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5-07-05 |
도나 카란이 LVMH와 갈라선 진짜 이유와 교훈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계 패션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물론 브랜드 소유주인 LVMH 그룹의 아르노 회장과 도나 카란의 사이가 삐걱거린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은퇴가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과 함께, 도나 카란이 자신이 만든 브랜드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해 그녀의 생각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도나 카란이 LVMH와 헤어진 이유를 살펴본다.
미국 ‘커리어우먼 룩’의 대명사였던 패션 디자이너 도나 카란(66)이 현역에서 은퇴했다. 도나 카란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패션회사 '도나 카란 인터내셔널(DKI)'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전했다. 도나 카란은 이날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현직에서 물러나는 계획을 몇 년 전부터 고민해왔으며,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도나 카란은 1년 전 “나는 LVMH와 많은일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나를 무시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뉴욕타임즈>와의 인타뷰에서 말했다. 도나 카란과 그의 오랜 홍보 담당자인 도나카란 인터내셔널의 국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 패티 코헨(Patti Cohen)도 LVMH가 그들에게 필요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LVMH는 도나 카란 인터내셔널의 신임 CEO로 캐롤리나 헤레라 간부 캐롤린 브라운( Caroline Brown)을 영입했으며, 신인 CEO로 임명된 캐롤린 브라운은 지난 4월에 DKNY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브랜드 ‘퍼블릭 스쿨’의 듀오 다오이 초와 맥스웰 오스본을 영입했다.
지난 5월에는 도나카란 인터내셔널의 홍보 책임자 패티 코헨 부사장이 은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6월의 마지막 날, 수석 디자이너 도나 카란 역시 사임했다. 앞으로는 회사의 고문으로 계속 활동하면서, 자신이 2007년에 설립한 건강·교육 관련 자선 재단인 ‘어번 젠 컴퍼니 앤드 파운데이션’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나 카란은 “LVMH와 나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진심으로 브랜드를 떠나고 싶었든 그렇지 않았던 간에, 미국 패션에서의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브랜드를 론칭한 지 1년 후인 지난 1985년에 미국 여성의 생각을 바꾼 믹스&매치 옷장인 ‘일곱 개의 쉬운 품목들(seven easy pieces)’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를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시킨 첫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1996년 6월, 도나 카란 인터내셔널은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 칼럼리스트 테리 어긴스(Teri Agins)는 자신의 쓴 1999년 필독서 <패션의 종말>에서 “도나 카란의 후회스러운 퍼포먼스... 전체 부문에 걸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다.”라고 썼다. 처음 주식 시장에 상장될 때 주당 30달러로 데뷔했지만, 2001년 LVMH이 인수할 때는 헐값인 주당 10.75 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가난한(?) 월 스트리트 퍼포먼스는 차치하더라도 도나 카란과 LVMH 그룹간에 브랜드의 명확한 컨셉과 방향에 대한 의견절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과 함께 미국 패션의 3인방 중 한 사람인 도나 카란의 곡선미가 있는 품질 좋은 매력적인 옷은 이제 점점 더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도나 카란의 상업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가적인 비즈니스인 신발이나 구두 등 다른 카테고리 영역확장이 없었고, 남성복 컬렉션이 줄어들어 점차 초기의 위상과 입지는 약화되어갔다.
공식 성명을 통해, 모회사인 LVMH는 도나 카란 컬렉션 라인을 무기한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수석 디자이너도 없을 뿐 아니라 런웨이 쇼도 열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LVMH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DKNY에 기업의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도나 카란이 떠난 후에도 DKNY PR 걸로 알려진 홍보 전문가 알리자 리챗, 도나 카란과 DKNY의 셀러브리티들과 소셜 미디어 스타들이 초우와 오스본과 함께 일하기 위해 계속 남아있다면 이것 역시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컨드 라인을 접고 브랜드를 단순화시키는 패션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돌체&가바나는 2011년에 D&G를 폐기 처분했고, 마크 제이콥스는 올해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를 접고 메인 라인으로 통합했다. 케이트 스페이드 & 컴퍼니의 소유주인 피프스&퍼스픽은 매출이 좋은 세컨드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새터데이도 접기로 했다. 참고로 마크 제이콥스의 회사 내 지분은 10%로 LVMH의 보유 지분 80%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마크 제이콥스도 백기를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대부분의 패션하우스들이 저가 라벨과 작별 인사를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LVMH는 도나 카란을 어정쩡한 중가대의 컨템포러리 포지셔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가격조정에 나설것으로 보인다.
3.1 필립 림과 알렉산더 왕처럼 가격은 고가지만 디자이너 브랜드 같지 않은 ‘어드벤스드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LVMH 등 럭셔리 패션하우스들은 ‘어드밴스드 컨템포러리(Advanced Contemporary)’를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보고, 하이엔드와 기존 컨템포러리 사이의 '어드밴스드 컨템포러리'를 새로운 기회시장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즉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됐던 디자인 감성을 하나로 집중시켜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LVMH가 개방형으로 도나 카란 브랜드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작업은 의미가 있고, 아마도 도나 카란의 비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살려낼 디자이너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LVMH의 약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커리어 우먼의 대명사였던 도나 카란의 빅 스웨터, 노마드 팬츠와 블랙 보디슈트, 그레이 & 카멜 아이템은 여전히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셀린과 더 로우 매장을 통해서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이너 도나 카란이 물러나자마자 인스타그램에는 도나 카란과 관련된 이미지가 홍수를 이루었다. 거의 대부분 주얼리 디자이너 다나 로렌즈와 <보그> 객원 에디터 사라 브라운이 게시한 것으로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패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도나 카란의 생각과 이상에 대한 감정적인 정서를 표현했다. 그러나 LVMH가 그 개념을 어떻게 살려갈 것인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하이엔드와 SPA와의 양극화로 치닫는 패션계에서 선택과 집중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고급 맞춤복 -> 라이선스 -> 기성복 -> 세컨드 라벨 -> 적대적 M&A로 이어진 20세기 디자이너 브랜드의 흐름은 자라와 H&M과 같은 저가의 SPA 브랜드와 LVMH와 같은 문어발식 럭셔리 그룹이 탄생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자본과 예술이 만나고, 종말로 이어지는 현상은 결국 자본주의의 숙명을 따라가는 듯 보인다.
이제 남은 과제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3.1 필립 림, 알렉산더 왕처럼 고가를 지향하지만 속물주의적 럭셔리 탐욕을 제거한, 디자이너 브랜드 같지 않은 대중 소비주의적인 ‘어드밴스드 컨템포러리’ 감성이 필요할 때다.
결국 도나 카란의 죄절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방만한 의류 라인은 하나로 통합하고 대신 가방이나 슈즈, 액세서리와 같은 잡화 섹션과 뷰티 섹션으로 브랜드를 다각화시키는 ‘선택과 집중’전략이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kjerry386@naver.com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