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5-07-01 |
'디자이너들 뿔났다' 디자이너연합회, 소통없는 행정에 서울 패션위크 참가 거부
정구호 총감독 취임 첫발부터 ‘삐그덕’... 참가비-참가기준 일방적 개정 문제삼아
서울패션위크를 주최하는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CFDK)는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서울패션위크 참가 기준 변경과 관련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CFDK는 6월 3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디자인재단의 일방적인 서울패션위크 참가기준 변경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의견 개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16년 봄여름 서울패션위크 참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상봉 CFDK 회장을 비롯 홍은주, 신장경, 장광효, 박윤정, 루비나, 명유석 등 CFDK 이사진을 맞고 있는 중견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석했다. CFDK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 340여명이 가입해 있는 조직으로,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 상당수가 이 단체에 속해 있다.
CFDK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최근 개정한 서울패션위크 참가 모잡 요강과 관련, 참가비 인상과 참가비 자격 변경 등의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행사 주체인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배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상봉 회장은 “행사 주체가 되는 디자이너들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개정안을 통보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 일방적인 기준을 공지하는 것이 아닌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 보완과정을 거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은주 부회장 역시 “관의 전형적인 갑질 행태”라고 지적하며 “절차와 규칙이 뒷받침되지 않는 행정을 따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CFDK는 재단이 발표한 참가조건을 하나하나 짚어 문제를 삼았다. 특히 참가비 인상과 참가기준 변경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울 디자인재단측은 기존의 400만원(1000석)과 250만원(700석)이었던 참가비를 오는 9월 행사부터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고했다. 직전 행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에 대해 재단측은 서울시의 행사 지원금 축소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밝혔지만, 연합회 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패션업계에서는 10년까지도 신인 디자이너일 수 있는데, 이 같은 참가비 인상은 결국 진입장벽을 높인 셈”이라며 “개정된 참가기준은 디자이너의 실무적 입장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디자이너가 사업자 대표 또는 공동대표여야 한다’, ‘사무실을 제외한 자가 매장 보유 필수’ 등의 참가조건도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인 제너레이션 넥스트(GN) 참가를 외국인에게 개방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신장경 부회장은 “서울패션위크가 더 화려하고 풍성해져야 한다는 정구호 총감독의 청사진에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그 방법과 절차에 소통이나 상생이 배제된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CFDK 측은 서울패션위크 참가기간을 연기하고 재단과 소통을 바탕으로 개선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서울패션위크 참가를 불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디자인재단측은 원래 일정대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디자인재단은 정구호 디자이너를 총감독으로 위촉하고 서울패션위크를 글로벌 패션행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행사의 주인공인 디자이너들과의 갈등이 점화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가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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