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1-17

의류 노동자 시위와 에티컬 패션

새해들어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국제 사회는 제3세계 의류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노동 환경 조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대안으로 에티컬 패션이 부상하고 있다. 에티컬 패션을 통해 저임금과 저가패션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2014년 새해가 밝자마자 캄보디아 의류 노동자 5명이 최저 임금 인상 시위를 벌이다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방글라데시에서도 의류 노동자들이 수당 축소 소식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다 진압 과정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류 공장 참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방글라데시에서만 의류공장 화재로 700여명이 숨졌고, 지난해 4월 의류공장 건물 붕괴로 1135명이나 숨졌다.



어쨌든 연달아 아시아 빈곤국가 의류 노동자들의 시위와 사망소식이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과 공장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에  패브릭 생산에 사용되는 독성 화학 물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베를린 에티컬 패션쇼나 벤쿠퍼 에코패션위크에 참가하는 그린 디자이너들 역시 윤리적 패션의 대중화를 위해 매스 마켓에 대한 적극적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지역의 의류공장이 입주한 8층 건물이 붕괴돼 1135명 이상이 사망했고 부상자 역시 2500여명에 달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사고 무렵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자 다른 입주자들은 서둘러 철수했지만 의류공장 사장은 수출 선적 날짜를 맞추기 위해 작업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을 위험한 건물 안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고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건물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방글라데시 참사 이후 세계는 재해보다 무고하게 죽어간 방글라데시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38달러(약 4만원)이라는 월급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깜짝 놀랐다. 4만원이면 그 싸다는 SPA 브랜드 옷 한 벌 가격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붕괴된 공장에서 재봉틀로 박음질을 하던 그 옷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SPA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월 최저 임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정이 좀 나은 캄보디아의 경우도 8만원인 최저 임금은 16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총격을 가해 5명이 숨진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대재앙을 치른 방글라데시가 여전히 의류 생산의 ‘메카’로 꼽히고 있는 현상(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의류 생산 2위 국가다)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했다. 글로벌 의류업계가 참사 이전처럼 생산국의 노동환경 및 안전 문제보다는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방글라데시 참사가 일어나자 미국 대학생들은 다국적 의류업체들을 대상으로 ‘방글라데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에 동참하지 않는 업체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선언하기도 했다. 유럽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깨끗한 옷 입기 운동(Clean Clothes Campaign)’은 소비자들에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을 꾸준히 알렸고 다국적기업에 대해 강력한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들은 의류 공장 근처의 강을 오염시키고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화학물질 사용을 중지하라고 글로벌 SPA 브랜드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중국의 의류 공장에서 방출된 폐수에서 검출된 PFOS는 유럽 기준으로 2008년부터 사용된 금지된 물질이라고 한다. 동물의 가죽이나 모피 사용을 반대하는 동물 보호 운동으로 시작된 윤리적 패션은 환경 운동과 인권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셈이다.



일명 패스트쇼퍼(Pastshoper)로 불리는 햄버거 패션 맹신주의자들은 싼 가격으로 손쉽게 구입해 입는 옷에 대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옷을 만든 생산자나 노동자의 임금이나 노동환경이 어떠한지는 관심 밖이다.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 주로 남반구 개도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의류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 근로자들의 한 달 최저 임금은 북반구의 선진국 여학생이 군것질 값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제3세계 의류 공장 노동자들에게 글로벌 최저 임금을 보장해 주는 제품을 만들어 공정한 가격으로 소비하자는 것이 ‘공정 무역’ 혹은 ‘착한 소비’의 본질이다. 

최근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등 아시아 의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요구 시위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문제 인식은 틈새시장으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한 윤리적 패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베를린 에티컬 패션쇼(Ethical Fashion show in Berlin)’ 주최자 오라프 슈미트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에티컬 소비자들 덕분에 에티컬 패션쇼에 참가하는 윤리적 패션 브랜드도 첨차 늘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베를린 에티칼 패션쇼에 참가한 브랜드는 모두 116개로 2년 전 36개 브랜드로 시작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러한 추세는 소비자들 사이에 사회적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스타일이나 유행에 매몰된 트렌드가 아니라 함께 아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지구 공동체적인 문제 인식의 발로인 셈이다.

베를린패션위크의 한 파트로 지난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2014 가을/겨울 베를린 에티컬 패션쇼에는 오가닉 코튼, 울과 대나무 혹은 재활용 가죽이나 플라스틱과 가튼 얼터너티브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대거 참가했다. 특히 이들 디자이너들은 농민과 의류 노동자들을 위해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서약도 함께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한 런던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역시 열성적인 에티컬 패션주의자로 알려져있다. 공정 무역 패션을 통한 제3세계 여성 지원 뿐 아니라 지구 환경보호 운동과 리사이클 운동을 통해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2012년 런던패션위크에서는 본인이 직접 패션쇼 무대에 올라 기후변화 혁명을 주제로 한 티셔츠에 환경 파괴를 상징하는 메이크업을 하고 런웨이를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몇년 전 "옷을 살 때 신중하게 고르고, 비싸게 사서, 오래 입어야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있다"며 저가 패션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패션 정보회사 민텔이 실시한 마켓 리서치에 의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등 의 소비자들은 쇼핑을 할 때 가격보다는 퀄리티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격 소비보다는 가치 소비에 더 비중을 둔다는 의미다. 즉 윤리적 패션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유럽으로,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베를린에 남성 캐주얼 브랜드 ‘아웃피터스 오브 체인지(Outfitters og Change)’를 론칭한 디자이너 유르겐 브랜들리(Juerg Braendli)는 패스트 패션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비난이나 경멸의 자세로 접근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디자인한 에티컬 패션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사회적이고 친화경적인 쿨한 에티컬 패션에 눈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에티컬 패션은 고전적인 의미의 그린 패션과는 다르다. 정기적인 컬렉션을 통해 하이 엔드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가격대는 매스 마켓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피스 오브 체인지의 경우 남성용 티셔츠, 스웨트 셔츠, 재킷을 39~149유로(약 5만6천원~21만6천원)의 가격대로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특히 고객들이 각 아이템마다 전체 공급 체인을 추적할 수 있는 온라인 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라는 빈티지 느낌 때문에 다소 아날로그적일 것이라는 그린 패션에 디지털적인 요소를 기미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칸차(Kancha)의 공동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세바스찬 글러스착(Sebastian Gluschak)은 제품을 만든 키르키즈스탄 장인의 서명 레이블이 들어간 자수 펠트와 랩톱 & 스마트폰용 가죽 케이스를 마니아 중심이 아닌 매스 마켓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지 녹색 소비자들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인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를 원한다. 그것이 패션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바이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 무역 의류 브랜드 ‘오리진스 노마즈(Origines Nomades)’를 전개하고 있는 엠마뉴엘 르베크의 최근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 나는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공급자에게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일주일에 35시간 일하면서 1주일에 90시간을 일하는 의류 노동자들에게 도덕적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무리한 요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엠마뉴엘 르베크는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한 자수로 테두리를 장식한 핸드메이드 재킷을 129유로(약 18만 7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싼 가격의 제품을 찾고 있지만 만약 디자이너들이 소비자들에게 의류 노동자와 환경을 살리는 공정 가격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공정 무역 패션의 디자인적 접근인 셈이다.



그런데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 참사의 책임이 의류 기업에만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일까?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의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근로 조건이 개선되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만든 제품을 물 쓰듯이 사용하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몫이 아닐까. 소비자들이 윤리적으로 옷을 구매했다면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참사를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 이유는 저임금으로 제3세계 어린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은 초저가 제품에 열광하는 패스트 시장이라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아시아 의류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쥐어짜 고객이 원하는 싼 옷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머리로는 이러한 불공정 무역을 비판하고 악덕 다국적 기업을 욕하지만 몸으로는 싸구려 SPA 제품에 중독되어 무분별하고 비도덕인 소비는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흔히 수입 고가 사치품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비난하고 소위 명품 백이라 불리는 수입 사치품에 열광하는 된장녀를 욕하면서도 스스로는 정상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 지은 싸구려 제품을 1주일 단위로 쏟아내는 거대 공룡 SPA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박리다매식 유통은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성장률 160%라는 대박을 치고 있다. 덕분에 스페인의 자라나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다국적 기업의 회장님들을 자국에서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어쩌면 회장님들이 저임금 의류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글로벌 갑부로 등극하는데 패스트쇼퍼들이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패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은 패션 시장에서 소비자가 정확히 평가, 선별할 때만 촉진된다. 내가 입는 옷이나 신발에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제3세계 의류 노동자들이 적절한 최저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지, 윤리적 패션을 판매와 홍보에 이용하지만 과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을 다하는지 철저한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정작 사회적 공헌의 척도인 기부금 내기에는 인색한 수입 브랜드의 행태를 보노라면 다국적 SPA 브랜드라고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럼 보다 구체적인 에티컬 패션의 실천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에티컬 패션에 대중적인 홍보 전략이다. 최근 인터넷 발달로 기업의 사회활동과 인권, 환경에 관한 정보 수집이 쉬워졌고 그 정보가 SNS를 통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때문에 환경이나 인권 관련 NGO나 소비자단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소비자들과 연대해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노동 인권을 억압하는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 사례를 공개해 불매운동이나 플래시몹을 통해 적극적인 소비자 운동을 벌일 수 있다. 또한 국내 패션 브랜드 뿐 아니라 수입 브랜드의 패션 상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브랜드별 지구 환경이나 근로 조건 개선에 대한 추진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에티컬 패션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윤리적 패션의 중요성을 교육해야 한다. 패션 기업의 불공정 생산 행위와 우리가 생각하는 부당 거래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윤리적 선택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도나 카란 같은 유명 디자이너나 휴 잭맨 같은 배우들이 자본주의 틀에서의 윤리적 프레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인지도나 영향력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윤리적 패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 보다 윤리적인 선책을 유행의 하나로 만들고 있 것이다. 우리나라도 유명 디자이너와 스타들이 윤리적 패션 전파에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세 번째로는 명확하게 정의된 윤리적 내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작에서 부터 상점 진열대에 이르기 까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스마트 폰으로 QR 코드만 찍으면 누가 그 제품을 디자인했는지? 누가 생산했는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옷을 만든 의류 노동자들은 제대로 대가를 받았는지 등의 상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마트 패션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윤리적 패션에서의 핵심은 기업이 제품을 만드는 목적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으로 부터 윤리적 노력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에티컬 패션은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사실 북한에 보낸 쌀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배급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개도국에서에서 만드는 제품의 생산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통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엠마 왓슨 같은 스타가 방글라데시 공장을 찾아가 공장을 견학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해 화제가 된 것처럼 공개 동영상을 통해 투명한 생산과정을 공개한다면 소비자들을 기업에 무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윤리적 선택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단 생산에서 부터 매장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유통 경로에 대한 소비자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스타들이 윤리적 패션을 입거나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제품에 대한 내러티브를 창조하기 위해 사진과 스토리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단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에티컬 패션에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패스트 패션에 대한 왜곡된 소비 패턴이 윤리적인 슬로우 패션인 애티컬 패션 상품 구매로 이어진다면  저임금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던 글로벌 패션 제조업체들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글로벌 최저 임금과 인권, 지구 환경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부터 시작하는 윤리적 소비 선택은 상생과 환경이라는 지구촌 아젠다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화 덕분에 우리는 옷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주 쉽게 무시해 왔다. 당신은 옷을 사면서 의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의 노동조건은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들의 커뮤니티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나요? 많은 소비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소매 의류 업체들이 생산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아는 순간 우리는 얼굴이 붉어진다. 개도국에서 옷을 만들 때 최종 소매가격의 평균 비율에서 의류 노동자들이 받는 대가는 고작 0.5~4% 정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이러한 상황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그대로 받아 들였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 소비자 중 하나인 미국 정부조차 살인적인 저임금과 최악의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에서 생산한 옷을 주문할 정도다.

사람들이 물과 공기에 지불하는 비용은 아주 적거나 혹은 공짜다. 하지만 싸거나 공짜라고 해서 버려진 옷을 태워 공기를 오염시키고 데님을 워싱한 후 버리는 폐수로 물을 오염시킨다면 몇 10년 혹은 몇 100년 후에도 계속 살아갈 후손들은 오염되고 병든 지구를 보며 조상들의 이기심과 야만성을 원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패스트 패션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옷값이 싼 적은 없었을 것이다. 편의점만큼이나 접근이 쉬운 SPA 매장에 들어가 습관적으로 옷을 사고, 구매할 때의 절실함과 달리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버린다. 버려진 옷을 수거한 재활용 센터의 경우 비닐 백을 뜯지도 않은 제품에서 부터 택이 그대로 붙어 있는 채 버려지는 제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SPA 브랜드가 생기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문제는 습관이다. 중독으로 인한 습관은 더 심각하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SPA에 열광하는 패스트쇼퍼 중에 10대와 20대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이 84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앞으로 60년이나 70년 이상 지구별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쉽게 옷을 사서 쉽게 버리는 왜곡된 소비 패턴을 지속한다면 버려진 옷들의 반격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와 시장질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존중에서 출발해야 유지될 수 있다. 에티컬 패션은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향한 작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한 위대한 출발이다. SPA 브랜드의 ‘카피 브랜드’ 커밍아웃과 하이앤드 디자이너들의 묵인아래 엄청(?) 비싼 럭셔리 제품을 엄청(?)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은 공인된 짝퉁을 사기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새며 긴 줄을 섰고 미디어들은 소수가 하이패션을 독점하는 시대가 가고 새로운 패션 민주주의의 도래했다고 대서특필했었다. 하지만 그 패션 민주주의는 탐욕적인 자본주의와 결탁하면서 부메랑이 되어 인권과 환경을 위협하는 창이 되어 소위 ‘버려진 옷들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 창을 막을 방패는 윤리적인 옷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하는 소비자의 몫이다. 이제 지속가능 패션으로서의 윤리적 패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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