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5-02-21 |
[리뷰] 컴 백 홈, 2015 가을/겨울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
이번 시즌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패션 쇼 중에서 가장 전율할만한 소름끼치는(?) 패션 쇼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덕분에 관객들은 패션쇼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떠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둘의 결별을 좋은 이별이나 혹은 나쁜 이별로 나누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그는 지난 1년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로 두 번의 무난한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무엇인가 한방을 고대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무엇인가 우울해 보였다.
그러나 마크 제이콥스는 이번 시즌 다시 그만의 마력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루이비통을 떠난 이후 미니멀리즘과 모노크로마틱 재현을 선보인 2014 가을 시즌과 국방색 그린으로 가득한 유틸리티 멜랑코리아를 선보인 2015 봄 시즌, 두 번의 조용한(?) 컬렉션을 선보인 마크 제이콥스는 2015 가을 컬렉션에서 드디어 자신만의 마력으로 포효했다. 삼세판이라는 말이 뉴욕에서도 통하나 보다. 이번 쇼가 주목을 받은 것은 단지 감동적인 전율과 소름 끼치는 사운드 트랙 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번 시즌 컬렉션은 조용한 승리의 나팔 소리이자 제이콥스가 극복하려 했던 분위기 반전을 위한 완벽한 선택이었다.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 박물관에서 열린 이번 2015 가을/겨울 컬렉션은 이전과는 아주 달랐다. 맨해튼 고층에 있었던 그 유명한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거실에 걸린 그림을 그린 전설적인 아티스트 예레미아 굿맨에게서 영감을 얻어 스테판 백맨이 그린 쇼장 정면 배경과 객석의 붉은 조명 그리고 다렌 아로포스키의 '레퀴엠 포 어 드림'으로 부터 영감을 받은 듯한 ‘뼈가 흔들릴 정도’의 큰 사운드트랙은 둘 다 마치 제이콥스가 "아 엠 백(I am Back)'이라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마크 제이콥스는 열정적인 상상력을 통해 모든 것을 굴절시킨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매력과 매력을 발견할 수 없는 매력 사이의 매시 업에 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역설적인 사토리얼 커플링이다. 모델 에린 오코너가 허리 아래에 나팔 구슬로 만든 4개의 와이드 밴드로 장식한 거의 블랙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비교적 조용한 패션쇼 시작을 알렸다. 이어 메탈 브로케이드와 레오파드 프린트, 갈매기 무늬가 있는 밍크, 밧줄 고리 가죽, 네일 헤드 스터드 실크, 독특한 브릴랜드의 디지털 & 픽셀 초상화 같은 자수 등이 이전과는 다른 그로테스크하면서 럭셔리한 풍경을 연출했다.
실제로 전 <보그> 에디터인 다이애나 브랠랜드는 제이콥스의 컬렉션에 절대적인 영감을 주는 사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제이콥스가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하자마자 브릴랜드는 곧 사망하지만 그녀의 책 <얼루어> 서문에서 "천박, 당당함, 퇴폐, 향락, 패션의 오만 등이 미세스 브릴랜드의 손에 닿으면 매력적인 것으로 바뀐다."고 언급했다. 그녀의 영향은 제이콥스의 이번 2015 가을 컬렉션 디자인에 절대적인 정신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녀의 흔적은 패션쇼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가장 부드러운 외모인 도서관 사서의 전형적 모습을 연상시키는 격자무늬 드레스들은 블랙 스팽글 스트라이프를 이용했고, 대부분의 룩들은 어떻게든 일탈 느낌이 드는 블랙 장갑과 가죽 블랙 슈즈와 매치를 이루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마크 제이콥스는 비딩과 자수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이용했다. 특히 심플한 플리츠 A-라인 스커트와 드레스 뿐 아니라 코트의 트림에 이르기 까지 비딩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퍼 라펠이 달린 코트와 반짝이는 블랙 자수의 패널은 쇼의 빛을 발했다.
대부분의 경우 컬러 팔레트는 어두웠다. 블랙과 네이비 컬러의 롱 코트와 스커트는 상복을 입은 미드 <다운톤 애비>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일부 밝은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머스타드 옐로우 풀 스커트와 짝을 이룬 트림을 따라 자수로 장식한 핑크 코트와 고급스러운 스컹크 털 스톨도 대표적이었다. 화려한 퍼부터 밧줄 고리 울까지 패션쇼에는 스테이트먼트 아웃웨어 방식의 사랑스러운 아이템들로 넘쳤다. 또한 오스카 래드 카펫에 등장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20년대 색조의 이브닝 웨어도 다수 선보여 할리우드 배우들을 유혹했다.
결과적으로 무대에 선보인 옷은 모둔 시크하고 웨어러블했으며 슈즈는 정말 탐이 날 정도로 예뻤다. 마크 제이콥스의 이번 컬렉션은 관객 중 어느 누구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제이콥스 컬렉션은 한마디로 다크 컬렉션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다크한 가운데 또한 빛이 났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패션 위크 마지막에 충격적인 패션쇼를 보여주어 악몽을 꾸게 만들었지만 오랜만에 제이콥스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고급스럽고 매혹적인 쇼를 마친 후 백 스테이지에서 마크 제이콥스는 "나는 그녀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는 전체 패션 비즈니스에서 가장 똑똑한 여성이다."라고 자신에게 영감을 준 다이애나 블랜랜드를 칭송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전설적인 바자 패션 에디터에서 <보그> 편집장, 그리고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큐레이터 마법사의 아이콘 이미지로 가득한 개요서 <얼루어>와 최근 발행된 브랠랜드를 추억하는 컬렉션 북 <더 보그 이어즈>를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그는 "그녀는 천재다."라고 말하며 이어 "그것은 나에게 결정적이다. 나는 "이것이 패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션은 창조적인 작업이지만 아울러 수많은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영감의 작업이기도 하다. 자신의 멘토로 부터 영감을 이끌어낸 이번 컬렉션은 헤리티지와 컨템포러리의 모던한 도킹을 보는 듯하다. 커머셜의 대명사였던 뉴욕 패션이 그의 이번 제이콥스의 컬렉션 영향을 받아 파리 모드처럼 영감이 풍부한 럭셔리로 흘러갈지 두고 볼 일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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