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5-08-09 |
‘자라’ 창업자는 어떻게 세계 2위 부자가 되었을까?
옷으로 세계 2위 부자가 된 기업인이 있다. 바로 '자라’의 공동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그 주인공으로, 최근 모회사인 인디텍스의 자산 평가액이 창사 30년 만에 약 127조 4,740억 원을 돌파해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2위 부자로 등극했다. 그가‘자라’를 통해 세계 2위의 갑부가 된 비결을 살펴보자.
세계적인 하이-스트리트 리테일러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라’의 공동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가 최근 자산 평가 기준으로 세계 4위 부자에서 세계 2위 부자에 급등했다. 그보다 앞선 세계 1위 부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이고 3위는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이다. 지난 8월 5일 수요일(현지 시간), '자라'를 소유하고 있는 모회사 인디텍스는 창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산 평가액이 1,000억 유로(127조4,740 억 원)에 도달했다.
아만시오 오르테가와 전 부인 로살리아 메라(Rosalia Mera)와 함께 창업한 인디텍스가 보유하고 있는 8개 브랜드 중 ‘자라’는 대표 브랜드로 2014년 12월 기준으로 인디텍스 전체 매출의 6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창업 당시의 상황과 ‘자라’런칭의 대해 먼저 살펴보자.
1963년,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모아둔 사업 자금으로 스페인 라코루냐(la Coruña) 시내에 작은 상점 '고아 콘벡시오네스(스페인어로 '의류'를 의미)'를 오픈했다. 고아라는 이름은 그의 풀 네임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가오나(Amancio Ortega Gaona)의 앞 글자를 거꾸로 읽은 것이었다. 사업 초기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당시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퀼팅 드레스’를 제작해 판매했는데 매출이 예상외로 호조였다. 그는 초기 수입을 사업에 투자해 더 넓은 작업실을 구하고, 다양한 의류를 제작해 생산 물량을 중간 상인이나 소매업체에게 납품했다.
당시 갈리시아 지방에는 봉재에 능한 부녀자들이 많았다. 그는 이런 여성들로 구성된 봉제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이들은 1970년대 ‘고아 콘벡시오네스’의 주요 노동력이 되었다. 1973년에는 창립 10년 만에 ‘고아 콘벡시오네스’ 생산 인력을 500여 명으로 늘려 생산력을 확충했고, 공급 및 유통 회사를 인수해 물류 시스템을 보강했으며, 디자이너 업체와 계약을 통해 제품 개발에도 힘썼다.
그는 ‘고아 콘벡시오네스’를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했다. 그는 제품 디자인을 담당했고, 형인 안토니오 오르테가가 영업을 맡았으며, 누나 조세파 오르테가는 자산관리와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사업에 열정적이었던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직접 바르셀로나 원단 공장으로 찾아가 원하는 직물을 구해왔다. 또한 그는 트렌드 조사를 위해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쇼를 보러 다녔고, 이 때 얻은 아이디어를 합리적인 가격대에 맞춰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1975년,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스페인 북서쪽 해안 마을에 있는 라코루냐 지역에 1호 소매 매장을 열었는데, 이것이 ‘자라’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매장 오픈 당시 그는 그리스 영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 매료되어 매장 간판을 ‘조르바(ZORBA)’로 만들었다. 하지만 매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술집에서 이미 이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을 접하고, 그는 조르바라는 이름에서 알파벳 ‘O’와 ‘B’를 빼고 ‘A’를 더해 ‘자라(Zara)’로 변경했다.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고급 브랜드의 디자인을 차용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제작했으나 신생 브랜드로서 ‘자라’는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전혀 없었다. 이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라 확신했고 이를 위해 기존의 비즈니스 관례를 깨는 새로운 사업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기존 의류 브랜드의 리드타임(기획부터 제품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6개월 가량이 소요됐다. 각 브랜드들은 연간 2, 3번 정도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매 컬렉션은 소비자의 니즈를 앞서 예측하여 기획되었으며 예측의 불확실성은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는 ‘자라’의 리드 타임을 짧게 단축시켜 이러한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트렌드를 파악한 후 재빨리 원하는 의류를 제작해 제공하는 ‘패스트 패션’ 시스템을 구상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리드 타임을 최대한 단축하려면 생산과 유통을 직접 관할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생산 설비와 유통망을 충분히 확보했다. 이것이 바로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개념으로 생산부터 유통 그리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내에서 전부 소화해내서 판매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갈리시아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지역 내 소규모 생산 공장을 흡수해 생산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했다. 또한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마드리드와 라코루냐를 연결할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후 그는 마드리드의 소규모 매장에서 패스트 패션의 실현 가능성을 테스트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주요 도시에 약 2,000개의 매장이 있는 ‘자라’는 명실상부한 패스트 패션 운동의 ‘킹’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뉴욕 패션 위크를 비롯한 4대 빅 패션 위크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라’에서 선보인 최신 아이템을 하나 정도는 입고 있을 정도로 이제 ‘자라’의 파워는 바람이 아닌 현실로 등장한 듯하다. 그럼 개성을 중시하는 패션계에서 어떻게 이러한 ‘자라’의 기적이 가능했을까?
3주의 기적과 반응 생산
‘자라’의 인-하우스 디자인 팀은 3주안에 아이템을 매장에 출시할 수 있다. 그것은 디자인 프로세스의 시작에서부터 소비자들이 살 수 있도록 매장에 비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3주’를 말하는 것이다.
트레이드게코닷컴(tradegecko.com)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들이 6개월 전에 다가올 시즌을 위해 팔 수 있는 제품을 100%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자라’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단지 15~25% 제품만 준비한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면 비율은 50~60%로 증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50~40%는 스텐바이 수준을 유지한다.
만약 시즌이 시작된 이후 중간 시즌에 새로운 유행이 부상하면 ‘자라’는 그 새로운 트렌드를 적용한 제품을 매장에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고도화된 반응생산(Quick-Response) 시스템을 착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하이엔드는 물론 규모가 작은 경쟁업체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자라’는 그 디자인을 즉각 변경하거나 혹은 간단히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 이는 ‘자라’ 의류 중 51~55% 사이의 제품들이 아시아를 대신하는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모로코 등 소위 ‘근접’ 시장 국가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주문서로 일회성 소비 패턴 자동 체크
지난 2014년, <텔레그라프>지의 리테일 담당 기자 그레이엄 루딕(Graham Ruddick)이 인디텍스 본사를 방문했을때 했던 조언을 반영해 '자라'는 고객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매장에서 고객들의 일회성 소비 패턴을 파악해 상품을 출고하는 스템을 갖추었다.
일주일에 두 번, 매장 매니저들은 HQ로 주문서를 보내온다. 이 주문서들은 매장의 매출액 합산에 도움이 되고 고객들의 일회적인 구매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그런 다음 '자라'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충분히 반영한 다음, 이틀 안에 각 매장에 상품을 출고한다.(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새로운 신상품이 공급되는 날이다). 즉 자라는 고객들의 일회성 소비 트렌드를 재빠르게 파악한 후 고객들이 원하는 의류를 재빨리 제공하는 소비자 맞춤형 ‘패스트 패션’시스템을 구상한 것이다.
완벽한 온라인 쇼핑 구현
‘자라닷컴(Zara.com)’은 경험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능으로 인해 ‘패스트 패션 e-테일’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제품은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 오픈라인 매장과 동시에 신상품이 업데이트 된다. 따라서 만약 '자라' 매장 근처에 살고 있지 않는다고 해도 온라인만 잘 사용하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자라'는 자신의 주소지나 혹은 고객이 선택한 자라 매장에서 50파운드 이상 주문 시 빠르게 무료 배송 해주는 ‘인-스토어 가능’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소비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 서비스). 반품 시에도 번거로움 없이 창고나 혹은 매장으로 반품을 하면 된다.
만약 품절인 경우에도 리오더 공급 시스템에 맞추어 고객이 바로 그 상품을 살수 있도록 이-메일 알람 시스템도 구비했다. 고객이 주문한 아이템은 깔끔하게 습자지에 포장되어 유명상표의 하이엔드 리테일 매장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로 포장된 쇼핑 박스를 배송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핵심은 ‘선택’에 관한 모든 것이다
지금 자라닷컴에 로그인하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컬러와 소재, 길이, 바지통 넓이, 허리 사이즈의 64벌의 서로 다른 퀼로트(일명 치마바지)를 발견할 수 있다(여성용 45벌, 약간 저가의 젊은 고객을 위한 19벌). 자라가 그들의 경쟁자들을 명백하게 이길 수 있었던 장점은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데 있다. 선택이 자유롭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나이와 스타일의 모든 경계를 넘나들다
'자라'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모든 소비자들을 충족시켜준다. '자라'의 패스트 패션 시스템에 익숙한 직원들은 하이-스트리트 리테일러와 달리, '트렌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넣지 않는다. '자라'는 매시즌 셀린느, 끌로에, 지방시 등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의 최신 컬렉션 아이템을 해석하고 분석하지만, 대중의 소비코드와 변화를 염두에 두고 다양하면서 현실적인 트렌드를 담아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편안하게 '자라' 매장에 들러 사무실 안에서 입기에 적합한 네이비 블레이저, 실크 셔츠 혹은 캐시미어 크루 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자라가 모든 연령대와 스타일 감성에 어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트렌드를 따르는 사람과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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