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3-12-27

미 중견 디자이너들 뿔났다 뉴욕패션위크 보이콧하는 속사정은?

디자이너 베라 왕, 캐롤리나 헤레라, 마이클 코어스,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 등 미국의 대표하는 중견 디자이너들이 내년 2월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 참가를 거부하고 오프 쇼 개최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션 일간지 <WWD> 보도에 따르면 베라 왕과 캐롤리나 헤레라가 2014 가을/겨울 뉴욕 패션 위크 기간 동안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패션 쇼 참가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와 마이클 코어스도 불참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에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메르세데스 벤츠 뉴욕 패션 위크와 IMG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마이클 코어스 대변인 측에서는 노코멘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동조하는 디자이너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 텐트에 얼마나 많은 디자이너가 펑크를 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내 디자이너들의 불만은 지난 시즌 패션쇼가 끝나고 다양한 컴플레인이 제기된 후부터 감지되었다. 이에 대해 IMG 측은 더 나은 이벤트를 위한 몇 가지 아우트 라인을 제시하고 아울러 세계 패션계의 독보적인 행사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도 약속했다. 그러나 링컨 센터 내 컬렉션 장소 텐트 디자인을 새로 바꾸는 문제와 텐트 참가 가격 인하 문제로 디자이너와 행사 프로덕션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IMG 측은 몇몇 프로덕션 스태프를 일시 해고하고 아웃소싱 프로덕션에 이벤트를 맡기는 계획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IMG측은 다음달까지 확정되어야 하는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에 어떤 디자이너가 참가하는지를 문의하는 언론의 질문에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패션쇼와 오프 장소에서 열리는 패션쇼로 이원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만 리틀 컴퍼니(Forstmann Little & Co)가 뉴욕 패션위크를 진행하고 있는 IMG 월드와이드를 윌리암 모리스 인데버(William Morris Endevor)와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Siver Lake Partners)에게 최근 23억 달러에 전격 매각한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G 월드와이드 매각이 디이너들의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패션쇼 불참의 원인인지는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 패션 위크의 역사는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의 패션 퍼블리스트 엘리너 램버트(Eleanor Lambert)의 주도하에 뉴욕을 소개하는 프레스 위크(Press Week)가 그 시작으로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후 1998CFDA 사무국장 펄 멜리스가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던 헬무트 랭을 뉴욕으로 데려와 패션위크 일정 중 맨 마지막에 열리던 뉴욕 패션 위크를 맨 앞으로 앞당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초기에는 일정을 앞당긴 디자이너와 거부하는 디자이너로 이원화되어 패션쇼가 열렸지만 이후 캘빈 클라인과 도나 카란이 앞 당긴 스케줄에 가세하면서 가장 먼저 열리는 통합된 뉴욕 컬렉션을 열었다. 이후 CFDA 사무국장 펄 멜리스가 뉴욕 컬렉션에 대한 모든 권한을 IMG에 양도하면서 뉴욕 패션 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인 패션쇼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뉴욕 패션 위크에 대한 불만이 서서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버스케줄로 진행되는 봄 컬렉션의 경우 패션쇼가 쉴 틈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9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약 1천여명이 넘는 프레스들과 리테일러,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블로거들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이지는 패션쇼를 한달 내내 지켜본다. 그러다 보니 뉴욕 패션계 내에서는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패션 위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었다.

뉴욕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산다. 그래서 뉴욕을 문화 용광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9월 첫째 주에 패션 위크 스타트를 뉴욕이 끊다 보니 사람들의 불만이 많다고 한다. 특히 유대인들의 불만이 높다. 유대인들의 명절이 바로 9월 첫째 주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절 또한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패션 관련 종사자들은 9월 첫째 주를 일터에서 보낸다. 미국의 노동절은 9월 첫째 주 월요일이다. 아마 패션쇼 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크리스마스와 설날에 일하는 기분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버스케줄 문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너무 많은 패션쇼가 열린다는 점이다. 이미 12년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항의했던 것으로 예전과 비교해 현재는 그 규모가 2배나 커져 350여개의 크고 작은 쇼가 9일동안 열린다고 한다. 이는 IMG가 뉴욕 컬렉션을 인수하면서 너무 상업적으로 돈벌이만 생각하다 보니 원래 지향하던 하이 엔드 컬렉션의 의미를 퇴색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그 많은 쇼를 9일 동안 모두 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국 몇몇 스타 디자이너에게 하이라이트가 집중되고 나머지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패션쇼를 여는 수많은 디자이너들로 인해 패션 쇼를 열 장소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장소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패션쇼가 열리는 장소 주변에 사는 일방 뉴욕 시민들의 고충이 크다는 사실이다. 결국 뉴욕 시민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뉴욕 컬렉션은 파리나 밀라노 등 다른 컬렉션에 비해 외국 디자이너에게 문호를 개방하는데 있어 호의적이다. 국적에 관계없이 금전적인 능력만 되면 쉽게 패션 쇼를 열 수 있다. IMG에게 디자이너라는 존재는 텐트 장사를 위한 물주이거나 혹은 스폰서를 위한 미끼에 불과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필자 나름의 분석이다. 적어도 IMG가 디자이너들의 입장에서 컬렉션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처럼 보이코트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컬렉션의 본래 의미를 퇴색해 가는 뉴욕 패션 위크를 보다 못한 뉴욕 중견 디자이너들의 반발은 어쩌면 뉴욕 컬렉션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서울 컬렉션 역시 대행사와 디자이너들과의 크고 작은 불협화음으로 인해 올해부터는 서울디자인재단이 행사를 진행한다. 그 첫 단추가 오는 3월 동대문 DDP에서 열리는 2014 가을/겨울 컬렉션이다. 이번에야 말로 디자이너들을 대표하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와 서울디자인재단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디자이너는 행사 주최자인 서울디자인재단의 입장에서, 서울디자인재단은 참가자인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소통한다면 성공적인 행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컬렉션은 단순한 시민을 위한 문화 행사도, 그렇다고 디자이너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도 아니다. 문화와 예술, 상업성이 조화를 이루는 창조 경제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문화경제 행사가 되야 한다. 아시아 패션 허브로서 서울 컬렉션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디자이너들의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만큼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의 패션 행정도 함께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것이다.

패션의 꽃인 컬렉션은 단순히 대중추수적인 눈요기나 오락으로서의 패션쇼가 아니다. 많은 관객과 화려한 스타 관객으로 위장한 영혼 없는 패션쇼로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을 들을 것이다. 목적의식이나 비전 없이 우여곡절 쇼가 끝나고 나면 디자이너는 안도의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건 얄팍한 위로에 지나지 않으며, 패션쇼 장을 벗어나는 순간 현실은 가래침을 뱉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포지셔닝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무관심이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들부터 위기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서울 컬렉션 개혁에 나서야 한다. 컬렉션의 주인공들이 바로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뉴욕 패션 위크 보이콧 사태가 주는 교훈 역시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k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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