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7-06-26

미국 패션계의 '남녀평등 문제'와 '유리 런웨이'에 대한 화두

미국 패션계는 현재 남녀평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유리 천장'처럼 미국 패션계에서도 '유리 런웨이(glass runway)'에 대한 화두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65(현지 시간) 저녁 시간,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2017 CFDA 어워즈 행사가 뉴욕 해머스타인 볼륨에서 열렸다. 사전에 공개된 올해 수상자 후보 중에는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부문 후보에 오른 더 로의 애슐린 & 메리-케이트 올슨 자매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 디자이너들이었다.

 

먼저 여성복 부문은 조셉 알투자라,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 마크 제이콥스, ‘프로엔자 스콜러의 잭 매콜로 & 라자로 에르난데즈가 후보에 올랐고, 남성복 부문은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 로버트 겔러, 팀 코펭스, 톰 브라운, 토드 스나이어 등 모두 남성 디자이너였다.


시상 결과 올해의 남성복과 여성복 디자이너상은 남성인 라프 시몬스가 독식했으며, 액세서리 디자이너상은 남성인 코치의 스튜어트 베버스가, 인터내셔널 디자이너상은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스와로브스키 긍정적 변화 상은 케네스 콜이, 제프리 빈 평생 공로상은 릭 오웬스가 각각 수상했다. 그나마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상에 몬세의 듀오 디자이너가 수상해 여성인 로라 킴이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최근 미국 패션계에서는 남성 디자이너(종종 이성애자가 아닌 남성 포함)들이 미국 패션계에서 자주 여성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언론의 찬사를 받거나 상을 수상하는 방식에 대해 광범위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패션이 여전히 여성 중심의 직업으로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수상한 남성 디자이너들의 능력이나 패션 디자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혹은 일반적인 게이 남성 디자이너들을 경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팩트를 생각해 볼 때 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본다.

 

미국 워털루대학의 사회학자 알리슨 스톡스(Allyson Stokes) 박사가 2015년에 발표한 양적 연구에서 언급한 1981~2013년 사이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98명의 남성들이 CFDA로 부터 상을 받았으며, 여성은 불과 2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8명의 남성 디자이너 중 51명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밝혀졌다.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실제로 패션계에서 앞서가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저널리스트 에릭 윌슨이 쓴 2005뉴욕타임즈기사를 읽은 후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기사는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고 밝힌 그녀는 CFDA 어워즈에서 많은 남성 디자이너들이 수상한 이유는 무엇이며, 아울러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패션 에디터들로 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당시 에릭 윌슨의 기사는 어느 정도는 일차원적인 관찰에 불과했다. 실제로 아무런 경험적 연구가 없었다.”다고 말하며 결국 이것이 진짜일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연구를 통해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2012FIT,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 라이언스 대학의 최고 패션 프로그램 졸업생의 약 80~90%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대부분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유리 천정개념에 익숙해져 있다.


스톡스 박사는 게이 남성 디자이너들이 여성이 압도적인 패션계에서 수상과 찬사를 통해 명성을 얻고, 이를 토대로 런웨이를 장악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유리 런웨이(glass runway)’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조사를 위해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패션백과사전 보그피디아(Voguepedia)역대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라는 큐레이팅 컬렉션에 소개된 157명의 디자이너 스토리 참고했다. 이 계정은 보그매거진이 특정한 디자이너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테스트메이커들이 어떻게 디자이너들을 으로 여기는지 그 결정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남성 디자이너를 다룬 96가지 패션 기사에 사용된 어휘도 함께 조사했다.

 

예술과 영화, 음악과 마찬가지로 패션계의 문제 역시 오브제나 컬렉션을 위대한 것(great)’으로 간주할 수 있는 객관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아울러 품질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정해진 규칙 역시 없다. 문화적 관련성, 역사적인 참고 문헌, 컬러 치료법 등과 같은 측면들이 확실히 고려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견해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남녀 차별을 기반으로 한 언어가 문제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심리학, 사회학, 그리고 기타 사회 과학에 대한 연구는 현재 아주 많다. 때문에 사람들은 평가나 측정 혹은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있어 불확실성이나 모호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손쉬운 결정을 위해 관습, 고정 관념, 전통에 의지한다. 미국 패션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언어는 우리 주변 세계의 이해를 형성하는 방법이며,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창조하는 강력한 도구다. 알리슨 스톡스 박사가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그녀는 남녀 차별이라는 고정관념에 의존한 위대한(great)’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미국 문화는 이러한 개념으로 여전히 흘러넘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연구 결과다. 남성 디자이너들은 자주적(autonomous), 합리적(rational), 독립적(independent), 창조적(creative)이라는 형용사로 묘사된다. 반면에 여성디자이너들은 조용한(quiet), 아주 작은(diminutive), 차분한(calm), 혹은 엄마라는 가족의 의무(family duties)’ 때문에 자신들의 창작활동에 헌신할 수 없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디자이너들 뒤에 숨어 있는 남녀 차별이라는 가정을 인식하지 않고 이런 종류의 용어를 사용하면, 비록 의도적이지 않았더라도 미묘하고 암시적으로 남녀를 차별해 위대한 디자이너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보그피디아(Voguepedia)에서 여성 디자이너들은 실용성으로 주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기록되었다. 대표적인 단어는 편안한(comfortable, 소니아 리키엘)’, ‘현실에 기반을 둔(grounded, 도나 카란)’ 등이다. 반면에 남성 디자이너들은 아티스트로 묘사되었다. 대표적인 단어는 시인의 영혼(soul of a poet, 알버 엘바즈)’, ‘패션의 플로베르(the Flaubert of fashion, 톰 포드)’ 등이다.


또한 여성 디자이너들을 결코 성장하지 않은 디자이너(designer who never grew up, 벳시 존슨)’처럼 하찮게 보이게 만들거나 어린애 취급을 한다. 반면에 남성 디자이너들은 과장된 어조로 찬사를 받았다. ‘영국 패션의 성난 왕자(the mad prince of British fashion, 가레스 퓨)’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그녀의 연구는 비교적 단순한 스포츠웨어라는 브랜드 명성에도 불구하고 캘빈 클라인이 경계를 넘다(boundary crosser)’로 묘사된 경우를 지적하기도 했다.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패션 잡지에 디자이너에 대한 글을 쓸 때 예술’, ‘당신의 예술품에 대한 헌신’, ‘당신의 예술을 통한 자신의 진정한 묘사와 같은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이런 종류의 식상한 언어에 의존한다. 이는 예술계의 관습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그들은 이러한 언어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율성과 창작 작업 역시 여성 디자이너에게 문제가 된다. 보그피디아에서 크리스찬 디올은 헴라인의 독재자dictator of hemlines)’로 언급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여성 디자이너 해티 카네기의 대문에는 카네기의 룩은 없다. 너만 봐(there is no Carnegie look. Only the you look)’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그녀의 소비자들이 디자이너 자체보다는 그녀의 디자인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렉산더 맥퀸은 장인 기술자(master craftsman)’으로 기록된 반면에,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은 보다 부드럽고(softer)’ ‘보다 차분한(calmer)’으로 묘사되었다.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는 사라 버튼의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복잡한 디테일은 로얄 스쿨 오브 니들워크(Royal School of Needlework)에 있는 그녀의 장인 팀의 덕택이라는 서술이다. 즉 본질적으로 이상적인디자이너는 남성 디자이너라는 것이다.

 


남녀 차별 뿐 아니라 인종 차별 역시 '유리 런웨이'를 유발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나 출신 여성 디자이너 미미 플렌지(Mimi Plange)는 어릴 때부터 디자인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건축가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전업한 지안 프랑코 페레로 부터 영감을 얻어 UC버클리대학의 건축학 학사 과정을 이수했다. 그녀는 자신이 성공하는 길의 대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녀는 나는 자라면서 삶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 자신의 작업을 믿었고, 내가 다르다는 것도 받아들였다. 나는 분명 여성으로서 뭔가 새로운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들과의 경험에 관한 알리슨 스톡스 박사의 연구에서 일부 의견에 동조하면서, 디자이너 셀프-프레젠테이션과 그것이 시장성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주었다. “여성 디자이너에게 접근 방식과 반응은 일반적으로 다르다.


왜냐하면 실제 옷이 어떻게 간에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경험으로 볼 때 게이 남성 디자이너들은 (cool)’ ‘오썸(awesome)’ ‘퍼니(Funny)’로 묘사되지만, 반면에 여성 디자이너들은 시크(chic)’ ‘프리티(pretty)’ ‘조용함(quiet)’으로 묘사된다.

 


미미 플렌지는 자신을 흑인 디자이너로서 인식하는 점은 물론 흑인 디자이너는 스트리트 웨어와 힙합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고정관념을 자신을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표시했다. 그녀는 때때로 흑인이 옷을 만들 때 그들은 단지 흑인만을 위한 옷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내 놓으면 그들은 실제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예 그들은 질문도 않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리슨 스톡스 박사는 앞으로 오리지널 연구에서 미개척으로 남겨진 이들 다른 교차로도 해결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리 런웨이가 인종적인 장벽, 플러스-사이즈와 뚱뚱한 패션, 그리고 패션계에서 일하는 엄마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물론 게이 남성 디자이너들 또한 많은 미디어에서 차별을 당했으며, 종종 성행위의 고정관념으로 짜 맞춰지거나 혹은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업계의 억압적인 미와 완벽한 몸매 때문에 비난을 당하기도 한다.

 

잠시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 역시 패션의 시작은 선교사와 선생님, 여학생들과 같은 여성들로 부터 시작되었으며, 1960년대 초반에 앙드레김과 같은 남성 디자이너들이 탄생했지만 적어도 70년대까지 패션계는 여성들의 영역이었다.


아마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당시 영화관에서 틀어주던 대한 뉘우스 보면 남성인 앙드레김을 여사로 묘사하고 있다. 80년대 들어 패션을 전공한 남성들이 다수 배출되었지만 여전히 대학 졸업생 비율을 보면 미국처럼 여성들이 압도적이다.

 

지난 20008년부터 매년 시상하는 코리아 패션 대상수상자를 살펴보면 모두 42명의 디자이너들이 수상을 했다. 이중에는 앤디앤뎁과 스티브제이오니피와 같은 듀오 디자이너도 있지만 남녀 비율로 나누면 남성 디자이너가 20, 여성 디자이너가 22명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배출되는 인력 비율로만 따진다면 남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여성 에디터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는 패션 매거진의 남성 디자이너에 대한 선호도 역시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동성보다는 이성은 남성 디자이너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유리 런웨이를 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알리슨 스톡스 박사에 따르면 이 불평등이 늘 의식적인 행동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녀는 “CFDA보그잡지가 성차별주의 단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남성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의식적으로 특권을 부여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구축한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예술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며, 위대한 미와 창조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도전은 편견과 선입견을 잊어버리고 대화를 촉발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회적 불평등과 페미니즘은 지난 몇 년 동안 주류 운동과 연결되어 다양성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 에디터들과 패션계 관계자, 그리고 패션 작가들은 결정적으로 패션의 모호한 가치를 고려한다. 즉 헌신과 상을 제외하고는 객관적인 포인트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패션에서 재정적인 성공이 반드시 문화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인식이 되면 그것에 대해 토론하고 분석해 협업으로 발전시키는 것만이 남녀 차별적인 패션 산업을 보다 나은 젠더리스 패션 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리 런웨이는 이미 오래 전 부터 시작된 패션계의 화두다. 요리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대중적으로 유명한 셰프는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패션계 역시 마찬가지다 20세기 패션에서 이름을 날린 디자이너 중에서도 크리스찬 디올, 이브 생 로랑, 크로스토발 발렌시아가, 피에르 가르뎅,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톰 포드 등 대부분 남자 디자이너들이다.


여성 디자이너로는 코코 샤넬과 엘사 스키아파렐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도나 카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요즘 뜨고 있는 알렉산드로 미켈레나 뎀나 바잘리아 역시 남성이다. 대중적인 인지도에 있어서는 여전히 남성 디자이너들의 더 관심을 받고 있다.

 

패션계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독특한 산업 구조다. 이제는 남녀 차별적인 요소나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아닌, 디자이너가 가진 독특한 재능과 창의성으로 평가해야 한다. 희소성이라는 무기로 남성 디자이너들이 특혜를 받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우리 문학계에서도 여류 문인이라는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남성 디자이너와 여성 디자이너라는 젠더적 성차별은 의미가 없다. 단지 옷 짓는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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