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패션 디자이너 Alexander Wang 2015-03-31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된 테크놀러지 세대의 슈퍼히어로

알렉산더왕은 자신의 브랜드를 포함해 발렌시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H&M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21세기의 패션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그가 패션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 패션에 대한 철학과 성공 방식 등에 대해 <가디언> 인터넷 판과의 인터뷰에서 소상하게 밝혔다.




알렉산더 왕은 21세기 패션계의 슈퍼히어로다. 알렉산더 왕은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우상같은 존재다. <뉴욕타임즈>가 알렉산더 왕의 샘플세일 행사에 영하의 날씨에도 새벽부터 4시간이나 매장앞에서 기다리는 젊은 쇼핑객들의 기사를 다룰 정도로 현재 그의 인기는 할리우드 스타 그 이상이다.


알렉산더 왕의 데님과 모노크롬 룩은 칼 라거펠트보다 마크 주크버그에 가깝다. 테크놀러지의 핵심세대가 바로 알렉산더 왕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하이 스트리트 콜라보레이션 '알렉산더 왕 X H&M 리미디트 컬렉션' 소식을 공식 프레스 릴리즈에 발표하지 않고 토요일 자정,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       

 

그는 자신과 브랜드에 대한 소식을 알릴때 '~포함한(inclusive)''비공식(informal)'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션은 트렌드보다 현재 나누는 대화에 훨씬 많이 들어있으며 패션은 메시지가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이 나누는 일대일 대화다." "주말에 무엇을 할것인지 무엇을 입을 것인지 등등 일상에 대한 고객과의 대화는 패션과 제품으로 구현되는 중요한 법칙이다."

 

알렉산더 왕은 멀티채널 대화에 익숙해져있다. 지난해 그는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아이덴터티가 전혀 다른 3개의 패션 컬렉션을 관장했다. 그는 2012년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지 5년 만에 28세의 나이에 '우리 모두의 마스터'로 크리스찬 디올 못지않은 존경을 받는 럭셔리 하우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그가 디렉터를 맡은 이후 발렌시아가는 두 자리수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알렉산더 왕 X H&M 리미티드 컬렉션'은 쇠락기에 접어들었던 디자이너 하이스트리트 콜라보레이션 의 부흥을 이끌며 출시 1시간 만에 약 70% 제품이 팔렸다. 자신의 브랜드인 알렉산더 왕도 매년 20%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개 매장을 소유하고 있다.


 <2015 /여름 알렉산더 왕 컬렉션: 트레이너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스니커해드 세대를 위한 긍긍적인 파티 드레스>

 

지난해 발렌시아가 디렉터를 맡으면서 동시에 H&M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던 소감에 대해 "두개 이상 다른 컬렉션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높은 가격대나 혹은 거대한 돈줄이든 관계없이 나는 늘 빅 스케일로 일하는것에 흥미를 느낀다. 발렌시아가는 나에게 도전이었으며 H&M도 역시 도전이었다. 독점적이면서 명확해야하고 그러면서도 민주적이어야한다"

 

젊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동시에 럭셔리 헤리티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경우는 디올의 존 갈리아노와 지방시의 알렉산더 맥퀸이 마지막이었다.


듀얼 아이덴터티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알렉산더 왕의 발렌시아가 데뷔 컬렉션은 일정부분 실패라는 오명과 비난이 따르기도 했다. 지난해 1226일에 31세가 된 왕이 자신의 보폭에 맞는 이중생활을 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터넷과 슈퍼 브랜드 시대가 그에게 선물한 성인식이었을 것이다.

 

30세의 런던 디자이너 JW 앤더슨도 현재 LVMH 소유의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함께 이끌고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들의 배틀 같은 벤 다이어그램의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브랜드와 개성, 개인 브랜드의 공생을 추구하고 있다.


왕은 패션쇼를 진행할때 자신의 비전에 대한 정교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발렌시아가 데뷔 컬렉션에서 최신 테크니컬 패브릭으로 클래식한 형태를 리모델링한 것은 하우스를 모던하게 바꿀 것이라는 단초를 제공했다. 비평가들에게는 비난의 단초였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미리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인하우스 디자인팀의 누군가 나비 리본을 착용했다면 그 컬렉션은 매우 다르게 해석되었을 것이다. 관객들은 리본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그들이 본 방식으로 나를 읽었다."


 <2013 가을/겨울 발렌시아가 컬렉션: 발렌시아가의 첫 컬렉션에서 선보인 뉴 소피스티케이션의 증거>

 

알렉산더 왕은 발렌시아가 하우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처음 제안했을 때 거절했었다고 한다. 발렌시아가 측에서는 그에게 전설적인 꾸띄리에 아카이브를 방문해줄 것을 제안했고, 영입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위해 철저한 보안 조치를 취했다.



그당시 왕은 절도범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회사측에 보안 카메라를 꺼줄 것을 요구했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사임 발표가 나고 자신의 영입이 확실시되었을 때 마침내 발렌시아가 아카이브를 정식으로 방문했다.

 

그의 첫 발렌시아가 쇼가 열린 지 6개월 후, 컬렉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수 있다는 그의 개념과 인식은 명확했다. 20139, 자신의 이름을 건 뉴욕 패션위크 쇼에서 분명히 관객들을 두 종류로 분할했다. 허드슨 강 주변의 피어 94에 있는 광대한 쇼 공간의 양쪽 끝으로 각각의 고객들을 위해 다른 사운드 트랙을 틀었다.


한쪽 편에서는 음악을 통해 명시적으로 필터링했다. 그는 "관객들의 무드, 트래픽, 그들이 식사를 했는지 아니면 배가 고픈지 등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쇼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나는 음악을 통해 컬렉션 결과를 필터링하고 싶었고 그 결과를 보았다." 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것들을 패션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그때의 나는 110%의 나다. 그 안에는 다른 방법으로 반영하는 퍼스넬리티 요소가 담겨 있다." 알렉산더 왕 브랜드는 메시 티셔츠, 트랙슈트 보텀, 스웻셔츠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스포츠웨어와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왕 자신은 어떤 스포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체육관에도 가지 않는다.


"이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놀라워하지만 나에게 핵심은 스포츠웨어 안에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리에서 옷을 입는 사람이나 백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것이 내가 스포츠웨어를 사랑하는 이유다. 액티브하고 기능적이고 이지하게 만드는 스포티즘은 너무 많다."


<2007 가을/겨울 알렉산더 왕 컬렉션: T-셔츠, 베이스볼 캡, --- 스쿨 레더:왕은 다운타운 쿨의 왕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했다>

 

그럼 패션을 시작하게 된 그의 관심은 어디일까? 이에 대해 그는 "딱히 없다. 굳이 말하자면 어머니는 재봉사였고 아버지는 재단사였다. 이것이 전부다."


알렉산더 왕은 10대 이전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후 성공적인 플라스틱 사업을 구축한 대만 이민자의 후손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그의 엄마는 중국으로 자주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왕은 미국의 비싼 기숙학교에서 생활했다.


오트 꾸띄르와 그와의 첫 만남은 그의 반 친구 바네사 트라이나 덕분이었다. 바로 그녀 엄마의 동화 꾸띄르 옷장에서 버린 헌 옷으로 학교에서 연 패션쇼를 통해서였다. 바네사 트라이나는 소설가 다니엘 스틸의 딸이기도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방과 후에 절대로 스포츠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패션과 잡지를 발견했으며 모든 것을 여과시키는 것을 좋아했다.나는 패션은 단지 디자이너에 국한되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일본 스트리트 스타일 매거진을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모델들의 광신자였다. 아직도 MTV에서 나온 쇼를 보고 얼마나 흥분했는지 기억난다"


학창시절 트라이나의 쇼는 아직도 알렉산더 왕의 패션 라이프의 핵심 부분이라고 한다. 그녀는 왕이 발렌시아가에 들어갈 때 그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리스트/컨설턴트다.

 

알렉산더 왕은 뉴욕의 파슨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스웨터로 자신의 첫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데뷔 스웨터 라인이 쇼룸을 모두 채웠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시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감을 맛봤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을 잃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이에 충격 받은 그는 풀타임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올인하기 위해 파슨스를 그만두게 된다. 실직 상태였던 그의 형수는 그에게 사업을 계속하도록 설득했고 결국 이 둘은 트레이드 쇼의 부스를 얻어 사업을 시작해 주목을 받으면서 바니스와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으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몇 년 전에 자신을 무시해 좌절감을 안겨준 쇼룸으로부터도 주문을 받아 멋진 복수를 해주었다고.

 

이러한 그의 벤처 초기 시절에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는 <보그> 직원한테서 그의 니트 한 점을 발견하고는 왕을 연락처를 추적해 스카웃을 제의했다. 그러나 왕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는것으로 유명한 무서운 여자인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 때 무척이나 영광스러웠다. 그러나 이 라인을 시작하기 위해 학교까지 그만두었다. 나는 나를 지원했던 가족들에게 헌신하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2 /여름 알렉산더 왕 컬렉션: 지퍼, 고유-패스토 스트라이프와 테크니컬 매시 패브릭이 반짝이는 스포트 영향으로 스타가 되었다> 

 

그의 고집은 결국 보상을 받게 된다. 3년만에 뉴욕 패션위크에서 데뷔쇼를 선보이게 된다.


"나 자신이 젊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를 파악하면서 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현실적인 명료성과 패션에 대한 정직성이었다. 우리가 찍은 첫 룩북은 원시적인 소호 로프트에 있는 소녀가 모델이었다. 우리는 화보를 찍으며 즐겁게 놀았고, 옷장 항목은 재구성했다. 그리고 모든 아이템은 재 전용되었다. 그것이 나와 내 친구들이 사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시로 외출하고 어디서든 자고, 여러 날 입은 옷들은 세탁기에 던졌다. 나는 항상 마크 제이콥스와 톰포드를 존경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명료했으며, 세상을 창조하는 방법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왕 브랜드는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에서 15개의 매장을 오픈했고 올해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빅토리아 베컴 매장 코너에 있는 메이페어의 오래된 우체국 자리에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도전은 알렉산더 왕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갖도록 노력하는데 있다. 고객들이 가격과 상관없이 디자이너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터티와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디자력과 품질, 비주얼, 디스플레이와 매장 디자인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베스트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모델등과의 협업을 통해 대중들의 니드를 파악해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2009 가을/겨울 알렉산더 왕 컬렉션: 브랜드가 밝게 성장하면서 리클 블랙 드레스 쇼의 새로운 성숙미를 보여준다>


그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의 일부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열정을 느끼는 무엇인가를 실행에 옮길 수 있고, 나의 머리속에 있는 추상적인 무엇인가를 현실적으로 도출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왕은 지난해 대학 특강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베트남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달러 이하의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알렉산더 왕 브랜드에서 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여학생의 질문에는 "나에게 당신의 이력서를 보내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 만약 당신이 알렉산더 왕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이라면 왕에게 베트남 빵인 반미(banh mi)를 이력서와 함께 보내서 그를 감동시키시길... 누가 아는가. 운이 좋으면 그와 면접 인터뷰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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