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3-12-30

응답하라! 1980 파워 수트

파워 수트가 돌아왔다. 패션지 <보그>가 파워 수트의 종말을 선언한 지 23년 만이다. 1980년대 아이콘으로 떠오른 파워 수트가 지난해 해외 컬렉션에 다시 등장했다. 패션잡지에는 파워 수트의 창시자 격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크리스천 디올 광고로 가득 찼다. 새로운 파워 수트가 시장을 강타할 조짐이 보인다. 부활한 파워 수트의 시대를 두고 글렌 글로스는 “파워수트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굉장히 파워풀한 패션”이라고 말한다. 파워 수트 부활의 의미를 살펴보자. 아울러 멜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글렌 글로스, 시고니 위커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가장 파워플한 수트 파워 여전사들을 통해 80년대 파워 드레싱도 함께 엿보도록 하자.


글랜 클로스


파워 수트란 권력과 부의 이미지가 융합된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 중 성공을 위한 여성의 옷차림을 의미한다. 특히 남성의 영역이라 생각되었던 직장에서 전문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가시화하기 위한 남성적인 비즈니스 스타일이 바로 파워 수트다.


 

크리스티 브링클리


남성 중역들의 옷차림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본래는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는 직선적이고 헐렁한 실루엣이었다. 넓은 라펠의 더블 브레스트 재킷, 무릎길이의 스트레이트 스커트, 네이비, 베이지 등의 차분한 컬러, 역삼각형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패드가 들어간 넓은 어깨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남성 수트처럼 몸에 꼭 맞는 전형적인 실루엣을 지향하지 않았다. 대신 부드러운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뻣뻣한 심지와 안감, 다트 및 불필요한 형식을 해체하고 다시 재단하는 방식을 통해 그만의 새로운 파워 수트를 디자인했다.


 

다이엔 소여


그는 재킷의 진동둘레 모양을 변형하고, 마무리 디테일들을 단순화하였으며, 부드럽고 차분한 색조를 만들기 위해 다른 색상의 실 7~8개를 섞어 사용하여 재직한 옷감을 사용했다. 또한 그는 둥근 목선의 단순한 실크 블라우스 위에 넓은 어깨와 품이 넉넉한 굵은 체크의 개더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침착한 색상의 최고급 울과 실크를 사용한 세퍼레이츠를 발표해 중성적 매력이 가미된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남성 정장처럼 어깨가 넓고 각이 진 일명 '파워 수트'는 이 시기 직장 여성들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파워풀한 느낌을 주는 강조된 어깨가 포인트다. 남성복의 요소를 여성복에 도입해 여성의 지위향상을 반영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는 당시의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남에 따른 것이며, 80년대의 경제호황과도 관련이 있다. 실루엣은 허리선이 강조되었으며, 어깨에 패드를 다는 것으로서 과장된 모습을 표현했다. 여피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패션 스타일로서 자리잡았으며 여성이 사회적으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던 그 당시 남성적 느낌의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표상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제인 폴리


처음으로 '파워 드레싱'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은 작가 존 T 몰리다. 그는 1970년에 쓴 <성공을 위한 드레스>에서 노동자를 위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스타일로 파워 드레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몰리가 살았던 시절, 조르지오 아르마니, 티에리 뮈글러, 클로드 몬타나 등과 같은 디자이너들이 패션쇼에서 주로 선보이는 구조적인 수트로 인해 여성을 위한 파워 드레싱이 런웨이를 압도했다. 80년대 초반에 이르러 파워 수트는 낸시 레이건, 로렌 허튼, 존 콜린스, 다이엔 소여 등이 입으면서 연착륙하게 된다.


 

그레이스 존스


한편 패션사적으로 볼 때 파워 수트 등장은 현대 여성 패션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먼저 폴 푸아레는 20세기 초반 코르셋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켰다. 코코 샤넬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바지와 스웨터를 여성복에 도입했다. 이브 생 로랑은 1966년 턱시도에서 힌트를 얻어 여성복에 파워풀한 남성성을 부여한르 스모킹을 선보여 패셔너블한 여성들로부터 찬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런 남성적인 룩이 이해를 받는 데에는 10년 정도 걸렸다.


 

로렌 허트


히피가 유행하던 1970년대 초반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여동생 로사나 아르마니가 출근복으로 입을 만한 옷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성복을 해체해 여성복에 응용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여동생에게 어깨를 강조한 수트를 만들어주되, 남성 정장보다는 부드러운 보랏빛을 띤 회색이나 베이지 색상을 택했다. 결국 1975년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여성복을 론칭했다. 아르마니 수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앞으로 내가 갈 길은 여기(수트)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메릴 스트립


1980년대 아르마니 수트는 아르마니 정신을 지향하고자 하는 여성 수천 명에게 유니폼과 같은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글렌 클로스는 영화 <가프>를 홍보할 의상을 쇼핑하러 돌아다니다가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아르마니 부티크를 처음 들어가게 됐다. 글렌 클로스는 당시 고른 검정색 더블 재킷을 두고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고른 옷이었다고 회상했다. 케네디센터상을 수상하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러 갔을 때도, 영화 <위험한 정사>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을 때도, 데보라 카에게 아카데미 공로상을 시상하러 갔을 때도 그녀는 아르마니 수트를 갖춰 입었다.


멜라니 그리피스

 

해리슨 포드와 멜라니 그리피스, 시고니 위버가 출연한 1988년작 <워킹걸>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온 수트는 캐릭터의 사회적 지위와 성격을 대변한다. 도나 카란은 1984년 파워 수트를 한층 부드럽게 표현한 라인을 만들었다. 커리어 우먼들이 등장하는 영화 <워킹걸>이 개봉한 1988년 무렵, 파워 수트는 여성들의 전형적인 출근복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 영화에서 멜라니 그리피스는 파워 수트를 입고 성공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로 나온다.

 

시고니 위버


그러나 1990 1월 들어 분위기는 달라진다.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레이스 코딩턴은 <보그>지에서 여성스럽고 유연한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파워수트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코딩턴은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이제 회색 핀스트라이프 수트를 입고 능력과 자신감을 표현하던 시절은 막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보그>의 이 같은 선언에도 불구하고 파워 수트는 그 후에도 10년 정도 커리어 우먼들에게 사랑받는 클래식한 아이템이 되었다. 하지만 점차 캐주얼한 출근 복장과 여성스러운 드레스, 심지어 청바지가 근무복으로 등장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변화를 받아들여, 드레스와 이브닝 가운을 디자인할 정도로 파워 수트의 시대는 패션사에서 종말을 거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만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돌아 이제 여성들은 옷장 속에 넣어두었던 케케묵은 파워 수트를 다시 꺼내 야 할 듯 하다. 지난해 크리스찬 디올,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과 같은 디자이너들은 1980년대 클래식의 모던 버전을 발표해 1980년대의 컴백을 예고했다. 물론 리스크는 있다. 각진 거대한 어깨 패드, 너무 헐렁한 실루엣, 촌스럽고 무거워 보이는 소재 때문에 모던한 의상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리 홀 


요즘 새롭게 부활하는파워 수트 1980년대처럼 재킷에 긴 정장바지나 스커트를 매치하는 것이다. 자로 잰 듯 딱 덜어지는 룩이 전형적이지만 체형의 곡선을 살린 슬림한 룩을 지향하기도 한다. 슬림한 소매와 늘씬하게 체형을 돋보이게 하는 라인, 여성적인 어깨 선이 인상적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최근 파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예전 파워 수트와 요즘 파워 수트는 완전히 다르다요즘 파워 수트는 여성미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존 콜린스


새로운 파워 수트는 기존 실루엣을 모던하게 변형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로랑과 더로우도 올 가을 수트 컬렉션을 론칭한다. 그런지룩을 표방하던 에디 슬리만이 이끄는 생로랑이 이번 가을 시즌에는 수트로 런웨이를 가득 채운 것도 파워 수트의 부활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파워 수트를 자유롭게 실험하는 분위기가 보인다. 바지 길이도 짧게 자르거나 질질 끌리게 변형을 주었다. 한 벌로 코디하되 엄격하게 매칭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워 수트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핵심 요소는 상체의 결점을 보완하고 가려주는 파워 재킷이다. 너무 밝거나 강한 색상을 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예전 파워수트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최근 여러 시즌 동안 원색과 다채로운 프린트가 유행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파워 수트는 여전히 검정과 회색, 베이지 같은 컬러가 사랑 받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

 

새로운 리포맷된 파워 수트는 맷 데이먼과 조디 포스터가 출연하는 영화 <엘리시움>에도 등장한다. 조디 포스터가 연기하는 캐릭터인 로데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바지 정장 두 벌을 입고 나온다. 매끈한 수트에서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온다. 타이트하고 슬림하게 재단되고 미묘한 색상은 파워 수트의 새로운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또한 최근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마틴 스콜세지의 최근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90년대 파워 수트를 재현해 90년대됴 여전히 파워 수트 트렌드가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비록 수트의 인기와 숄더 패트, 파워 드레싱 테마가 90년대 후반에 흐지부지 되기는 했지만 2013년의 파워 수트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예고한 그만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새롭게 부활한 파워 수트의 시대, 더욱 파워플해진 페미니니티가 패셔니스타들을 유혹하고 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Related

News Ranking

  • Latest
  • Popular
  1. 1.이승연, 시선올킬 50대 핑크룩! 우아한 로맨틱 품격 핑크 슈트룩
  2. 2.‘원빈 조카’ 김희정, 그야말로 감탄! 싱그럽게 연출한 멋쁨 골프 필드룩
  3. 3.우혜림, 예쁘게 차려 입은 2살 아기 엄마의 품격! 핑크 카디건 셋업 외출룩
  4. 4.[패션엔 포토] 박규영, 성수동 올킬! 존재감 넘치는 화이트 베스트 슈트룩
  5. 5.지소연, 예쁜건 못참아! 언니꺼 뺏어 입은 시스루 레이스 블라우스룩
  6. 6.[패션엔 포토] 한지민, 신부인줄! 눈부신 화이트 원피스룩 성수동 팝업 나들이!
  7. 7.장윤주, ‘눈물의 여왕’ 용두리 원장은 잊어! 다시 모델핏 트렌치 코트룩
  8. 8.톱모델 한혜진, 체지방 9.8kg 실화냐? 운동과 일상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룩
  9. 9.[패션엔 포토] 김수현, ‘눈물의 여왕’ 사랑꾼에 성수동이 들썩! 올 블랙 멋남 나들...
  10. 10.헤지스, 벌써 린넨 인기 만점! 봄여름 린넨 시리즈 매출 40% 신장
  1. 1. 홍진영, 낮은 반팔 밤은 긴팔! 요즘 패션 마무리 툭 걸친 트위드 재킷 데일리룩
  2. 2. 김사랑, 46세 피부 미인! 피부에 몸매까지 부러운 화이트 오프숄더 원피스룩
  3. 3. [패션엔 포토] 뉴진스 민지, 성수동에 뜬 K팝 요정! 난리난 러블리한 가죽 쇼츠룩
  4. 4. 김정난, ‘눈물의 여왕’ 범자 고모! 미친 존재감 프린지와 페블럼 재벌 럭셔리룩
  5. 5. 이민정, 출산 4개월 육아 잊고 필드! 군살 하나없는 골프 핏 스포티 애슬레저룩
  6. 6. [패션엔 포토] ‘장원영 친언니’ 장다아, 스페인 여름 꽃미모! 크롭 재킷 나들이룩
  7. 7. [패션엔 포토] 아이유, 싱가포르 홀리고 귀국! 아침에도 상큼 오버롤 점프슈트룩
  8. 8. [패션엔 포토] 뉴진스 다니엘, 공항에 뜬 인간 바비! 비현실 비율 핫쇼츠 출국룩
  9. 9. 쿠론, 이번 봄여름은 클래식! 타임리스 미니멀 클래식 2024 S/S 신상품 출시
  10. 10. [패션엔 포토] 오마이걸 유아, 성수동 홀린 냉미녀! 딴세상 비율 트위드 원피스룩

Style photo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