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5-03-22

[SFW리뷰] 잠못이루는 모던보이, 디자이너 권문수의 '夢遊洋原圖'

엄친아 디자이너 권문수의 2015 가을/겨울 문수권 컬렉션이 지난 3월 20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렸다. 역시 문수권은 취권이나 태극권보다 강한 패션 파워를 선보였다. 양들과의 춤을 통해 권문수는 달콤한 꿈길을 걷 듯 모던하면서도 컨템포러리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역시 공부잘하는 놈(?)은 정리도 잘한다.




디자이너 권문수를 처음 길게(?) 만난 것은 지난달 2015 가을/겨울 인도네시아 패션 위크 때였다. 이미 해외 브랜드 사업을 했던 부친을 알고 있는 필자에게 해외에 나와 자신의 패션을 선보이는 패션 2세는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와 동행하며 든 첫 느낌은 스타 디자이너 그 이상의 가치를 머금은 속이 알찬 예의 바른 모던 보이였다. 비록 타국에서의 짧은 동행이었지만 그에 대한 호기심은 다가 올 2015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문수권? 취권보다 나를 더 취하게 할까나?

 

이 모던 보이가 궁금하다. 그는 패션 사업을 하는 부친 덕분에 어린 시절 부터 디자이너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진 해피 보이였다. 군 복무중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 후 제대후 곧장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AAU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톰 브라운 인턴을 거쳐 버클리의 디자이니로 모던하고 실용적인 실루엣에 대한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귀국 후 옷을 소모품으로 보지않고 옷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자신의 옷을 입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2011년 문수권을 론칭했다. 그리고 서울패션위크의 신인 등용문인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거쳐 서울컬렉션을 통해 스텝바이스텝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모던하고 실용적인 실루엣과 비율을 바탕으로 정갈한 패션으로 그야말로 남성복업계의 깜짝 스타가 된 디자이너 권문수는 올 가을을 위한 자신의 컬렉션에서 현대인들이 겪고 공감하는 불면증에 대해 이야기했다. 쇼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양들이 울어댔다. 지난 시즌 서울에 대한 스토리를 기억하는 필자에게 의외의 선택이었다. 양이라니... 올해야 양띠해 라서? 하지만 나중에야 알았다. 디자이너 권문수가 양띠란다. 패션쇼의 영감은 의외로 생활 주변에서 나온다. 띠를 중욕시하는 나라에 태어난 디자이너에게 이만큼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있을까 싶다.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컨셉 노트에서 양과 함께 춤을 춘 이유를 밝혔다.: “수많은 걱정, 근심으로 잠 못 이루는 밤, 하나 둘 씩 양을 세어가며 잠을 청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이부분에서 착안해 2015 가을/겨울 문수권 컬렉션에서는 현대인이 겪고 있는 ‘불면증’을 주제로 ‘CAN’T SLEEP COUNT SHEEP’라는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이번 시즌 패션쇼에서는 카콜, 다크 그레이, 블랙을 기본으로 사용했고 여기에 시각적 편안함을 주기 위해 다크 올리브, 깊고 푸른 밤하늘을 닮은 네이비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해 쾌할함과 진중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특히 원단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특수 염색한 에코 양털 소재를 사용한 점이나 그만의 위트를 보여주는 배색 디테일은 자칫 노말로 빠질 수 있는 디자인에 중심을 잡아주었다. 또한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슬립 가운으로 완성된 3피스 슈트는 라운지 룩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프로패셔널한 기질을 과시했고 트렌드를 반영한 오버사이즈 아우터와 팬츠는 놈코어 스타일의 정답을 제시했다.

 

이외에 차분하고 남성적인 무드의 헤링본과 유난히 추워지는 겨울 날씨를 반영한 보온성 높은 울, 에코 가죽과 벨벳을 사용한 디자인에 권문수의 필살기인 폴카 도트 디테일은 시즌 만찬을 개최한 호스트의 관객에 대한 배려처럼 보였다. 여기에 직접 제작한 자카드 양 모티브와 어깨부분에 새겨진 ‘CAN’T SLEEP COUNT SHEEP’ 타이틀, 잠자는 소리를 표현한 ‘ZZZ’가 새겨진 니트는 컨템포러리 커머셜을 반영한 깜찍한 반항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잠을 잔다. 하지만 그 잠은 늘 부족하고 악몽의 연속이다. 삶이 팍팍하고 디지털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다. 그는 컬렉션 노트에서 “현대적 사회의 바쁜 스케줄과 수 많은 걱정들로 본연의 모습을 읽어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그동안 놓쳐왔던 것을 되집어 볼 수 있는 짧은 휴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디자이너 권문수의 장점은 모나지 않은 성격과 긍정적인 사고다. 그는 패션을 통해 늘 행복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양의 머리수를 세는 키가 커서 슬픈, 아니 싱거운 권문수만의 순수함과 엉뚱함이 떠오른다. 언젠가 모던 보이에서 에지 가이로 변신하겠지만 잠자기 전 양을 세던 동심은 잃지 말기를...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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