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5-06-11 |
내스티 갈, 임신 이유로 4명 여직원 부당 해고해 피소
디자이너 브랜드 컬렉션을 노골적으로 카피하는 것으로 악명높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 내스티 갈(Nasty Gal)이 이번에는 소송에 휘말렸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4명의 여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내스티 갈의 설립자 소피아 아모루소(Sophia Amoruso)는 지금까지 구축한 자신의 친숙한 페미니스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올해 31세인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영인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오너로 꼽히며 거의 ‘숭배’에 가까울 정도로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전 내스티 갈 직원인 에이미 콘셉시온(Aimee Concepcion)은 그녀와 3명의 다른 여직원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온라인 미디어 <제제벨>에 의해 처음 보도된 이들의 불만에 따르면, 에이미 콘셉시온은 2013년말에 내스티 갈의 새로운 가정용품 부문을 이끌기 위해 채용되었다. 2014년 4월, 그녀는 감독관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 직후에 임신 8개월인 에타리아 골드(Etalia Gold), 출산 휴가에서 돌아온지 며칠 안된 앤 코엘른(Anne Coelen), 출산 휴가를 떠날 예정인 질베르토 무릴로(Gilberto Murillo) 등 3명의 직원들과 함께 지속적인 업무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스티 갈은 공개적으로 이번 해고는 3년전부터 시작된 회사 인력의 10%를 줄이는 정리 해고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송에서는 "내스티 갈은 아직도 고소인의 업무를 수행할 사람(단지 임신하지 않은 여직원)을 필요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컨셉시온은 출산때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이후에 돌아올 수 없었다. 가장 최근에도 다른 직원 로사 리베르버그(Rosa Lieberberg)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동료에게 말한지 몇주 후에 내스티 칼로 부터 해고당했다고 한다.
소장에서는 내스티 갈을 "임신한 전문 여성이 일하기에는 끔찍한 장소이자 차별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회사"로 묘사했다. 콘셉시온은 성적 차별, 임신 차별, 부당 해고와 계약 위반에 대한 명시되지 않은 손해를 찾고 있다. 내스티 갈의 담당자는 소송에 대해 아무헌 코멘트없이 침묵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무단 도둑질하는 것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유일한 공개 법정 투쟁은 바로 이-커머스 사이트 '뉴 내스티(New Nasty)'와 상표 '미스터 내스티 타임 엔터테인먼트(Mr. Nasty Time Entertainment)'를 등록한 사람을 포함해 '형편없는(nasty)'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다.
한편 소송으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는 내스티 갈의 설립자 소피아 아모루소는 지난 2013년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뽑은‘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 1위로 선정될 정도로 외모 뿐 아니라 경영능력도 인정을 받고 있다.이어 경제지 <포천>은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0세 이하 경영인 40명’에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창업 후 2011년까지 내스티 걸의 수입은 2,400만 달러였지만 2012년엔 그보다 4배 증가한 1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소피아 아모루소의 현재 자산은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로 평가된다. 초고속 성장에 <뉴욕타임스>는 그녀에게 ‘테크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녀의 폭발적인 인기는 출판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소피아 아모루소가 쓴 자서전 성격의 자기계발서 ‘#걸보스(#GIRLBOSS)’는 지난해 여름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페이스북 최고운영자(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린인(Lean In)’을 앞질렀다. 성장 과정이나 학벌, 경력 등에서 모두 샌드버그에게 뒤지지만 사람들은 화려한 외모 뒤에 가려진 아모루소의 억척스러운 성공 스토리에 더 열광했다.
그리스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모루소는 10살 때 부모님의 실직을 경험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모루소를 가톨릭 학교에서 일반 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아모루소 본인도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고, 15살엔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Subway)’에서 샌드위치를 팔았다. 그렇게 아모루소가 일했던 매장만 10개가 넘는다. 훔친 책을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 내다팔기도 했고, 먹을 것을 찾으려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고 본인의 자서전에서 밝힌 바 있다. 그녀 말대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불안한 10대를 보냈다.
신발가게에서 일하던 아모루소는 드디어 22살 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SNS ‘마이스페이스(MySpace)’에 한창 빠져 지내던 그녀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에서 자신들이 파는 빈티지 아이템들을 마이스페이스에 올려놓고 홍보하는 것을 보게 됐다. 빈티지 옷만 입던 아모루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녀는 어디에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옷을 살 수 있는지 꿰뚫고 있었다. 스스로 의류판매에 감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모루소는 이베이에서 빈티지 옷들을 팔기 시작했다. 스타일링부터 사진촬영, 웹페이지 편집, 배송까지 혼자서 해냈다. 첫해 7만달러의 수입을 거둔 아모루소는 이를 대부분 저축했다. 자기만의 독립된 쇼핑몰을 만들기 위한 사전준비였다.
2008년 아모루소는 이베이에서 나와 온라인 쇼핑몰을 차렸다. 이름은 가수 베티 데이비스가 1975년 낸 앨범명을 본떠 ‘내스티 걸’로 지었다. 아베크롬비나 아메리칸 이글에 질린 10대 소녀들은 트렌디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내스티 걸의 옷에 열광했다. 내스티 걸 때문에 딸의 카드를 정지시켰다는 엄마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스타일링부터 배송까지 아모루소 혼자 책임지던 내스티 걸은 결국 4년만에 직원 35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내스티 걸은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직원수 10%를 줄이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달 12일엔 아모루소가 내스티 걸의 성장을 위해 CEO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신 리바이스와 요가복 업체 룰루레몬 등에서 최고제품책임자를 지낸 베테랑 여성 경영인 셰리 워터슨(Sheree Waterson)에게 CEO직을 맡겼다.
자서전 ‘#걸보스’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라’고 강조했던 아모루소는 최근 CEO직에서 내려와 제품 개발과 브랜드 마케팅 등 평소 강점을 보였던 부문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낼 계획이었지만 소송으로 인해 회사나 개인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