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5-03-18 |
불황에 콧대 꺾은 샤넬, 핸드백 효자 라인 20% 인하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가격 인하...의류, 시계, 보석 등도 단계적 가격 하락 예상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유로화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가격을 인상하고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가격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17일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됐고, 중국 등 전세계 제품은 다음달 8일부터 조정된 가격이 반영된다.
가격인하 대상은 보이샤넬·빈티지·클래식 등 핸드백 라인이다. 이 세가지 라인은 샤넬이 매년 디자인과 소재를 보완해 신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인하 폭은 15~20%정도다. 현재 샤넬 핸드백의 가격대는 500만~800만원이다.
샤넬은 이번 가격조정에 나선 이유를 유로화 하락의 영향이라 설명했다. 유럽 현지와 아시아 판매가격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유럽에서 싸게 구입한 후 자국에 돌아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아시아 지역 손님이 늘어났다는 것.
실제로 중국의 경우 유로화 약세와 높은 수입관세로 인해 유럽과의 제품가격 차이가 크다. 클래식 11.12백의 경우 중국 판매가는 3만8200위안(약 688만원)으로 유럽 판매가 3500유로(약 423만원)보다 63% 가량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서는 유럽에서 구매한 가방을 3만1000위안(약 558만원)에 재판매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샤넬은 “이번 가격조정은 최근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지역간 가격 격차가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가격조정정책에 따라 샤넬 11.12백의 유럽 현지 판매가격은 20% 인상된 4260유로(약 508만원), 중국 내 판매가격은 21% 내린 3만위안(약 541만원)으로 조정된다. 한국, 홍콩, 베트남, 러시아 등도 일제히 가격인하가 적용된다. 그러나 미국 내 판매가격은 현재수준인 4900달러를 유지한다.
샤넬의 가격조정을 선두로 유럽의 다른 명품업계들도 가격조정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패션업계는 이례적인 샤넬의 가격조정정책에 대해 명품업체의 성장세 둔화가 주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엄청난 성장속도를 보인 명품시장은 2012년 이후 매출이 둔화되는 추세다. 프라다는 매출이 20% 감소했으며, 구찌의 매출성장률도 전년에 비해 2%대로 줄었다. 연간 10%대의 매출성장률을 보이던 루이비통 역시 2013년부터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명품 브랜드들의 무분별한 가격인상 전략도 명품업계의 성장한계 요인으로 지적된다. 수년간 공격적인 가격인상을 실시한 명품 브랜드들은 이제 부유층 소비자들마저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02~2012년 사이 명품백 업체 7곳의 제품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매년 제품가격이 14% 인상됐으며, 이는 연간 인플레이션 상승률(2.5%)을 크게 웃돈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수년간 명품업계가 보인 성장률 역시 가격인상으로 인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구찌, 프라다, 멀버리 등 명품업체들은 사이즈를 줄이고 덜 비싼 소재를 적용해 제품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격인하를 시도하고 있다. 저가 라인의 확대는 고객들의 가격부담감을 줄이고 신규 중산층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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