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5-08-31 |
가을 바람 타고 날아온 적색 경보와 '스칼렛 레이디'의 귀환
올 가을 열정과 섹시의 컬러 ‘레드’가 화려한 모습으로 귀환했다. 트렌드 정보 분석가들의 예상대로 지난 201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은 앞 다퉈 강렬한 붉은색으로 런웨이를 통해 ‘스칼렛 레이디’의 부활을 예고했다.
톤 다운된 와인 컬러부터 생생하고 선명한 스칼렛까지, 배색과 패턴을 활용한 다양한 모습으로 돌아온 레드는 올 가을 트렌드에서 70년대 풍과 더불어 최고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사실 올 레드 스타일은 시도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적절치 않은 옷차림이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옷이 아닌 일상복으로 소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레드의 강렬한 기운을 살리면서도 과하지 않게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룩이 지난 201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다수 선보이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도전욕에 불타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소녀시절 생일파티에 불꽃 컬러 실크 드레스를 선물받았거나 아니면 동화속 공주 드레스를 보면서 환상을 키웠든간에 불꽃컬러 드레스는 여전히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 2월 2015 가을/겨울 구찌 패션쇼에서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하이비스커스 레드’ 실크 조젯으로 만든 층층이 러플 진 드레스의 꿈을 14번째 룩으로 선보였을때 관객들은 압도당했다.
위대한 천재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비록 안경으로 스타일링을 했지만 컬러를 다소 톤다운 시키면서 시즌 분위기를 압축해서 전달했다. 레드 드레스는 웅장하거나 과하게 보일수도 있었지만 도서관 사서 느낌의 플랫 슈즈를 함께 매치해 평상복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구찌의 레드 드레스 뿐만이 아니라 인터내셔널 컬렉션 마이크로 트렌드인 레드 드레스들은 지금 온통 진홍색 웨이브에 취한 것처럼 보인다.
알투자라부터 잭 포센, 크리스토퍼 케인, 에밀리아 윅스테드, 에르뎀, 발렌티노, 오스만에 이르기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스칼렛 드레스를 다수 생산했다.
럭셔리 소매 유통 기업인 ‘매치스패션(Matches fashion)’의 나탈리 킹햄(Natalie Kingham) 바잉 디렉터는 “우리는 이번 시즌 레드 드레스를 제안하는 컬렉션 바잉쇼에 무조건 모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레드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잘 팔리고 있으며 우리는 레드를 확실히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름 내내 킹햄은 루 샤흐망(Loup Charmant)의 롱 레드 코튼 드레스와 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의 레드 드레스를 두 번이나 반복해서 주문했고, 아직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편,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 또한 레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막스앤스펜서는 레드 & 블랙 레이스의 ‘퍼 우나 스페지알레(Per Una Speziale) 드레스’를 이미 보충했다고 한다. 막스앤스펜서 대변인은 “우리는 레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수요를 눈으로 목격했다. 어케이전 웨어(occasion wear) 뿐 아니라 워크웨어(work wear)도 마찬가지다. 슈트 뿐 아니라 심지어 점프슈트도 아주 잘 팔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레드가 부상할까? 이번 201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에르뎀의 디자이너 에르뎀 모랄리오글루는 전면을 분할해 피트 되는 레드 기퓌르 레이스 드레스를 포함해 가장 많은 레드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녀는“나는 지금 레드와 사랑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레드는 위험(danger), 피(blood), 사랑(love)이라는 아주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파워풀한 컬러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나탈리 킹햄은 지난 몇 년 동안 밝은 디지털 프린트 트렌드가 여성들에게 밝은 컬러를 입을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고 지금은 레드를 순수한 블록 컬러를 위한 ‘신선한 느낌’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녀는 “레드 슈트는 대부분 스킨 톤”이라고 지적하고 “레드는 황갈색과 아주 잘 어울리며 창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멋지다.”고 스타일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2015 가을/겨울 오스만 컬렉션에서 약 10벌의 퓨어 레드 룩을 선보인 디자이너 오스만 유스페자다(Osman Yousefzada)는 “우리는 세계적 불황으로 인한 긴축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니멀 룩의 마지막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꾸띄르적인 요소와 펀(fun)한 요소들이 패션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레드는 극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 밝은 컬러의 프린트 덕분에 의류에서 컷팅과 라인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강렬한 블록 컬러 레드와 함께 소비자들이 옷의 구조적인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레드 드레스가 항상 좋은 평판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스칼렛 드레스를 입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처음 드러낸 사람은 성경의 요한 계시록 17장 4절과 5절에서 레드를 반대한 요한이었다. 17장 4절에는 그는“그 여자는 자주빛과 붉은색 옷을 입은...”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5절에서 그는 “땅의 창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머니(Mother of Harlots and of the abominations of the earth)”라고 그녀의 이름을 이마에 새겼다.
사실 중세 라틴어 스카라타(scarlata)는 “고급 옷(fine cilth)”으로 번역된다. 그것은 카민 레드(carmine red) 뿐 아니라 화이트, 블루, 그린 그리고 브라운으로 만든 고급 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드는 성경의 창녀의 어머니도 동성애자의 스칼렛 드레스를 짓밟은 제프리 초서의 작품에 나오는 ‘바스의 여장부’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레드 컬러를 입었을 뿐이다.
그러나 성관계가 문란한 부정한 여자라는 의미의 ‘스칼렛 우먼(scarlet woman)’라는 개념이 늘 따라 다녔다. 곧 출간될 패션 역사학자 아일린 리비에로(Aileen Ribiero)의 신간에는 토마스 로렌스의 1804년 작품인 밝은 레드 벨벳 드레스와 모자를 매치한 브라운슈바이크의 캐롤라인 초상화가 들어있다. 아일린 리비에로는 “그녀는 1795년 웨일즈의 조지 왕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 결혼은 재앙이었다. 그들은 나중에 곧 헤어졌다. 다른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떠들썩하고 음탕한 여자였다. 레드 컬러는 그녀에게 어쩌면 적절해 보이는 너무 야단스러운 룩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맨 다리나 혹은 다크 슬레이트 그레이 스타킹은 블랙 스타킹보다 낫다. 블랙 스타킹은 하드하게 보일 뿐 아니라 레드와 함께 입으면 시대에 뒤쳐져 보이기 때문이다. 오스만 유스페자다는 쇼킹한 핑크 액세서리와 매치된 충격적인 레드를 좋아한다. 반면 나탈리 킹햄은 네이비, 그레이 그리고 황갈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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