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NINETEEN EIGHTY 디자이너 문정욱 | 2014-10-14 |
“어릴 적 좋아한 콩나물과 피아노는 어른이 되어 패턴과 옷이 되었다”
파아노 작곡가를 꿈꾸던 꼬마는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패션 디자이너로 꿈이 바뀌어 버렸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내셔널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던 중 그의 재능을 알아본 싱가포르 회사의 투자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렇게 꿈을 이룬 소년은 더 큰 꿈이었던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해 오는 10월 18일 오후 5시에 자신의 이름을 건 생애 첫 공식 패션쇼를 연다.
1980년 3월에 태어난 나인틴에이티 디자이너 문정욱은 초등학교 시절 직접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남다른 재주를 보여 원래는 피아노 작곡가가 꿈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카루소라는 브랜드를 알고 나서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꿈이 되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카루소 디자이너 장광효를 만나 고3 때부터 스태프로 일하면서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안양과학대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데님 브랜드 페레 진을 시작으로 ADHOC, 피에르 가르뎅, 옴부루노 등 9년간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자인 팀장까지 승진했다.
내셔널 브랜드에서 나름 잘 나가던 2012년 10월, 그에데 기회가 찾아왔다. 재능을 알아본 싱가포르 ‘인버티드엣지’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자신의 첫 여성복 나인틴에이티(NINETEEN EIGHTY)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이 ‘나인틴에이티’인 것은 19세 타겟의 영 캐주얼부터 80대를 겨냥한 캐릭터 캐주얼까지 타겟을 폭넓게 잡았다는 의미다.
2013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8기에 선정되었고 싱가포르 인버티드엣지 편집숍 입점과 함께 국내 플로우 편집 매장과 롯데백화점 유니크숍에 입점했다. 2014년에는 서울패션페어도 참가했다. 브랜드 나인틴에이티는 미니멀 시크 & 컨템포러리 감성의 토탈 여성 캐릭터 캐주얼이다. 생산 물량의 50%는 국내 생산을 기반으로 하며 나머지 50%는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에서 생산한다. 나인틴에이티의 목적은 실용적인 전략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와 포멀한 감성의 심플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라인과 핏 위주의 편안함을 추구하며 깔끔하고 정제된 스타일을 추구한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심플리크(심플+유니크)로 정한 나인틴에이티는 캐주얼과 모던 감성의 차별화된 상품을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 미니멀 요소로 시크한 스타일을 제안할 예정이다. 앞으로 백화점 유통을 확대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디자이너의 어릴 적 꿈은?
피아노 작곡가가 꿈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음악을 좋아하고 뮤지션을 꿈꾸는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패션을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우연히 잡지를 보고 카루소라는 브랜드와 장광효 선생님을 알게 되어 남성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기 전까지 롤 모델로 삼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독특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상품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영 캐주얼과 캐릭터 캐주얼 조닝의 경계에서 넘나들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자 나인틴에이티로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9~80이라는 뉘앙스는 영 캐쥬얼 조닝에서 캐릭터 캐주얼까지의 타깃을 지향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 룩은 무엇인가요?
셋업 착장의 2피스, 3피스 아이템의 톤 온 톤 매칭으로 이루어지는 룩이 나인틴에이티만의 시그니처 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하 착의 심플함을 톤으로 매칭시키는거죠.
-지금까지 작업한 작업(컬렉션)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피스는 무엇인가요?
2013 가을/겨울 시즌에 원색의 레드와 블루컬러의 조합으로 테일러드 수트를 작업했는데 가장 맘에 듭니다.
-당신이 추구하는 패션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소비자의 눈높이와 트랜디한 마인드를 맞춰 커머셜과 컨셉츄얼의 양분화 된 감성을 직접적인 표현으로 연구, 개발하는 것입니다.
-주로 어디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나요?
파인아트 작품 전시회나 시대적인 배경을 알기 위해 독서를 하거나 영화을 봅니다.
-패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컨셉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또 다른 스토리를 구성하여 소비자와 저의 고객에게 입는 즐거움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디자인할 때 영감을 주는 사람(혹은 사물)은 누구인가요?
‘구호’라는 브랜드를 이끌었던 정구호 선생님과 설치 미술의 조형물을 좋아합니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유행입니다. 당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콜라보레이션은 단지 패션 영역에 치우쳐 있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선호하기 때문에 패션을 매개체로 새로운 장르를 연구, 고민합니다. 남성복, 여성복, 주얼리, 섬유 공예 등 경력과 경험이 있기에 순발력 있는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저의 장점입니다.
-당신의 경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 10년간 내셔널브랜드에서 남성복디자이너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과 방법은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단아적으로 패션 쇼도 해보고 룩북을 촬영해보고, 홀세일도 해보면서 연습을 하게 된 것이 퇴사 후 저의 브랜드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프로세스인가요 제품력인가요?
테크니컬을 토대로 한 제품의 완성도입니다. 따라서 제품력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디자인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적은 언제였나요?
처음 사업자를 내고 브랜드 런칭을 하였을 때 처음 하는 여성복이어서 감을 잡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데이터로 움직이기 힘들었던 분야지만 지금은 남성복만큼 쉽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타 브랜드 시장 조사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소재와 컬러의 감을 익히려 노력했고, 상품을 분석하면서 어떤 장르의 브랜드를 런칭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즐겁게 극복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Beauty)’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딱 봐서 좋다”고 느끼는 여러 비주얼들을 아름다움으로 정의 내립니다.
-인생철학이나 패션 철학은 무엇인가요?
인생철학은 “교만이나 허세, 핑계를 대지 말자”이고, 패션 철학은 “옷을 많이 만들어 보자”입니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상품을 기획할 때 구성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 판매의 분석력 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커머셜과 아트의 경계는 무엇인가요?
입고 못 입는 차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실질적인 국내 유통 바이어는 판매성을 우선시하고 실적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제품의 양분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트는 수요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면서 바뀐 점이나 버릇, 징크스는 무엇인가요?
바뀐 점은 돈을 아껴 쓰기입니다.
-디자인 외에 여가 활동은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나요?
연극 공연이나 갤러리 전시를 좋아하고 평면보다는 입체조형, 공예, 설치를 많이 보면서 여가 생활을 즐깁니다. 그리고 술도 자주 먹구요
-최근에 본 영화나 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화를 내지 않는 연습>와 <여덟 단어>라는 제목의 책 입니다.
-당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멘토나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멘토는 엠폴햄의 상품기획 배미애 팀장님, 박정훈 이사님이고, 옴브루노의 김현일 실장님께 많은 디자인 테크닉과 감성을 배운 것이 제일 행복합니다. 그리고 피에르가르뎅 이금재 실장님, 채현규 사장님, 서순희 회장님입니다. 워낙 인간적이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퇴사 후에도 격려를 해주시고 의지를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롯데백화점 김주현 과장님과 전헌영 대리님입니다. 제가 잘 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해 주시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식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주시고 있거든요
-패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운 좋게도 싱가포르 인버티드엣지 CEO에게 발탁되어 파트너 계약과 스폰서를 받게 되었고, 브랜드 런칭도 하게 되었습니다. 수주는 물론, 샘플 개발 비용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초기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었습니까?
약 3천만 원입니다.
-창업할 때 주위에서 어떠한 도움을 받았나요?
소량 생산의 한계와 어려움이 컸기에 협력업체 사장님의 도움으로 중국 생산, 미얀마 생산을 하게 되어 원가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으셨는지요?
파트너계약, 스폰서 지원이라는 계약 조건들이 생소해서 사기꾼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사업계획상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었고, 준비된 것도 없었고 발품 팔며 생산하고 납품까지 모든 업무를 혼자서 했던 것이 힘들고 부담이 컷던 시기였습니다.
-직장에 고용되어 근무한 경험은 있는지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내셔널브랜드에서 남성복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사업은 2013년 퇴사후 브랜드를 준비하였구요
-직원을 채용할 때 눈 여겨 보는 부분은?
성실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고, 성격을 중요시 여깁니다. 타고난 재주꾼인지 아닌지를 먼저 파악하려 합니다.
-예전과 비교할 때 현재의 패션 환경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국내 패션은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되었구요. 실질적인 욕구를 충족할 만한 수요층이 없고 전통성에 미약하기 때문에 국내 패션은 아직 선두하지 못한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많은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경험, 경력,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감각과 감성만으로 브랜드를 이끌기에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약해서지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영 파워가 무섭습니다. 신진과 기성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새로움의 자신감과 타성에 젖어있는 우월감의 차이 같습니다.
-영 디자이너 정신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리겠습니까?
새로움을 창출해내고 도전정신이 있는 세대 아닐까요?
-비즈니스적으로 롤 모델로 삼는 기업이 있다면?
‘구호’라는 브랜드 입니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원가절감과 팀웍입니다.
-패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사항은?
무조건 직장생활 5년 이상은 하고 조직문화를 경험 후 사업을 시작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창업에 필요한 필수 3 요소는?
비즈니스를 위한 영업전략, 제품홍보를 위한 마케팅전략 그리고 감성을 느끼게 하는 디자이너의 감각표출입니다.
-브랜드의 컨셉과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요?
미니멀 시크 컨템포러리 캐주얼과 심플 유티크 입니다.
-최근 동대문에 문을 연 K패션 쇼룸 ‘르돔’에 입점했는데요. 계기는 무엇인가요?
의류산업협회에서 주관하여 신진디자이너를 선정한다고 해서 다른 신선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럼 쇼룸 ‘르돔’의 상품 구색에 있어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커머셜과 컨셉추얼의 양분화 된 착장입니다.
-이번에 서울 컬렉션에 참가하시는데 2015 봄/여름 컬렉션의 컨셉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스페이스 플로팅 & 아크로메틱 컬러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텍스추어로 표현한 오브제와 비주얼적인 요소를 조형적인 시각으로 믹스 앤 매치하여 다양한 시대적 장르의 결합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번 2015 봄/여름 나인틴에이티 컬렉션의 전반적인 무드는 화이트, 블랙, 그레이와 같은 무채색을 기본으로 아크로매틱 컬러라는 단어 속에 숨어있는 크롬의 명확한 컬러인 매탈릭을 포인트로 구성했습니다.
-패션쇼와 쇼룸을 찾는 프레스와 바이어에게 어필하고 싶은 부분은?
다양한 감성으로 선보이는 만큼 신진디자이너가 활동하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이 많아지길 바라며, 수주의 폭이 커졌으면 합니다.
-해외 전시회를 디면서 들은 해외 프레스나 바이어의 평가는?
패셔너블하고 아이덴티티가 뚜렷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선 점 점 더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기회인 셈이죠.
-현재 전개 중인 편집 매장 전개 상황은?
롯데백화점 잠실과 부산점, 플로우 청담과 신사점 입니다.
-국내 최초의 디자이너 쇼룸인 르돔에 바라는 점은?
아시아권 바이어와 연계가 되어 브랜드의 제품이 홍보가 되길 바라며, 수주가 원활히 이루지길 바랍니다. 또한, 르돔 쇼룸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많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섬유 패션 관련 단체에 바라는 점은?
신진디자이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이슈메이커에 쏠리는 현상이 없었으면 합니다. 진정성 있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없는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텃새와 비리 같은 것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주는 단체는 뿌리 채 뽑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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