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5-06-18 |
[리뷰] 2016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 차분하고 화려했다
2016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은 4일동안 버버리를 포함해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자메이카계 런던 디자이너 웨일즈 보너 등에 이르기까지, 차분하면서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런던 남성복 컬렉션의 비약적인 성공 비결과 함께, 주목받는 6명의 ‘잇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LC:M은 그동안 런던 패션 위크 기간중 여성복 컬렉션기간에 포함되어 하루동안 구색으로 끼워맞춘 곁다리 행사였다. 런던 남성복 컬렉션(London Collections Men)의 약자인 LC:M은 이제 여성복 컬렉션과 분리되어 4일간(6월 12일~15일)의 자체적인 일정을 가진 독립 행사로 발전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런던 고유의 남성복 스타일이 주는 창의성때문에 LC:M은 남성 패션의 인터내셔널 행사로 출발했다.
‘세빌 로’의 세련된 댄디,‘이스트 런던’의 개성 강한 쿨 키즈, ‘노팅 힐’의 젊은이들의 반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런던은 남성복 컬렉션이 열릴때마다 열정적인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동시에 영국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막대하다. LC;M 회장 딜런 존스(Dylan Jones)는 “영국의 남성복 의류 매출은 지난 5년간 약 22%나 신장해 지난 2014년에는 전체 매출이 135억 파운드(약 23조 7,492억 원)에 달했다.”고 하며 영국과 세계 남성복 부문이 현재 여성복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패션협회의 CEO 캐롤린 러시(Caroline Rush)는 현재 런던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모두 77개 패션 쇼가 열리고 있으며, 2012년 첫 런던 남성복 컬렉션에 비교하면 67%나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컬렉션 참가 인원도 약 2배가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현재 런던에서 하나의 빅 남성복 패션 파티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2016 봄/여름 런던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몇 가지 실망스러운 점도 목격되었다. 탑샵(Topshop)은 평소보다 약간은 저렴해 보였으며, 패션 쇼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파격적이지도 익사이팅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런던 남성복 컬렉션의 뉴스 메이커인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의 무지개 빛 슈트 역시 시대에 뒤진 느낌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소개하는 6개 브랜드들은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우스 오브 홀랜드 House of Holland
헨리 홀랜드(Henry Holland)는 이번 컬렉션에서 다른 디자이너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총 67착장의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대학 졸업 후 음악 잡지 <스매시 히트>에서 에디터로 일하던 그는 동료 에디터들과 셀러브리티의 이름을 이용한 장난스러운 티셔츠를 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 2006년에 ‘하우스 오브 홀랜드’를 런칭해 위트 있는 단어 사용과 대담한 컬러의 메시지 티셔츠로 유명세를 탔다.
디자이너 헨리 홀랜드는 이번 시즌 컬렉션에 대해 “나의 어린 시절과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 그리고 기본적으로 좋은 음식과 축구, 재미에 대한 생각을 했다”고 말하고 이어 “하우스 오브 홀랜드 보이가 어떻게 옷을 입을지 생각하면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I just want to enjoy myself’와 같은 슬로건의 90년대 레이브 의상을 선보였으며 무지개와 그리드 패턴, 데님의 네온 팝의 실험적인 스타일을 선보였으며 쇼에 등장한 의상들은 모두 젊고 활력이 넘쳤으며 유쾌했다.
또한 헨리 홀랜드는 모스키노와 베르사체처럼 리테일에 대한 운영 계획을 제시해 커머셜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컬렉션에서 발표한 컬렉션을 셀프리지, 오프닝 세러머니, 갤러리 라파예트와 같은 런치 파트너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크레이그 그린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의 패션쇼는 감수성과 창의력으로 활기가 넘쳤다.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부조화를 시도했고, 빅 스틱에 부착된 패브릭 시트로 인해 관객들은 어리둥절했다. 패브릭에 가려 모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복장과 가라데 유니폼과 와이드 레드 트라우저, 오렌지, 옐로 & 그린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응용한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단정하지 못한 닌자처럼 여기저기에 매달린 롱 패브릭 타이, 바닥에 끌리는 긴 패브릭과 브레지어 모양의 디테일 등 어쨌든 진정한 젠더리스 컬렉션으로 주목할 만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J.W. 앤더슨 J.W. Anderson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화려하고 즐거운 컬력션으로 주목을 끌었다.패션쇼에서 남자 모델들이 아주 매력적인 메리 제인 슈즈를 신고 나타나 조나단의 매력적인 성격이 더욱 엿보였다. 그의 이번 앤드로지너스 컬렉션에서는 커프스 유도 트라우저와 키모노 풍 블레이저 등이 다수 선보였는데, 이 스타일은 크레이그 그린의 패션쇼에서도 일부 선보여졌으나, J.W.앤더슨의 옷들이 훨씬 더 웨어러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버버리 Burberry
버버리 남성복 쇼는 기린 프린트 셔츠, 레이스 트렌치 코트 등이 주목을 받았다. 켄싱턴 가든의 오픈된 하늘과 햇빛 아래서 진행된 버버리 남성복쇼는 24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뮤지션 로도스 덕분에 쇼 장 전역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CEO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최근 룩 북 모델로 주목받은 엘라 리차드스를 비롯, 지난 리조트 컬렉션의 여성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보통 스타들의 고정 석은 보통 앞좌석이었지만, 스타들의 좌석을 중앙 무대에 배치했다. ‘첼시’라고 명명한 피트된 테일러링 라인은 황홀한 수준의 재킷과 트라우저와 어울어져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환상적인 캐시미어 스위트 팬츠도 마찬가지였다. 패션 쇼의 마지막에 관객들이 크리스토퍼 베일리에서 축하를 보냈을때도 그는 옆집 사는 소년처럼 응대하는 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CEO라기 보다는 쇼 호스트에 가까운 인상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웨일즈 보너 Wales Bonner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Grace Wales Bonner)는 이번 컬렉션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했다. 패션 분야에서 재능으로 똘똘 뭉친 유망주로 떠오르기가 싶진 않지만 그녀는 지난 4월,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의‘패션 인 모션' 시리즈에 뽑히면서 프레스의 주목을 받았다. 이미 2014년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쇼에서도 로레알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로 1등을 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파이널 무대에서 당시 23세였던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는 39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로레알 프로패셔널 디자이너가 되었다. 자메이카 계 영국인인 그녀는 졸업 작품전에서 70년대 나이지리아의 화려한 컬러와 스타일을 표방하는 패션쇼로 주목받았다.
신인 등용문인 패션 이스트의 지원 아래 런던 ‘인스티튜트 오브 컨템포리리 아트(ICA)’에서 열린 웨일즈 보너 패션쇼 관객들은 조용하고 경건한 침묵에 빠졌다고 한다.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은 인도의 부유한 통치자가 된 에티오피아 출신의 가난한 남자 ‘말릭 암바르(Malik Ambar)의 여행’이었다고. 쇼에 선보인 의상들은 흙 톤의 코튼과 린넨부터 벨벳과 실크와 같은 고급 소재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와 인도를 참조해 믹스했다. 컬렉션은 감동적었으며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는 주목해야할 디자이너로 급부상했다.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또한 전통적인 세빌 로 테일러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은 슈트에 항해를 모티브로 한 자수를 대담하게 넣었다. 이 대담한 슈트는 패션쇼 앞좌석에 앉은 셀럽들이 나중에 레드 카펫 의상으로 선택할 만큼 새로움 그 자체였다. 이미 이디리스 엘바, 카니예 웨스트, 퍼렐 윌리암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요즘 패셔너블 가이로 변신 중인 <쥬라기 월드>의 주인공 크리스 프랫이 적임자라는 소문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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