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3-12-02

CFDK는 서울패션위크의 계륵인가?

내년 3월 서울패션위크를 앞두고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내년 3월 동대문 DDP 개관 행사로 열릴 서울패션위크를 앞두고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행사 운영이 서울시에서 서울디자인재단으로 이관되고 서울패션위크를 실무적으로 총괄할 예술총감독이라는 자리가 새롭게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년간 서울패션위크 운영에 있어 서울시와 연합회의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방안이지만 서울패션위크 사상 처음 시도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서울시와 연합회의 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연합회 갈등의 시초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말 서울패션위크를 진행하던 SBA 산하 조직인 서울패션센터가 비리(?) 문제로 전격 해체되자 서울패션위크 행사의 당사자인 패션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들과의 논의 없는 일방적인 서울시의 대안 없는 조치에 항의하며 행동에 들어갔다. 결국 2012 2 20일 대한패션디자이너협회(KFDA), 세계패션그룹한국지회(FGI),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뉴웨이브인서울(NWS) 등 국내 패션 디자이너 연합회 모여 (가칭)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창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후 5 10일 이상봉 디자이너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하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후 엽합회는 2012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행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패션 디자이너의 입장을 대변하며 서울시와 서울패션위크 행사를 함께 진행해 왔다. 특히 서울패션위크의 민간 이양을 선언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이너들의 사기는 높았다.


하지만 틀만 바뀌었지 매뉴얼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매 시즌 서울 패션위크를 진행할 때 마나 서울시와 연합회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급기야 2013 가을/겨울 컬렉션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여의도 행사와 연합회가 주도하는 이태원 행사로 이원화되기도 했다. 결국 2014 봄 여름 서울 패션위크부터는 공동 주최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무늬뿐인 공동 주최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여의도라는 공간에서 행사를 열었지만 서울시가 주도하는 IFC몰과 연합회가 주도하는 여의도공원 사이의 여의대로는 보이지 않는 DMZ였다.


결국 민간 이양을 포기한 박원순 정부는 201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행사를 산하기간인 서울디자인재단으로 이양하기로 결정했지만 서울패션위크의 앞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새로 오픈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월 말에 행사가 열린다는 사항만 결정되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길게 잡아야 세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컬렉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참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패션쇼를 준비했다가 참가가 불허될 경우 물적 심리적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월달 정도에 참가가 확정된 이후부터 쇼를 준비하게 되면 한 달만에 패션쇼를 준비해야 한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셈이다. 


연합회에 서울시가 대립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디자이너 선정 문제다. 서울시는 예산안 범위 내에서 참가 디자이너를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그럴 경우 서울컬렉션을 5일 행사로 진행할 경우 최대 하루에 5~6명씩 약 25~30명 내외의 디자이너만이 패션쇼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대략 50명 내외의 기성 디자이너가 참가를 원하는 상황에서 50%는 패션쇼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연합회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2013 가을/겨울 서울 컬렉션과 2014 /여름 컬렉션의 경우 연합회 임원진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예산을 마련해 심사 없이 별도의 컬렉션을 가졌다. 덕분에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타격을 받지 않고 패션쇼를 할 수 있었다. 인기 디자이너들이 분산되었기 때문에 서울시가 주도하는 심사에서 선발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이너 심사의 경우도 허점이 많다. 심사에 응모한 디자이너의 경우 신인부터 기성 디자이너까지 광범위한데다 사실 무작위로 선발된 심사위원이 그 디자이너들을 모두 알고 있는지 조차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디자이너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다 보면 결국 인지도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점수를 높게 둘 수밖에 없다. 여기에 창의성, 상업성, 국제적 경쟁력이라는 심사 기준은 다소 주관적인 잣대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그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많다는 여론이다.


두 번째로는 서울패션위크의 정체성 문제다. 현재 서울패션위크의 경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 축제인지 아니면 패션 비즈니스를 위한 컬렉션인지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이 국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의견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 패션 위크가 잠시 침체기를 겪었다가 다시 집권한 자민당 아베 수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런던 패션 위크를 롤 모델로 하는 컬렉션으로 새롭게 부활해 아시아 패션의 맹주가 되겠다는 선언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서울시의 서울패션위크 예산은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계속 삭감되는 상황이다 보니 행사를 위한 행사, 즉 전시 행정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회는 다양한 스폰서십을 통해 현재 줄고 있는 예산을 보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에 공동 주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3월 행사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라도 스폰서 업체 유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서울시와 디자인재단의 입장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자문 위원단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미 서울패션위크가 서울디자인재단으로 넘어간다는 소문은 올 초부터 패션계에 떠 돌았기 때문에 행사를 몇 달 남겨둔 지금까지 마스터 플랜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내년 서울패션위크의 가장 큰 화두는 예술총감독을 뽑는다는 것이다. 일견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가 그 자리에 갈 것인가와 어떤 사람을 모셔오는가는 다른 문제다. 외부 추천을 받아 결정하겠지만 9개 항목에 달하는 추천 자격 요건을 보면 몇 사람으로 압축되어 이미 내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총감독 선임이 디자이너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예술총감독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잘못될 경우 그 피해는 행사의 주체인 디자이너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2014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도 갑자기 유례없는 지정 좌석제를 도입해 혼란을 준 점을 상기한다면 더 이상의 실험적인 시스템 도입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되어 이제 14년째를 맞은 서울패션위크가 언제까지 마루타가 되어야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결국 현재까지의 진행 사항을 보면 서울시가 서울디자인재단에 행사를 맡긴 상태에서 재단이 행사를 대행할 대행업체를 선정해 행사를 치를 것이고 그 모든 부분은 예술총감독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예술총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컬렉션의 주인공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연합체인 CFDK는 총감독 선출에 아무런 권한이나 역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정작 주인공들을 배제가 되고 객이 주도하는 이상한 행사다. 뉴욕 컬렉션이나 파리 컬렉션 등 해외 유명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이 배제되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하물며 부산국제영화제 조차도 영화인들이 배제하고 부산시가 전횡을 휘두른다는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그대로라는 것을 연합회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좋은 제도라고 인식하면서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CFDK의 현재 시점의 모습은 계륵에 불과하다. 목소리는 높지만 서울시의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패션 행정을 저지할 아무런 힘이나 장치가 없는 상태다. 물론 표면적으로 서울디자인재단과 연합회는 성공적인 행사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고 있는 좋은 모양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연합회를 파트너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서울시의 속내가 감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로부터 행사 진행을 위임 받은 서울디자인재단의 입장에서도 연합회는 무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덥석 손은 잡을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


한류 패션이다, K 패션이라고 해서 한국 패션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대한민국 패션계가 서울시의 전시 행정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창조 경제에서 패션만큼 적합한 업종을 없다. 패션은 여타 파인 아트와 달리 시스템이 중요한 산업이다. 예술성과 상업성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업종의 특성 때문이다.


계륵과 같은 존재로 취급 받아서는 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관에서 볼 때 그저 무시할 수 없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내년 지방 선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쉽게 연합회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으로 계륵이 되지 않기 위해 연합회도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위험한 존재(?)가 아닌 함께 가야 하는 파트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연합회 자체적으로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중장기 발전기획안을 나놔야 할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통하는 아우성일 뿐이다. 곧 선출될 예술총감독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느냐에 따라 연합회가 계륵이 될 것인지 아니면 파트너가 될 것인지 결정이 될 것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서울패션위크 예술총감독 제도에 연합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패션엔 유재부 대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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