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0-28

[패션칼럼] 앙금이 빠진 붕어빵 패션위크, 여전히 아쉬움만 남았다

2015 봄/여름 서울 패션 위크가 무사히 끝났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행사 기간 동안 내린 쓸쓸한 가을 비 마냥 안도보다는 아쉬움이, 만족보다는 불만족이 남는다. 어쩔 수 없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했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2015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의 문제점과 향후 극복 방안을 고민해 본다.




2000년 국제적인 컬렉션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통합 서울 컬렉션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울패션위크로 이름을 바꾸면서 진행된지 올해로 15년째다. 그 과정에서 행사 주최와 담당자가 수없이 바뀌고 새로운 신진 디자이너들도 많이 늘어나면서 하드웨어는 공룡처럼 비대해 졌지만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앞으로 전진 하지 못한 채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행사 진행 역할을 부여 받은 서울 디자인 재단과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공동 주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2015 /여름 패션 위크에서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 과정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사무국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페이스 북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433‘2014 서울패션위크공동주관 양해 각서(MOU)를 서울디자인재단과 체결했다고 한다. 양해각서의 목적은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서울패션위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원활한 상호협력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연합회에서는 그동안 서울디자인재단과 공동주관사로서 행사 추진과 관련한 협의 및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이너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5 S/S 서울패션위크 행사가 며칠 앞둔 상황에서 서울디자인재단과의 원활한 업무공유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연합회 주장에 따르면 지난 32014 F/W 서울패션위크를 마치고 10월에 치러질 2015 S/S 서울패션위크를 위해 연합회에서는 재단에게 지속적으로 협의를 요청했지만, 서울디자인재단의 내부적인 상황들(담당팀장 사직 등)로 인해 매끄러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연합회와 사전 협의 없이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서울패션위크 참가디자이너 모집공고를 게재했다고 한다. 추석 휴가인데다, 참가 신청 기간도 너무 짧아 연합회는 재단 측에 긴급 문제 제기를 하여 모집 공고의 마감시기를 늦추었다는 것이다. 행사 장소(1,000석 운영/외부장소 운영 등)에 대한 부분은 재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왜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 행정 관련 사항이라 협의의 필요성 느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주장한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디자이너 선정 심사와 관련된 일련의 사항들(심사위원, 심사내용, 기준변경 등)도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되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행정에 관한 사항이라 협의 필요성 느끼지 않았다고 답변했으며, 추후 공문 통해 선정심사위원 명단의 공유 등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아울러, 서울패션위크의 공식 포스터 역시 연합회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공지되었고, 서울패션위크 공식 보도자료 또한 내용이나 배포시기 등이 전혀 공유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배포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프레스와 바이어 등록기간에 대해서도 연합회와 협의 없이 진행되어, 공동주관사인 연합회로 프레스와 바이어들이 문의해올 때 적절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웠으며 기간 내에 등록하지 못한 프레스와 바이어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이에 연합회는 추후 재단 측에 등록기간 연장을 요청하여 연장 진행되었다는 주장이다.


 

연합회는 행사를 함께 주관하는 공동주관사로서 재단 측의 처사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동주관사로서의 유감을 표명하기에 앞서 서울패션위크 행사의 주인공인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 것이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며, 서울패션위크의 주인공이 디자이너가 아니라 DDP 행사장이 되어버리는 기형적인 모양새가 되는 것 또한 안타깝다는 주장이었다. 마지막 부문에서 연합회는 지속적으로 디자이너의 권리를 찾고, 서울패션위크의 진정한 주체가 디자이너가 되는 그 날이 하루속히 오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성명서를 마무리 했다.

 

무엇보다 이번 2015 /여름 서울 패션 위크에서 가장 지적을 받아야 할 부분은 바로 디자이너 선정과 엉성한 바잉 시스템의 문제였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패션협회의 공동 주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 가을/겨울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어깨 너머로 배운 스킬을 너무 과시한 탓인지 서울디자인 재단은 디자이너 선정과 바잉 시스템 관리에 있어 스스로의 모순에 빠진 느낌이다.

 

먼저 디자이너 선정의 경우 서울컬렉션, GN컬렉션, PT 컬렉션 3개 부분에 걸쳐 디자이너를 선정한다. 보통 매출 중심의 정량 평가와 창의성 중심의 정성 평가로 디자이너를 결정하는데 기성 디자이너가 많은 서울 컬렉션의 경우 정량 평가 점수 비율이 높고 젊은 디자이너 중심의 GN 컬렉션과 PT 컬렉션은 정성 평가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GN 컬렉션의 경우 10벌의 의상을 미리 제작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며 첫 참가인 경우 실물 심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GN 컬렉션의 경우 한국 패션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디자이너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배 기성 디자이너들이 심사가 필요하다는 요구 때문에 연합회가 발족과 동시에 서울시에 요구해 기성 디자이너들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서울컬렉션의 경우 디자이너가 심사 대상이기 때문에 심사위원은 프레스와 바이어, 학계, 패션 단체 관계자들로 구성이 된다.

 

하지만 이번 GN 컬렉션의 경우 심사위원에서 기성 디자이너를 배제시켜버렸다. 사실 신인 디자이너의 경우 프레스나 학계, 바이어들이 포트폴리오만을 보고 가능성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옷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빠진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심사위원 중에 동대문 쇼핑몰 담당자가 바이어 몫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젊은 디자이너들의 공분을 샀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의 경우 동대문 마켓에 세컨드 브랜드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그 바이어는 많은 젊은 디자이너와 안면이 있었다. 문제는 그 F 쇼핑몰이 서울패션위크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느냐의 문제다. 정작 스폰서쉽을 한 것은 D 쇼핑몰인데 경쟁 업체 담당자가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는 점은 의문이다.

 

서을패션위크는 동대문 마켓을 위한 동대문 패션 축제가 아닌,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교두보라는 것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때문에 행사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를 초청하는 비용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동대문 쇼핑몰 담당자가 심사위원이라는 사실은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황당함을 넘어 당혹감을 주었을 것이다. 마치 동대문 쇼핑몰 품평회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는 디자이너와 정작 실물 심사도 하지 않는 모습에 왜 실물을 제출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고 어떤 디자이너는 심사에서 아예 질문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6개월간 준비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이 좌절로 바뀌는 악몽이 된 셈이다.

물론 이번에 심사를 통과해 멋진 쇼를 진행한 젊은 디자이너들 모두 우수한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의 자격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단점을 보강해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할 힘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서울시 예산이 투여되는 서울패션위크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도전의 의미보다 좌절을 주는 심사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어떤 디자이너는 기대도 안했는데 합격 연락을 받았고, 어떤 디자이너는 합격을 자신하고도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더 이상 실력이 아닌 로또 식 심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바잉 시스템도 문제가 많았다. 패션위크의 궁극적인 목적은 패션쇼가 끝 난 후 디자이너와 바이어가 만나 수주 상담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와 시그너처 룩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둘째치더라도 바이어의 취향 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에 맞추어 마련된 바잉 상담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란 어렵다. 한창 상당을 진행하던 중 그런데 왜 저랑 바잉 상담을 하는 거죠?”라는 바이어의 질문에 디자이너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작 바이어가 원하는 디자인이나 가격과는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바잉 문제는 서울패션위크가 탄생한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즉 디자이너가 원하는 바이어를 초청해야 하는데 늘 디자이너와 관계없는 바이어와 프레스를 초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디자이너 자체적으로 바이어와 프레스 명단을 작성해 서울시에 제출해도 일정과 비용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들어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해외 미디어를 통해 서울패션위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에는 서울패션위크보다 프론트로의 셀렙들이나 스트리트의 패피들에 관련된 사진 기사가 대부분이다.


홍보 책자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서울패션위크의 경우 홍보와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 초청에 전체 예산 중 많은 비용을 소요하고 있는 것다. 하지만 이번 2015 /여름 서울패션위크에서는 그나마 지난 시즌까지 영문판으로 배포되던 디자이너들의 프로필과 컨셉, 룩이 들어간 홍보 책자가 사라지고 스케줄 브로슈어만 안내 데스크에서 무한정 뿌려졌다. 프레스룸에서도 홍보 책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행사 후 확인해 본 결과 홍보 책자는 유료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 얼굴과 컬렉션 룩이 들어간 책자를 유료로 판매를 할 경우 사전에 디자이너들이나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 양해를 구했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더 큰 문제는 그 책자가 많이 팔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해들은 말로는 행사 마지막 날에는 할인까지 해주었지만 10권 안팎이 유료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18천원의 고가인데다가 유료 판매에 대한 공지도 없었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사라 티켓 판매도 금지한 서울 패션위크가 홍보 책자를 유료로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어불성설이다. 필자 역시 많은 국제적인 패션위크를 취재했지만 행사용 홍보 책자를 유가 판매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


또한 행사장 한 쪽에 프레스룸을 만들어 놓고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은 영문으로 안내판까지 붙여 프레스 룸 입장을 막아 가며 그 옆에 있는 VIP 룸으로 유도했다. 이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행사 진행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해외 컬렉션을 취재했지만 내국인과 외국인들을 따로 관리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국내 프레스에 대한 차별인지 아니면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에 대한 최고 대접인지 알 수 없지만 바잉이나 보도에 대한 양에 있어 그에 상응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15년 전 세계 5대 컬렉션을 진입을 목표로 했던 서울패션위크는 현재 목표를 낮추어 아시아 패션 허브를 정했다. 하지만 아시아 패션 허브 고수를 선언한 재팬 패션위크나 발 빠르게 추적하는 상하이 패션 위크와 차이나 패션위크 그리고 자카르타 패션위크와 싱가폴 패션 위크의 도전이 무섭다. 솔직히 세계 4대 패션위크를 통해 기본적인 아이템을 모두 바잉한 유럽과 미주의 바이어들이 아시아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돈을 다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었다, 도쿄나 서울, 상하이를 찾는 이유를? 그랬더니 나온 답은 베이직이 아닌 유니크한 패션을 찾아서라고 한다.

 

이제 서울패션위크는 외형적인 확대보다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 즉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에 한류 바람이 거세다. 드라마에 이어 그 흐름은 푸드로 진향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패션이다. 퍼니처, 푸드, 패션 등 소위 3F를 통해 패션 캐피탈로 부상한 밀라노의 경우가 우리에게 좋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요즘 창조 경제와 융복합을 외친다. 이제 패션도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진보해야 한다. 그 책임과 의무는 서울시가 아닌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가 배제된 서울패션위크는 정체성을 잊어버린 그저 행정편의주위적인 예산 낭비에 다름 아니다. 디자이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에 대한 노력으로 부터 시작해 세계 시장을 볼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3월에 열리는 2015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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