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2-01

[특별기고] 경기북부에서 K패션의 꿈과 미래를 보았다

한중 FTA로 경기 북부 지역에 새로운 한중 패션섬유 산업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K 패션 빌리지 조성을 추진중인 한국패션디자이니어연합회 이상봉 회장이 양주에서 열린 경기 니트 콜리보레이션 패션쇼를 통해 K패션의 꿈과 미래를 보았다. 그의 칼럼을 통해 그 속내를 알아본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서울 강남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탄 리무진 버스 앞뒤로 빨간 불빛의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다. 넘실대는 한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고층 빌딩들을 보니 사막에서 보낸 열흘간의 시간들이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호주 대사관과 데자트의 초청으로 호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듯 나는 구석기 시대의 삶을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영화 같은 만남을 가졌다. 원주민들과의 감동적인 만남을 통해 새삼 나무 한 그루, 물 한 모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 동안 호주 사막에서 보낸 시간들이 차창 밖 강물로 채워지고 불빛에 녹아내린다. 그 사이로 이틀 뒤에 있을 경기니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직원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몇 시간의 고생 끝에 본사 쇼룸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특히 가봉된 옷들을 입은 열 개의 마네킹이 마치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듯이 일렬로 도열해 나에게 윙크를 했다.


열흘간의 출장 후에 오랜만에 보는 옷들이라 마냥 신선하고 반가웠다. 호주로 출국하기 전에 경기도에 있는 업체들이 원단을 제공해 주었는데, 그 원단들이 근사한 패션으로 변주되어 내 앞에 서있는 모습이 그 어느 때 보다 감동적이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경기 북부 지역 원단업체들이 만든 100% 국내 원단으로 패션쇼를 연다는 사실은 디자이너인 나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어쨌든 소재에서부터 디자인, 봉제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만든 원단들은 이틀 뒤에 있을 경기니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를 위한 옷들로 완성되어 있었다. 원단을 개발한 소재 업체의 장인 정신과 원단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디자이너의 열정이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인 한 장면이 아닐까. 패션은 소재와 봉재를 통해 의상으로 탄생하고, 패션 디자이너는 옷에 생명을 불어 넣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침내 경기니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쇼가 열리 던 날. 나는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마치고 행사가 열리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연기되었던 제1회 경기섬유의 날 행사에 맞춰 열린 이번 행사는 동두천봉제조합의 의류 기부 바자회, 섬유산업 일자리 박람회, 경기섬유산업연합회의 유공자 표창 등 다양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의 공식 하이라이트인 경기니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는 경기도내 7개의 소재 업체에서 원단을 제공하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엽합회(CFDK) 소속 디자이너 8명이 디자인한 약 100여벌의 의상이 패션쇼로 선보였다. 원단을 제공해준 SG상사, 와이제이글로벌, 수아텍스, 파텍스, 현일테크, 웰테크글로벌, 대광레이스 그리고 홍은주, 한동우, 명유석, 곽현주, 정훈종, 신장경, 장광효 디자이너에게도 감사드린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경기일보가 공동 주관한 이번 경기 니트 콜리보레이션 패션쇼는 2회째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1회와는 달리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 원단으로만 만든 패션쇼를 열었다는 사실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자 성과였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를 통해 경기 니트 원단의 우수성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사실 이날 행사의 숨어있던 하이라이트는 바로 대학생들의 패션쇼가 아닐까 한다. 경기도에 소재한 중앙대, 수원대, 수원여대, 장안대, 평택대 등 5개 대학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약 100벌의 졸업 작품을 선보였고, 이를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심사해 시상식도 함께 가졌다. 특히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니트와 저지 작품들은 경기 니트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패션학도의 창조적인 도전정신으로 빚어낸 결과여서 나름 감동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행사장을 찾아온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양포동(양주,포천,동두천)을 대한민국 패션 섬유 디자인의 메카로 만들자는 축사에 많은 경기 섬유인들과 관객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현재 경기 북부에는 니트 편직물을 제조하는 약 1000개의 중소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또한 의정부와 포천의 염색과 가공 공장, 그리고 의정부나 남양주의 봉제 단지 등 경기도 북부 지역에 패션을 위한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발달되어 있다. 이제는 분산된 패션 섬유 업체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가구 제조업체들도 포천과 같은 경기 북부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점을 감안해 볼 때 패션(Fashion)과 퍼니처(Furniture), 푸드(Food) 3F를 통해 세계적인 패션& 관광 명소가 된 밀라노를 경기 북부의 롤 모델로 삼는 것은 어떨까 싶다. 휴전선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세계 유일의 분단국의 현재와 아울러 통일된 미래를 함께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휴전선 가까이 환경 청정 지구적인 요소도 중요한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패션 섬유 지원 사업들이 단발적인 지원으로 끝나거나 개별적 연계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미래 경제를 이끌 대안으로 창조경제를 자주 강조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볼 때 패션섬유산업만큼 창조 경제에 가장 부합하는 산업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K 패션의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구호는 창조경제라는 구체적인 아젠다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한국 패션섬유산업의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창조적인 디자인은 여러 다른 요소가 결합하여 융·복합 효과를 낼 때 경제적 가치가 그만큼 올라간다. 따라서 이번 경기니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쇼 같은 행사가 경기도의 니트 소재와 패션 디자인의 결합, 프린트와 봉제의 결합을 통한 K 패션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한류와 K 패션을 잘 활용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패션과 섬유 모두 무한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소재가 디자인을 만나서 어떻게 그 날개를 달 수 있는 지 이번 경기니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으로 본다.


열악한 상황에서 원단을 만드는 섬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긍심이다. 그 자긍심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 바로 패션 디자인이다. 나는 이번 패션쇼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보람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도지사와 함께 학생들의 패션쇼를 보면서 한국 패션에 미래와 비전에 대한 무한 희망도 발견했다. 패션과 섬유가 하나 되고, 학생들과 유명 디자이너들이 어우러지는 이번 행사를 통해 나는 한국 패션의 꿈을 보고 미래를 보았다. 하지만 그 미래는 먼 훗날의 꿈이 아닌 지금 당장 이루어야 할 가까운 미래를 위한 과제다.


한국 패션의 발전을 위해서 나는 늘 K-패션 빌리지를 꿈꿔 왔다. 패션은 사치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이다. 패션과 퍼니처, 푸드 등 3F가 어우러진 K-패션 빌리지는 내국인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핫 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패션과 공예, 가구와 같은 다양한 한국적 전통과 모던이 만난 K-패션 빌리지는 창의적인 한류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중 FTA가 체결되어 이제 중국 시장은 우리 패션섬유산업의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수도권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경기 북부 지역은 패션코리아의 새로운 패션섬유 수출의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아울러 새롭게 경기 북부 지역에 들어설 K-패션 빌리지를 통해 중국 관광객들은 한류 패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패션 섬유 허브 역할을 위한 우리의 과제는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불꽃놀이의 작은 불꽃처럼, 소재가 디자인을 만나 무대 위에서 터질 때의 신기루를 나는 이번 행사에서 보았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고 창조였다.

 


글 이상봉 디자이너(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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