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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버블리! 동화적인 요소를 현실로 풀어낸 민주킴... 세계 무대로 飛上!
잘 만들어진 예쁜 옷, 패션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김민주가 전개하는 ‘민주킴(MINJUKIM)’의 옷은 로맨틱한 판타지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슈퍼 루키’로 등장했던 그녀의 지금, 그리고 10년 후는 어떻게 펼쳐질까.
2019.08.25현대 사회에서 패션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요소지만 가끔은 우리를 판타지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예쁜 옷을 입고 기분전환 하는 것은 패션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때문에 이따금 여자들은 한껏 드레스-업한 옷을 입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김민주가 전개하는 브랜드 ‘민주킴(MINJUKIM)’의 옷 역시 판타지 세계로 안내하는 패션 선물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순수 예술을 공부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에 예술적 상상력을 그대로 투영해, 늘 동화적인 요소를 현실로 풀어낸 몽환적인 패션 미학을 창조한다.
스스로 ‘민주킴’의 마니아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민주 디자이너. 평소에도 자신이 만든 옷을 즐겨 입는다는 그녀는 깜찍한 자수 디테일의 민소매 화이트 슬리브리스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추적추적 가랑 비가 내리는 날 오후, 사랑스러운 옷차림으로 싱그럽게 웃으며 나타난 그녀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민주킴’스러운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은 버블리
“’민주킴’을 브랜드 네임으로 정한 걸 후회 중이에요.” 인터뷰 초반부터 뜬금없는 그녀의 폭탄(?)선언이 나왔다. 디자이너 김민주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김민주’라는 이름으로 먼저 세계 패션계에 알려졌다. 이미 학생 신분으로 세계적인 패션 콘테스트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늘 부러워하고 있는 ‘영 디자이너들의 똑똑한 브랜딩’을 할 새도 없이 ‘김민주’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이 알려진 탓에 브랜드 네임은 자연스럽게 영문식 표기인 ‘민주킴’이 됐다. 하지만 후회한다는 그녀의 말이 엄살로 들릴 정도로 ’민주킴’은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브랜드 ’민주킴’의 디자인은 로맨틱, 페미닌, 동화적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입었을 때 스윗하고 귀여운 옷을 디자인하면서도, 대담한 실루엣과 엣지있는 소재가 조화를 이룬다. 더 나아가 키치와 아방가르드를 결합한 판타지적인 패션 미학으로 확장된다. 그녀의 컬렉션을 본 해외 언론들은 ‘버블리(bubbly)’한 디자인으로 표현한다. 행복하게 보이면서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실루엣과 컬러감 때문이다.
’렛미인’이라는 테마의 2019 가을/겨울 민주킴 컬렉션 역시 시폰에 솜을 몰딩해 눈을 표현하거나 하늘하늘한 샤 소재로 몽환적인 패션 미학을 선보였다. 주인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버팔로와 토끼 그래픽도 위트있는 터치로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매 시즌 컨셉은 다양하게 바뀌지만, 몽환적인 미학이 중심이 되는 전체적인 ’민주킴’만의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옛말에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다. 정체성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는 김민주 디자이너의 실험적인 디자인은 2013 H&M 디자인 어워즈 우승, 2014 LVMH 프라이즈(LVMH PRIZE) 결선 진출 등을 통해 세계 패션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는 오프닝 세레모니, 디즈니, 국내 브랜드 티렌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으로 이어졌다. H&M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마가레타 반 덴 보쉬(Margareta Van Den Bosch)는 “그녀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매우 특별하고 재미있는 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런 화려한 국제적인 경력에 대해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패션업계의 특성상 하나의 브랜드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 작업에 창조는 보너스!
’민주킴’이 이렇게 꾸준히 브랜드 아이덴티티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민주킴'의 모든 영감과 제작 과정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브랜드의 강력한 힘의 원천이 아닐까 한다.
“영감이요? 제가 살면서 좋아하고 느끼는 것을 컬렉션으로 얘기하는 게 재미있어요. 타인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저의 것으로요.”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시즌마다 컨셉에 맞게 일러스트 작업과 원단을 직접 개발하는 데 꼬박 한 달을 투자한다. 이후 실루엣과 스타일링 등 전체적인 다듬기가 이뤄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컨템포러리 패션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다.
“민주킴은 확실한 자기 색깔이 있어요. 매 시즌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그때마다 그래픽과 원단을 새로 개발하거든요.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인 거죠. 그런데 신인 브랜드가 이런 걸 유지하는 게 어렵잖아요. 그런데 저는 잘하고 있지 않나요? 최고의 노력이자 강점이에요.”라며 도발적인 당당함도 보여주었다.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방법이 없다고 했던가. 그녀는 가장 핫한 걸 그룹 레드벨벳의 스타일링 작업에 이어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무대 의상 제작 러브콜을 받았다. 그녀만의 독특한 크리에이티브가 이제 K-팝과도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을 기반으로 세계로, 민주킴만의 넓은 시야로
민주킴의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 못지않게 김민주 디자이너의 이력 역시 특별하다. 그녀는 국내 패션스쿨 사디(SADI)에서 공부한 후 벨기에로 유학을 떠나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패션 스카우트의 지원을 받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원스 투 워치(ONES TO WATCH)’에 참가해 2015년 가을/겨울 민주킴 컬렉션을 선보이며 브랜드를 정식 런칭했다. 그리고는 몇 년 간의 런던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든든한 새 둥지를 틀었다.
한국에서 출범해 해외 진출을 꿈꾸는 경우와는 반대로, 그녀는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시작해 활동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거점으로 잡은 '금의환향 케이스인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유럽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 하기도 했고요. 롱런하기 위해서는 저 나름의 정착이 필요했고 서울이 그곳이죠.”라며 솔직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한국에 정착했다고 해서 민주킴의 세계 무대가 좁아진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인터내셔널 학생’ 출신답게 글로벌 패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요즘 해외에서 K-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외국에서 국내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주로 활동지만 물리적인 공간적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국제화 시대잖아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외국 쇼룸도 운영할 수도 있고요.” 그녀에게 ‘서울’은 물리적 무대일 뿐, 언제든 세계로 뻗어 나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한 발 더, 패션 교육자로의 발돋움
김민주는 한국과 유럽에서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배운 덕에 각각의 장점을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었다. 사디에서는 패션 디자인에 대한 테크닉을 공부했고,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는 온전히 자신만의 디자인을 끌어내는 데만 4년을 투자했다. 그 길에는 항상 선구자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있었다.
“저는 교육적으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그분들의 조언을 떠올리며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요. 디자인을 가르치며 본인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전달해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어요.”
롤 모델을 묻는 말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의 학장인 디자이너 출신의 월터 반 비에른동크(Walter van Beirendonck)라고 대답했다. “월터의 디자인을 보면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게 느껴져요. 소재, 디자인, 마무리까지 모든 걸 사랑해요. 사실 방해 요소들이 많아서 디자이너가 그런 마음을 갖기가 힘들거든요. 그런데도 놓지 않고 끝까지 패션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옷에 행복함이 묻어나요.”
그녀는 현재 사디와 국민대에서 ‘패션 일러스트’ 수업을 진행하며 패션 교육자로서의 꿈도 키워나가고 있다. 자신이 받은 패션 교육을 다시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 그녀의 10년 후, 아니 그 이후까지도 기대되는 이유다.
김민주의 목표는 민주킴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스러운 옷을 떠올리면 바로 민주킴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의지를 담아 말했다.
“제게 패션은 그림이자 판타지이자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모든 거예요.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걸 만들었는데, 그걸 누군가 좋아해 준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지 않나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김민주와의 인터뷰는 내내 유쾌한 웃음 속에 진행됐다. 자기 일에 대해 즐겁게 웃으며 인터뷰할 수 있는 힘, 그건 아마도 ‘좋아하는 일’로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삶에서 나오는 에너지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즐기면서 일하는 자를 과연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앞으로 그녀가 펼쳐 나갈 '민주킴'의 동화를 현실로 풀어낸 몽환적인 패션 미학에 어떤 스토리가 담길지 궁금하다.
패션엔 이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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