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5-03-11 |
[리뷰]알렉산더 맥퀸의 유령과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의 2015 가을/겨울 알렉산더 멕퀸 컬렉션의 모델들은 마치 유령처럼 보였다. 아니면 앙트와네트의 시든 장미? 한편 18세기를 보여준 이번 시즌은 곧 있을 맥퀸의 '새비지 뷰티' 런던 전시회를 염두에 둔 것 같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파리에 위치한 콩시에르쥬리에서 사라 버튼은 2015 가을/겨울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을 위해 빅토리아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그녀만의 유령을 선보였다. 콩시에르쥬리(Conciergerie)는 원래 궁전이이었으나 14세기 말 왕들이 루브르와 뱅센트로 궁전으로 가면서 감옥이 되었다. 이곳에는 프랑스 혁명기간 중에 단두대에서 처형될 죄수들이 있었는데, 사치가 심하고 철 없었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녀는 감옥 생활을 하면서 사형 당하기 전까지 검소하게 양말까지 손수 기워 신으며 지냈다고 한다. 그 마리 앙투아네트의 유령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한때 믹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역사주의적 시각이 반영된 이번 패션 쇼는 어두운 로맨스 요소 역시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라 버튼은 과한 파우더에 거의 유령같은 얼굴 메이크업과 헐클어진 불룩한 헤어에, 마치 사람의 살을 한입 베어 먹은 것 같은 숙녀로 보이게 한 신성하지 않은 눈과 바림의 붉은 입술을 한 모델들을 런웨이로 내보냈다. 또한 옷에 잘 어울리는 뷰티 룩의 다양한 피스들은 18세기의 도자기를 연상시켰다. 장미를 모티프로 만들어 천상의 품질을 제공한 섬세한 레이스와 복잡한 자수와 더불어 하이 네크 칼라, 러플, 그리고 이번 시즌 아주 유명해진 태피스트리 같은 직물도 다수 선보였다.
이번 가을 쇼는 알렉산더 맥퀸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시간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려 기록적인 전시로 꼽힌 '새비지 뷰티(Savage Beauty)'가 3월 14일부터 영국에서 다시 열리기 때문이다. 사라 버튼이 지난 2010년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하우스에 자신의 스탬프를 꾸준히 찍는 동안 우리는 그녀가 고인이 된 레전드의 정신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꼈다. 이번에 선보인 역사주의를 바탕으로 한 패션 쇼는 고인에 대한 헌정 쇼이자 다음 주 부터 열릴 맥퀸 런던 전시회를 위한 팡파레로 느껴졌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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