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5-04-06 |
[패션칼럼] 패션 디자이너 KOSOYOUNG 실종(?) 사건
패션 디자이너 고소영이 사라졌다. 예상된 퇴출이었다. 한때 국내 최고의 패셔니스타가 직접 디자인하는 스타 브랜드라는 패션 매거진과 셀럽들의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브랜드 'KOSOYOUNG'과 패션 디자이너 고소영. 하지만 2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이를 두고 불황 때문이라는 애꿎은 위로(?)를 하지만 지난 2년간의 행보를 보면 예상된 퇴출로 보인다.
오늘 인터넷과 종편에서 화제를 모은 디자이너 인&아웃 기사가 있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소영이 사라졌다는 뉴스였다. 물론 일부는 “탤런트 고소영이 패션 디자이너였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미디어와 거대 자본이 만들 어낸 반짝(?) 패션 디자이너였다.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루키의 미덕인 해외 전시회에 나가 본적도 없다. 결국 디자이너들의 꿈의 무대인 서울 컬렉션에 한번 서보지도 못한 루키 디자이너는 먹튀(?)라는 불명예를 안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반짝 등장에 비해 추락은 급락직하다.
아시다시피 고소영은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정규 코스를 거치지 않았다. 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동대문 옷 장사로 유명해진 장사꾼도 아니다. 단 옷을 잘 입는 패셔니스타라는 이유 때문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라고 부르기에는 무엇인가 무엇인가 2% 부족하지만 미디어들이 앞 다퉈 패션 디자이너라고 부르니 대중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장동건과 결혼 후 남다른 패션 감각을 선보인 고소영은 청담 며느리 룩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그녀가 입은 옷은 빠른 시간에 대중들에게 어필되었다. 그거야 협찬 받아서 스타일리스트가 꾸며준 것인데 그게 뭐라고 빈정대며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스타 패션이 곧이곧대로 그들의 감각인지는 필자 역시 의문이다.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에서 폼나는 옷걸이 고소영에게 옷을 입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을 것이고 그녀는 브랜드 스타 마케팅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어쨌든 잘 나가는 옷걸이로서 인지도가 올라가자 예상대로 패션 대기업이 유혹의 손길을 뻗었다. 바로 2012년 말 CJ오쇼핑의 패션브랜드 컨설팅 연구소인 (주)오트렌드랩 트렌드사업부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그녀를 영입했다. 2012년 당시 오트렌드랩은 3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는 메가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해 홈쇼핑 내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소위 주목받는 곳이었기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소영 영입은 톱 뉴스였다.
그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란 무엇인가? 샤넬의 칼 라거펠트도, 발렌시아가의 알렉산더 왕도, 루이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엘도 모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한글말로 번역하면 총괄 디렉터다. 즉 중요한 자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CJ오쇼핑은 그 자리에 패션 비즈니스에 전혀 경험이 없는 스타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앉혔다. 그때부터 이미 지는 게임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소위 잘 나가던 패션 디자이너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나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해외 럭셔리 하우스의 인&아웃을 여러번 지켜본 필자에게는 최고의 리스크로 보였다. 그래서 필자는 얼굴 마담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지 6개월도 안 되는 시기인 2013년 3월. 청담동 편집매장 10 꼬르소꼬모에서 2013 봄/여름 고소영 컬렉션을 선보이며 당당히 패션 디자이너로 대대적인 런칭 파티를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2년 전 일이다. 그때도 의문이 들었던 것은 디자이너 경험이 전혀 없는 스타가 영입되자마자 바로 옷을 만들어 런칭 파티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막말로 고소영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통하는 만사고통인가?
2013년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후 디자이너 고소영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고소영(KOSOYOUNG)을 오프 라인은 물론 온라인-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러나 3월 런칭 파티 이후 6개월 전에 자신의 라인을 선보이는 변변한 정기적인 컬렉션은 고사하고 프리젠테이션이나 트렁크 쇼조차 보지 못했다. 대신 CJ오쇼핑에서 발행하는 무가지나 라이선스 잡지에서 나오는 광고와 화보가 전부였다. 그 어디에서도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브랜드 고소영의 존재를 잠시 망각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 ‘고소영’은 그 어느 유통 채널에서도 만날 수가 없다. 그리고 접한 소식은 브랜드 ‘고소영’을 접는다는 소식이다. 핑계는 경제 불황이란다. 그럼 이 경제 불황에도 살아있는 브랜드는 고소영의 스타 마케팅을 이겼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물론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할 수는 없지만 소위 스타 마케팅을 이용한 패션 분식회계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
고소영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오트렌드랩은 지난 2012년에만 9억8800만원의 영업 손실을 입은 데 이어, 그 다음해에는 손실 규모가 23억2100만원으로 확대됐다. 2014년에는 영업 손실을 벗어나지 못해 자본 잠식에까지 빠졌다. 결국 지난해 12월 30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해산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트렌드랩이 해산함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소영 역시 자연스럽게 자리를 물러났다. CJ오쇼핑 셀렉샵을 통해 선보였던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의 콜라보레이션 STELLA & YK도 그녀와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더 이상 고소영을 뮤즈로 내세우지 않고 있다. 또한 2013년 9월부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편집매장 분더샵에서 판매되었던 고소영(KOSOYOUNG) 역시 2014년 가을/겨울 제품을 마지막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분더샵'은 발렌시아가, 드리스 반 노튼, 스텔라 맥카트니, 마르니, 알렉산더 맥퀸 등 트렌디 명품을 소개하는 매장으로 신생 브랜드인 고소영(KOSOYOUNG)이 론칭 6개월 만에 입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철수했다. 이름도 없는 무명 브랜드를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경쟁한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도 진출했다. 유일하게 고소영 브랜드를 판매했던 위즈위드 역시 2014년 가을/겨울 상품까지만 팔았다.
브랜드의 가장 큰 미덕은 정체성과 시장성이다. 그런데 브랜드 ‘고소영’은 시장성과 정체성이 모호했다. 10코르소코모와 위즈위드, TV홈쇼핑에 두루 소통되는 멀티 유통 브랜드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브랜드 고소영은 처음 입점이 어렵다는 10코르소코모 런칭을 통해 럭셔리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매출이 잘 나오지 않자 브랜드의 정체성이 확립되기도 전에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까지 진출한 것은 무리였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필자가 본 고소영의 옷에서는 패션 디자이너 고소영만의 특징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고소영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같은 공간에서 판매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보다 나은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가격은 2배 이상이나 비쌌다. 소비자들의 외면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브랜드 '고소영(KOSOYOUNG)'은 CJ오쇼핑의 100% 자회사인 오트렌드랩이 육성했던 브랜드였던 만큼 그 곳이 해산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래서 혹자는 이번 사태의 희생양을 고소영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진이 경영을 잘 못했기 때문이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소영 잘못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만약 고소영이 100% 투자한 자신의 회사였다면 상황이 이 정도까지 올 때까지 방관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관계자들은 고소영 자체가 워낙 브랜드 파워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은 SPA 덕분에 누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 멋진 패셔니스타들이 될 수 있는 시대다. SPA 브랜드들이 패션 민주주의 시대를 연 셈이다. 그래서 장 폴 고티에나 빅터&롤프 같은 디자이너들은 고가인 쿠튀르에 집중하기 위해 기성복 시장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자라나 H&M,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최대 가치는 가격 경쟁력이다. 결국 비싸게 옷을 사야 하는 이유는 원단도 디자인도 아닌 그 디자이너가 가진 고부가가치 경쟁력이다. 저가든 고가든 이제 남은 미덕은 정체성이다. 싼 게 비지떡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고소영 브랜드는 처음부터 너무 비싼 가격으로 접근했다. 물론 스타 고소영의 고부가가치를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스타 고소영은 인정했을지 모르지만 디자이너 고소영의 가치는 외면했다. 옷걸이로서의 스타와 옷 짓는 장인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외국의 빅토리아 베컴이나 올슨 자매처럼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한 대중 스타들은 대부분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정체성을 녹여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래서 이들 스타 브랜드의 옷을 살 때는 그들의 옛 명성이 아닌, 현재의 옷을 보고 그 가치를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 마케팅 때문에 얼굴 마담 역할을 한 연예인표(?) 바지 사장 디자이너들이 많았고 지금도 브랜드에서는 스타들과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패션 마케팅일 뿐 패션의 본질은 아니다. 패션은 단지 몸에 걸치는 제2의 스킨도 아니고 단순한 옷도 아니다. 패션에는 디자이너들의 판타지와 철학이 담겨있다. 그래서 단순히 취미 수준의 호기심으로 도전할 분야는 아니다.
이번 브랜드 '고소영' 접기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역시 패션은 어렵다는 것이다. 부실 경영으로 제 역할을 못한 오트렌드랩 CEO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갑자기 뉴스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당사자 고소영조차도 그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고소영이 다시 패션 디자이너로 도전을 한다면 가격과 매장 위치와 제품력과 프로모션이라는 마케팅의 4원칙에 맞춘 철저한 준비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적어도 자신이 깃발을 꽃을 곳을 정하고 뿌리를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패션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 디자이너들 역시 이번 고소영 브랜드의 교훈을 아로새겨 처음부터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철학이 있고 정체성이 있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년에는 4계절이 있고, 트렌드는 6개월 전에 나온다, 고객들보다 1년 내지는 6개월 먼저 살아야 하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프로패셔널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준비된 디자이너만이 성공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 아무리 잘난 브랜드라고 해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그야말로 도루묵이다. 소통은 대통령만의 숙제가 아닌 듯하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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