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5-02-27 |
[리뷰] 범생이의 뉴 섹시 변신, 2015 가을/겨울 구찌 컬렉션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2015 가을/겨울 밀라노 패션 위크를 통해 많은 기대를 모은 여성복 컬렉션 데뷔 무대를 가졌다. 활동적이거나 실용적인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학구파 범생이의 뉴 섹시 버전으로 소개했다.
이제 공부만 하는 범생이는 촌스럽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1월 21일 마치 번개 작전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명으로 선선한 주목을 받았던 구찌의 새 왕자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2015 가을/겨울 밀라노 패션 위크를 통해 학구파 범생이의 이유있는 변신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지난 1월 프리다 지아니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 구원투수로 등장해 성공적인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이전 구찌와 달리 파격적인 앤드로지너스 룩을 선보였던 그는 여성복 컬렉션을 통해 범생이를 위한 뉴 섹시 룩을 내놨다. 범생이와 섹시의 만남이라는 이질적인 요소의 조합으로 인해 앞으로 진행될 구찌의 탈 톰포드 전략을 예고하는 듯 했다.
이번 여성복 컬렉션은 이전까지 우리가 익숙했던 구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남여 모델이 착용한 룩들은 70년대 초반의 브라운 톤 색조와 가죽 티랭스(tea-length) 스커트, 플로피 넥 보우, 얌전한 러플과 플리츠, 레트로 플로랄, 미드 <마고 테넨바움>을 연상케하는 퍼 코트, 반짝거리는 새 자수와 길고 나른한 실루엣을 선보였고, 심지어 프린트 팬츠 수트는 느슨하고 편한 슬러치(slouchy) 룩을 선보였다. 참고로 티랭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닥에 끌리거나 무릎위로 올라가는 기장이 아닌 발목과 무릎사이 기장을 말한다.
또한 그는 퍼 디테일로 홀스빗 로퍼, 뮬과 나박신, 아몬드 토 플랫의 힐, 레이스업 힐 위 폼폼까지 액센트를 주었다. 심지어 퍼는 섀기 슬립 온 위에도 액센트를 주었다. 괴짜같은 안경과 베레모 스타일을 통해 이번 업그레이드 컬렉션은 구찌에서 톰 포드가 구축한 섹시 미학과는 명백한 대조를 이루었다. 물론 시스루의 섬세한 레이스 블라우스와 드레스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포드식 섹시 흔적이었다.
톰 포드와 프리다 지아니니에 이어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이라는 구찌 전통(?)을 이어가게 만든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원래 구찌에서 액세서리 디자인팀을 책임졌던 인물로 이전에는 펜디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활동했었다. 톰 포드 시절, 섹시한 신발에 비해 기성복은 재미를 못봤기 때문에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그 징크스를 어떻게 날려 버릴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남성복 컬렉션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명 전 임시 팀장이라 남성복 디자인팀과 함께 피날레에 나왔지만. 이번에는 단독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이제 명실상부한 구찌의 1인 지라가 되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이제 구찌의 운명은 그의 손에 달렸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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