공시킨 시몬스의 불안감은 서서히 아름답게 흩어지고, 8주간 라프 시몬스와 함께 갈등과 불안을 견딘 스태프 한명 한명의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유발한다.
영화는 부드러운 실루엣의 여성스러운 의상과 로맨틱한 느낌을 보여주면서 디올의 소비자들과 헤리티지를 강조한다. 라프 시몬스는 영화를 통해 모더니즘에 대한 자신의 미학과 젊음을 디올의 유산과 완벽하게 통합하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한다. 관객들은 시몬스의 디자인 과정에서 독특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스케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는 디자이너가 컨셉을 잡고 장인들이 옷을 만드는 디올 당시의 방식을 재현해 냈다.
그는 자신의 꾸띄르 데뷔 컬렉션을 위해 디올 아틀리에의 장인들로 부터 150~200장의 스케치를 받은 후 이중에서 54벌을 골라 컬렉션 무대에 올렸다. 이 과정은 영화에서 첫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크리스천 디올의 흑백 플래시백 클립과 함께 선보인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장인 정신을 표현한 듯하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은 패션쇼 당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쇼에는 안나 윈투어와 그렌다 베일리, 카린 로이필드와 같은 세계적인 패션 에디터 뿐 아니라 마크 제이콥스, 앨버 앨바즈,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같은 동료 디자이너들도 패션쇼 앞좌석에 앉아 라프 시몬스가 창조한 디올의 새로운 꾸띄르 버전에 매료된다.
Iris
고령인 93세의 아리스 아펠(Iris Arpel)에게서는 둔화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녀의 ‘스타일 아이콘’적인 위치를 통해 그녀의 방식을 탐색하는 것으로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것 중 일부는 그녀의 80년대에 대한 헌정으로 그녀의 매혹적인 삶의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특히 백악관 인테리어를 감독한 장면은 역사성을 느끼게 만든다.
그녀는 한 여성이 지나가던 자신을 세우고 말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젊은 아가씨, 나는 당신을 지켜봤어요. 당신은 아름답지 않아요. 그리고 결코 아름다워질 수 없어요.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스타일을 가지세요.” 그것이 바로 그녀가 90년 동안 인생을 살아온 태도였다.
그녀는 유리 및 거울 제조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패션매장을 운영하시는 러시아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뉴욕에서 역사를 전공한 이후, 위스콘신 대학의 아트스쿨에서 공부하고 학창 시절에는 패션지 <보그>에서 기사 작성 부문상을 수상했고 덕분에 그의 첫 직장은 패션 일간지
Signe Chanel
세계적인 브랜드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창조 과정을 탐구하는 다큐 ‘시네 샤넬’은 스케치에서부터 패션쇼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다섯 파트로 나누어 소개하는 리얼 다큐멘터리다. ‘시네 샤넬’에서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을 마친 후 패션쇼에 올라갈 의상이 제작되는 과정과 함께,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장인들의 모습이 공개된다.
특히 ‘깡봉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는 화이트 코트를 입은 봉제사 팀에 초점을 맞추었다. 75세의 나이에도 밤을 새우며 작업하는, 평생 샤넬 장식 끈만 만들어온 장인 할머니 레이몬드 포지엑스(Raymonde Pouzieux)를 통해 샤넬 브랜드 못지않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할머니는 1947년부터 샤넬에서만 일했다고 한다. 마감시간에 맞추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동작과 의상이 완성됨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경쾌한 클래식 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웃음을 자아낸다.
Valentino: The Last Emperor
2008년에 제작된 다큐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는 발렌티노가 은퇴할 즈음인 2005년부터 2007년 마지막 오트 쿠튀르와 뮤지엄 제작까지 다루었다. 먼저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또래 소년들이 꿈꾸었을 것 같은 소방수나 기관차 운전사와 같은 직업 대신 왜 하필 여성복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어린 시절 그에게 영감을 준 것들을 조명한다. 흑백 영화 화면 속 화려한 의상들, 그 의상을 입은 미녀들, 아름다운 가구, 예쁜 집 등에서 발렌티노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패션 미학에 대해서만큼은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그에게 ‘완벽함’이란 ‘우아함’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헤어 메이크업, 무대 디자인, 컬렉션 장소 등 자신의 영역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불평하고 화를 내며, 자신이 그린 그림과 근접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서나 어시스트에게 핏대를 높이고 악담을 퍼붓는 고집불통 할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박수를 받은 뒤 외로운 어깨를 하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파트너와 함께 공원을 거니는 그는 언론으로 부터 “후임에게 왕좌를 물려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공격에 시달리는 늙은 호랑이다. 아직 좀 더 일하고 싶다는 욕망에도 불구하고 그를 인터뷰하는 기자들은 ‘현존하는 최고의 거장’ 발렌티노에게 “대체 언제 은퇴할거냐?”는 가십성 질문으로 그를 모욕한다.
1997년에도, 2003년에도, 2009년에도 발렌티노는 “발렌티노의 시대는 끝났다”, “대체 언제 은퇴할거냐?”는 잔인한 여론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2013년 가을/겨울 시즌에 보란 듯이 컬렉션을 발표한다. 우아한 여왕이 사랑스러운 공주를 만난 것 같은 룩으로 패션쇼를 선보인다. 일생을 패션에 바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명암을 냉정하게 비교할 수 있기에 마치 잔잔한 패션 거장의 평전을 보는 듯하다.
한편 다큐에서는 발렌티노 브랜드의 경영인이자 발렌티노와 50년을 함께 한 지안카를로 지아메티도 나오는데, 이 둘은 매번 싸우고, 다투고, 삐지고, 울고, 화해한다. 화면에서도 발렌티노가 훈장을 받고 연설을 하면서 지안카를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발렌티노와 지안카를로는 눈물을 보인다. 영화에는 칼 라거펠트와 톰 포드, 도나텔라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나온다. 특히, 쇼가 끝나고 나서 돌아가면서 인사할 때 아르마니와 오랫동안 포옹을 하는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다.
The September Issue
다큐 ‘더 셉템버 이슈’는 <보그> 미국판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리얼 스토리를 다루었다. 그녀를 세계적으로 알린 감초 역할을 한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가 다소 허구성이 가미된 팩션이라면, 이 다큐는 패션 잡지사의 실제 일어나고 있는 리얼 라이프를 다루고 있다.
2009년 9월호 <보그>가 탄생하기 위한 8개월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안나 윈투어 뿐만 아니라 <보그>를 만들어 가는 에디터들의 실제 라이프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안나 윈투어의 센스 있는 코디와 사무실, 집도 만날 수 있고 그와 사사건건 의견 차이를 보이는 모델 출신의 패션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과의 대결도 주목을 끈다. 패션 에디터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실제 현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교과서다.
<보그> 미국판의 9월호는 한 해 농사를 판가름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9월호 잡지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수개월 간 모든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시에나 밀러의 표지 화보 촬영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정하는 기획회의부터 최고의 에디터들이 열정적으로 의상과 화보 구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실감난다. 치열한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된 아이템으로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의상을 선택하고 화보 촬영이 시작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얼음 공주라 불리는 편집장 안나 윈투어와 세계 최고의 에디터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모여 있는 <보그>안에서는 수많은 감정의 폭발이 생겨나 제작이 마냥 순탄치 만은 않다. 최고의 안목과 센스를 가진 그들 사이에서는 갈등과 긴장이 조성되고, 화보 아이템 결정 때부터 안나 윈투어와 에디터들 사이에 의견 차이로 서로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만의 캐릭터와 호흡으로 갈등을 뛰어넘은 창조적 조화를 통해 가장 멋지고 화려한 ‘셉템버 이슈’를 완성해 간다.
이들을 옆에서 지켜본 RJ.커틀러 감독은 “보그의 창조적인 작업 과정에서는 여러 제스추어와 눈치, 감각, 마지막 5초 동안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모든 일이 훌륭히 진행된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만의 세계는 밀착되어 있으며 조직적이다. ‘셉템버 이슈’는 패션의 중심 뉴욕에서 시작해 전 세계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안나 윈투어의 카리스마 넘치는 결단력과 앞서가는 감각은 그녀가 패션계의 교황으로 군림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Mademoiselle C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활약한 카린 로이펠트. 수년간 패션계에 몸담아 온 그녀의 업적을 입증하듯, 영화 속에는 패션계의 저명한 인사들과의 화려한 인맥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스타일리스트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 온 디자이너 톰 포드를 시작으로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도나텔라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 알렉산더 왕 등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들과 오랜 친분을 자랑하며 영화 속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 커스틴 던스트, 모델 케이트 모스, 가수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 등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도 친분을 과시, 초호화 인맥을 보여준다. ‘프렌치 시크룩’이라는 패션 트렌드의 창시자로 다른 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스타일을 완성해내며 디자이너들에게는 뮤즈로, 셀러브리티들에게는 패션 아이콘으로 불린다.
카린 로이펠트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마드모아젤 C’는 주인공 카린 로이펠트를 비롯하여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솔직한 모습과 패션쇼, 화보 촬영, 잡지를 창간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생히 담겨 있어 극영화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8살에 모델로 데뷔한 카린 로이펠트는 <엘르>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보그> 파리 편집장까지 오른 패션 에디터다. ‘마드모아젤 C’는 리얼리티 무비답게 카린 로이펠트의 패션에 대한 생각, 그녀의 가족, 친구, 동료, 일에 대한 도전, 꿈과 열정 등을 리얼하고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서 그녀는 디자이너들과의 친분은 물론 새로운 잡지 <
바쁜 일정 속에서도 모든 세계적인 패션쇼에 참석해 스타일의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패션의 아이콘답게 꾸준한 자기관리로 시종일관 시크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손녀가 태어나며 유모차를 미는 할머니가 됐지만 “나는 하이힐을 사랑한다.”라는 말처럼 패션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카린 로이펠트의 일과 삶에 대한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Bill Cunningham New York
스트리트 사진의 선구자인 84세의 현역 포토그래퍼 빌 커닝햄을 다룬 다큐 ‘빌 커닝햄 뉴욕’은 8년에 거친 설득 끝에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커닝햄은 50년 동안 매일 자전거를 타고 뉴욕의 길거리에 나서서,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의 패션을 계속해서 찍어왔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블로그 사토리얼의 운영자 스콧 슈만이라는 스트리트 전문 포토그래퍼 이전에 처음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사진기 플래임 속에 담은 인물이 바로 빌 커닝햄이다. 단순히 럭셔리한 사람들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컨템포러리 패션 라이프를 담아내는 포토그래퍼로 스캇 슈만이 가장 존경하는 포토그래퍼라고 한다.
빌 커닝햄은 <뉴욕 타임즈>의 스타일섹션 중 스트리트 포토를 담당하고 있는 사진작가다. <뉴욕타임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칼럼을 연재한 그는, 안나 윈투어도 인정할 정도로 패션업계에서 이름을 알려온 유명 포토그래퍼다. 오죽하면 콧대 높은 안나 윈투어도 “우리는 빌을 위해 옷을 입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그의 옷차림은 매우 단순하다. 뉴욕 패션계에서 명물로 통하는 그는 거의 매일 파란색 옷과 자전거를 타고 뉴욕 거리 패션을 찍으러 다닌다. 카네기홀의 위쪽에 있는 스튜디오는 방대한 네거필름을 수납하는 캐비닛과 간이침대가 있을 뿐, 식사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매 시즌 컬렉션이나 파티에서는 화려한 업계 인들에게 둘러싸이지만 사생활은 검소함 그 자체다.
다큐멘터리는 “최고의 패션쇼는 항상 길 위에 있다”를 신조로 정열적으로 셔터를 계속해서 누르는 빌 커닝햄의 매력적인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자기관리를 통해 일에 매진하고 피사체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 그의 삶의 방식은 영험하고 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교훈을 안겨준다. 스트리트 사진작가를 넘어 패션계 유명인사가 된 그에 관한 다큐 ‘빌 커닝햄 뉴욕’은 화려한 패션계를 동경하거나 따르기보다 단지 여성의 옷이 좋아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그의 모습을 소박하게 담아내고 있다.
Diana Vreeland: The Eye Has To Travel
패션을 통해 세상의 따분함에서 탈출하고자했던 불세출의 패션 저널리스트 다이애나 브릴랜드. <하퍼스바자>와 <보그> 편집장을 거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복식연구소에서 패션계를 위해 헌신했던 그는 모노키노를 대중화시키고 마놀로 블라닉을 명품 구두 디자이너로 인도한 사람이기도 하다. 2012년 작품인 브릴랜드의 패션 철학과 삶에 대해 다룬 헌정 다큐 ‘다이아나 브릴랜드’는 그녀가 세계 패션 사에 남긴 흔적을 차분하게 다루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브릴랜드의 거실은 일본풍의 사치스러운 화려함과 80년대 풍요로움이 담긴 패션의 보고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다이아나 브랠랜드는 1903년 파리에서 태어나 1989년 뉴욕에서 사망한 여성 패션 칼럼니스트이며 패션 에디터다. 패션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 중에 한명이었던 다이아나는 1867년 창간된 미국 여성 패션 전문 잡지 <하퍼스 바자>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다.
이어 <보그>지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의상연구소에서 패션 관련 일들을 하며 1965년 국제 베스트 드레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패션계의 전설 중에 한명이 되었다. 리사 이모르디노 브리랜드, 벤트-요르겐 펄무트, 프레데릭 청 등 세 명이 공동 연출했다.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2011년에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Marc Jacobs; Louis Vuitton
2007년에 제작된 다큐 ‘마크 제이콥스; 루이비통’은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에 관한 이야기다. 판타지라는 별빛 가루로 갈색 가죽 가방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게 만든 마법사이자 만지는 모든 것을 금덩이로 만드는 뉴욕 패션계의 마이더스 마크 제이콥스. 그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듯하더니 루이 비통 쇼의 우아한 피날레에서는 혀를 내밀고야 마는 앙팡 테리블이기도 하다.
파리와 뉴욕을 오가는 마크 제이콥스를 추적하며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로익 프리정 감독은 그 모든 모습을 합한 것이 결국 마크 제이콥스라고 말한다. 다큐에는 그의 뮤즈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비롯 우마 서먼, 데미 무어, 애나 윈투어 등 절친도 등장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Annie Leibovitz: Life Through a Lens
잡지 <롤링스톤>과 <베니티페어> <보그>의 포토그래퍼로서 기념비적 사진을 남겨온 여류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 피사체의 모든 것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데 비해 철저하게 숨겨져 왔던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다큐를 통해 맨살을 드러난다.
다큐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녀가 격동의 70년대 <롤링스톤>에서 시작해 조지 클루니, 커스틴 던스트를 촬영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성공과 실패의 기록은 물론, 연인 수전 손택과의 추억, 아버지의 사망과 출산 등 명암이 엇갈리는 사적인 기록마저 한데 모으며 애니 레보비츠의 입체적인 초상을 완성한다. 특히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섰던 믹 재거, 오노 요코, 힐러리 클린턴, 베트 미들러 등과 현재 미디어 업계를 대표하는 셀럽들,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생생함을 더 한다
20대에 사진기자로 출발한 그는 13년 동안 <롤링스톤>의 표지를 촬영했다. 닉슨이 떠나는 쓸쓸한 백악관의 풍경, 나신의 존 레넌이 요코를 끌어안은 유명한 표지, 성(聖)스러운 어머니의 모습과 여인의 성(性)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데미 무어의 만삭 누드 등이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탄생했다. 물처럼 무리에 흘러들어 사진을 찍는 애니 레보비츠에 대해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애니는 그곳에 없었다.” 한때 락 그룹 롤링 스톤스의 투어를 따라 다니다 심각한 약물중독까지 겪었던 그의 삶은 <베니티페어>로 이동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자연스러운 가운데 누구도 보지 못한 모습을 찾아내던 이전과 다르게, 인물이 가진 이미지를 드러내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해마다 <베니티페어>의 표지를 장식해온 할리우드 배우들의 ‘떼샷’을 떠올리면 그의 파워를 알 수 있다. 애니 레보비츠는 그들 모두를 한달음에 카메라 앞에 세우는 권력의 소유자다. 힐러리 클린턴, 안나 윈투어, 아놀드 슈워제네거, 믹 재거, 미하일 바르시니코프가 한 번씩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대단한 사람이 된다.
"미국의 지성" 수전 손탁의 임종을 사진으로 남기며 증명한 둘 사이의 관계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증언들이 수박 겉핥기에 그쳐 애니 레보비츠라는 인물은 영화를 통해 한층 더 멀어진다. 하지만 그 얄팍함을 견디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물이 애초에 지녔던 거대한 매력이니 봐도 손해 볼 것은 없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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